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진 않아도 피로하니까' 브로스 눈 안마기 2세대 리뷰

[비즈한국] 옛날에 아버지는 몸이 뻐근할 때면 엎드려 누워서 나에게 등이나 허리를 밟게 했다. 굳어진 근육이 아이가 누르는 압력으로 서서히 풀렸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시원하다’를 연발했고 꽤 자주 이런 의식을 행하곤 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이런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경험이 꽤 독특했나 보다. 아니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아이에게 그런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일을 시키는 것은 요즘 관점에서 끔찍한 일이다.

아이의 발을 대체하는 것은 전동안마기다. 비싸고 커다란 안마기는 아들이 성공했다는 증표가 될 정도로 효도 선물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안마기의 원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마사지 기능과 온열 기능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피가 잘 돌게 한다.

오늘 소개할 ‘브로스 눈 안마기’ 역시 원리가 같다. 안대 형태로 눈 주위만 집중적으로 마사지하고 따뜻하게 해서 피로를 풀어준다. 눈 안마기가 실제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우리가 구매하는 것 중에 과학적으로 필요성이 입증된 게 얼마나 있을까? 가령 태블릿 같은 게 과학적으로 필요성이 입증돼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브로스 눈 안마기는 이번이 두 번째 버전으로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되고 디자인이 다소 개선됐다. 사진=김정철 제공

브로스 눈 안마기의 구매 설득력을 살펴보자. 스마트 기기와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는 현대인에게 눈의 피로는 필연적인 결과다. 더럽고 병균이 잔뜩 묻은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보다는 눈 안마기로 마사지를 하면 피로가 풀린다는 거다.

설득력이 있다. 없어도 되는 제품이지만 있으면 한 번쯤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마사지를 더 하게 된다. 꼭 필요해서 구매하기보다는 구매했기 때문에 ‘매몰비용 딜레마’에 의해 사용 습관을 만드는 제품에 가깝다. 비슷한 것으로는 넷플릭스가 있다.

브로스 눈 안마기는 300g 정도의 무게에 눈에 씌울 수 있는 고글 형태다. 앞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야는 막혀 있다. VR 기기 같은 느낌도 든다.

크기는 꽤 크다. 이 정도로 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소비자 얼굴 크기는 제각각이니 얼굴 크기 최대치에 설정해 제작해서 그럴 것이다. 힘들게 샀는데 얼굴에 맞지 않아 환불해야 한다면 번거로움은 둘째치고 얼마나 비참할까. 소비자가 비참함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크고 넉넉하게 만들었다.

접이식 형태에 배터리가 내장돼 가지고 다니며 눈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패키지에는 휴대용 파우치도 들어 있다.

눈에 닿는 재질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폴리우레탄 재질이다. 가운데는 힌지가 있어 얼굴 굴곡에 따라 잘 밀착된다. 사진=김정철 제공

착용감은 나쁘지 않다. 가운데 힌지가 있어 얼굴 굴곡에 따라 적당히 밀착되고 눈에 닿는 부분은 탄성이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라 눈에 푹신하게 닿는다. 밀착되는 형태기 때문에 화장을 했을 경우는 화장품이 묻을 수 있다. 물티슈로 잘 닦이는 재질이라 관리는 어려움이 없다.

버튼은 앞쪽에 있는데 4개의 버튼으로 조작이 된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더듬어야 하지만 기능이 단순해서 쉽게 적응된다.

기능은 압력, 진동, 온열, 음악의 네 가지다. 모드는 총 5가지(상쾌, 활력, 수면, 미용, 전자동 모드)인데 모드에 따라 네 가지 기능을 적절히 조합했다. 예를 들어 활력 모드에서는 진동과 압력, 음악 기능을 활성화하고 수면 모드는 온열과 압력 기능만 활성화하는 식이다.

각 모드는 15분 정도 진행된 후에 자동으로 멈춘다. 주의사항에서는 1회에 한 세트(15분)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써 있다. 리뷰어답게 30분 연속 사용해봤는데 앞은 잘 보였다. 여러분은 소비자니 한 세트씩만 이용하는 게 좋다.

조작부는 오른쪽 측면에 붙어 있다. 네 개의 버튼이 있고 현재 실행 중인 기능은 불이 들어온다. 사진=김정철 제공

배터리는 완전 충전까지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충전 중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완충 시에는 꽤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피커는 외부에 붙어 있어 주변 사람들도 모두 들을 수 있다. 이게 일종의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경고 역할을 한다. 다행히 음악은 꺼둘 수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귓가에 새의 지저귐과 편안한 음악이 들리고 눈을 따뜻하게 풀어주어 기분이 좋아진다. 누르는 압력은 적당한 편이라 눈에 큰 압박이 가지 않는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눈을 맡길 수 있다. 건조하고 추운 겨울날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집에 돌아온 후에 써보니 그 따뜻함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수면 모드를 켜고 누워 있으면 정말 잠이 솔솔 온다.

접으면 휴대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비행기나 장기 여행 시에 안대 대신에 써도 될 듯하다. 사진=김정철 제공

단점이 있다면 과연 이 제품을 1년 후에도 쓰게 될지에 대한 의문과 눈의 피로가 얼마나 풀리는지에 대한 실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페이스나 착용감, 기능 등은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음질은 확실히 별로지만 음질 때문에 이 제품을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며칠 써보니 새로운 장점이 보였다. 아빠가 퇴근 후에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비가정적이고 불성실한 아빠로 보인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곤 한다. 하지만 브로스 안마기를 쓰고 있으면 피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성실하고 거룩하게 보이는 듯했다.

기계를 써야 풀리는 피로라니. 가족들의 눈이 안쓰러움과 존경으로 변해간다. 잠깐의 휴식이 확실히 보장되고 ‘가족애’도 돈독해지니 의외의 수확이었다. 이 정도면 실용성은 둘째 문제다.

필자 김정철은? 전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