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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뛰어라' 공유오피스 피트니스 경쟁 후끈

개인 운동 공간 제공부터 네트워킹까지…차별화된 근무 환경 제공이 목적

2018.12.20(Thu) 16:00:04

[비즈한국] “대표님, 저 피트니스에서 한 시간만 운동하고 올게요.” ‘부재중’ 팻말을 책상 위에 올린 직원은 운동복을 챙겨 사무실 문을 나선다. 건물 지하 1층 혹은 오피스 라운지 구석 자리에 위치한 ‘비밀의 방’에 들어간다. 안을 볼 수 없게 만들어둔 피트니스다. 복지가 좋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지만, 앞으로 국내 공유오피스에서도 흔히 보게 될 풍경이다.

 

공유오피스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대형 공유오피스는 피트니스 센터를 입점시키려고 계획 중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국내 대형 공유오피스들이 오피스 내에 피트니스 입점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위워크는 지난해 11월 이미 자체 피트니스 브랜드 ‘라이즈바이위(Rise By We)’를 만들고 뉴욕점에 입점해 시범 운영 중이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자사의 지주회사 격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스파크랩스가 각각 투자한 피트니스 스타트업 ‘짐티’와 ‘비스트플래닛’을 끌어올 계획이다.

 

공유오피스가 피트니스 공간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공유오피스 간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 스타트업 업계의 한 심사역(VC)은 “공유오피스는 기본적으로 임대업이지만, 입점하는 스타트업들의 특성을 고려해 가격경쟁력보다는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하는 공간이다 보니 운동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피트니스를 가져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 1대1 PT 트레이닝 ‘짐티’, 공간 제약 뛰어넘을 수 있어

 

공유오피스는 큰 공간을 한 사업자가 임대해 여러 기업에게 재임대하는 형태를 띤다. 큰 공간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쪼개다보면 피트니스가 들어갈 공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쪼개진 공간’에 어떤 피트니스가 어떤 형태로 자리할까? 짐티는 공유오피스의 공간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피트니스 스타트업이다.

 

박경훈 짐티 대표(오른쪽)가 시범 삼아 트레이너에게 1대1 PT를 받고 있다. 짐티는 100% 예약제 개인 PT로 운영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짐티는 개인 운동 공간을 제공하는 피트니스다. 100% 예약제 PT(개인 트레이닝)로 운영된다. 같은 시간에 2명 이상의 회원이 피트니스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을 두었다. 올해 2월 판교 백현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9개 매장을 열어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균 10~12평으로 작은 공간에서 운동이 이뤄진다. 운동기구도 최대한 줄였다. 기본적으로 탈부착하여 여러 자세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두었다.

 

짐티의 강점은 회원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다. 트레이닝은 한 번에 45분씩 진행된다. 개인 트레이너는 운동이 끝난 회원의 운동을 기록한다. 짐티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운동을 알려준다. 고객은 트레이너가 바뀌어도 맞춤형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짐티는 회원의 몸을 책임질 수 있는 체육을 전공한 트레이너를 고집한다. 트레이너 양성 프로그램을 따로 가지고 있다.

 

짐티는 운동기구를 최소화하고 100% ​개인 트레이닝을 ​제공해 작은 공간에서도 최대의 운동효과를 끌어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커튼을 쳐 개인 공간을 제공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가격은 1회 4만 원대다. 무언가를 하기엔 애매한 10평 남짓 공간을 활용해 점포 임대료를 낮추면서 가격을 잡을 수 있었다. 짐티는 포인트제와 예약제를 도입해 회원들이 운동을 오지 않아서 피트니스에 돈을 ‘기부’하는 것을 방지한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100포인트로 바꿔두고 원할 때 운동을 예약하는 방식이다. 날이 갈수록 회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운동 예약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는데, 평균 3.7일 후까지 시간이 모두 들어찬다.

 

짐티는 최근 3개월 동안 패스트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누적 투자 20억 원을 유치했다. 현재 국내 최다 지점을 가지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와 계약을 했고, 내년 4월에 문을 여는 18호점 뚝섬점에 입점할 예정이다. 

 

짐티의 샤워실과 탈의실은 벽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 사물함은 벽을 뚫고 놓여 양쪽에서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회원들이 동선이 겹치지 않게끔 배려한 것.  사진=최준필 기자

 

네이버, 넥슨 등을 거쳐 창업한 박경훈 짐티 대표는 “사내에 대형 피트니스가 있는 회사에 다녔는데, 회사 실적이 좋으면 문제없지만 그 반대일 땐 운동하기가 눈치 보일 때가 있었다. 공유오피스에도 누군가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부담 없이 운동할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아 리모델링으로 쉽게 입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20~30대 트렌디한 스타트업 구성원이 있다 보니, 수익보다는 브랜딩을 위해 공유오피스에 들어가려고 하는 측면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 트레바리 스타일 트레이닝 ‘비스트플래닛’ 

 

공유오피스의 정체성은 ‘협업’과 ‘네트워킹’. 공유오피스는 타인과 어울려 함께 일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워킹스페이스(공유오피스) 입주사의 59.8%가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고,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4.8%나 됐다.

 

비스트플래닛은 운동 시간마다 트레이너와 함께 DJ가 들어와 음악을 틀어준다. 회원들은 클럽에 온 기분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비스트플래닛은 공유오피스 입주사 구성원의 건강은 물론 네트워킹에 도움을 줄 피트니스 스타트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100% 그룹 운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강남점을 열어 1년간 시장 반응을 살폈고, 지난 11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비스트플래닛의 전략은 프라이빗 트레이닝을 내세운 짐티와는 백팔십도 다르다. 100평 규모의 비스트플레닛에선 하루 8번 45분씩 20~30대 남녀가 그룹 지어 100여 가지 운동방법으로 지방을 태운다. 트레이닝 시간에는 흡사 ‘클럽’에 온 느낌을 준다. 지하에 있어 컴컴한 데다 내부를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뒤덮었고, 트레이너와 함께 DJ가 자리해 음악을 틀어준다. 

 

조천희 비스트플래닛 대표는 해외 출장에서 본 부티크 피트니스를 국내로 들여왔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SNS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착안해 피트니스 내 모든 공간을 포토존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 회원은 180여 명. 한 달 무제한 이용권이 30만 원에 달하지만 재등록률이 69%를 넘는다. 이 가운데 여성 비율이 70%에 달한다. 심각한 트레이닝보단 재미를 추구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한다. 복싱을 기본 운동으로 채택하기 때문에 운동 기구는 샌드백이 거의 전부다. 내부 트레이닝장에 설치된 수십 개의 샌드백엔 웨어러블 장치가 연동돼 있다. 소모된 칼로리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팀별 게임이 가능해 운동 욕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비스트플래닛은 현재 스파크랩스 등에서 2억 원 정도의 초기투자를 받은 상태다. 스파크플러스는 물론 위워크와도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80~100평 규모로 입점할 계획이라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선호하지 않는 지하를 활용해 공간 제약을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비스트플래닛은 주류 판매 허가를 받아 라운지 바를 갖추었다. 그룹 운동을 통해 친해진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상사맨 출신으로 잦은 해외 출장을 하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는 조천희 비스트플래닛 대표는 “20년 넘게 운동을 했지만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비스트플래닛을 시작했다. 해외에선 2010년부터 그룹으로 놀이를 활용한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부티크 피트니스가 활발하다”며 “주류 판매 허가를 받아 술을 팔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파티도 열고, 라운지를 제공해 회원들의 네트워킹을 유도한다. 이 점이 공유오피스에 잘 들어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더불어 피트니스 센터를 공유오피스에 입점시켜 하루의 대부분을 오피스에서 생활하는 입주사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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