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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부품업체에 3.5조 원 지원 '너무 늦었다?'

"올초엔 나섰어야…밴더사 붕괴 시작될 수 있어" 수소차 이후 납품 반토막

2018.12.19(Wed) 11:41:27

[비즈한국]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사정당국은 아직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자동차 부품업체 A 사 관계자)

 

검찰은 최근 현대·기아차 1차 밴더업체 A 사에 대한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업체가 중국 공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배임 혐의 등이 포착됐다는 것. 여러 혐의를 수사 중이지만, A 사 측의 설명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A 사 변호인은 “현대차가 부진하던 상황에서 중국 등에 공장을 세운 것과, 현대차가 한창 잘나갈 때 분위기에 편승해 뒤늦게 공장을 세웠다가 실적 부진에 빠진 것에 대해 검찰이 배임 적용을 다르게 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 결정까지도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고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적도 안 좋아서 회사가 정말 위태위태한데 경영 판단까지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차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뒤숭숭하다는 게 이 변호인의 설명인데, 실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위치한 업체와 금융권의 진단 역시 유사했다.

 

지난 2017년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한 모습. 최근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악화되는 등 자동차 부품산업이 무너질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3조 5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정부 나섰다? 이미 늦었다”

 

9월 즈음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 조사 및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크고 작은 기업이 모두 8000여 곳인데, 현대차 실적이 악화되는 등 자동차 관련 부품산업이 무너질 기미가 보이자 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에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권의 진단은 냉정하기 그지없다.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담당하는 부울경 국책은행 담당자는 “정부가 나섰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며 “지난해, 아니 늦어도 올해 초에는 나서서 해야 하는데 대응이 늦었다. 올해 실적은 물론이고, 내년에는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조만간 현대차 밴더사들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매년 생산원가를 확인하고, 직원들 인건비가 얼마인지 내년에는 몇 %를 인상해야 할지 완성차 회사가 다 정해주는 구조”라며 “기술도 현대차가 다 주는 것을 받아서 현대차에 맞춤형으로 납품을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R&D에 투자해 미래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겠냐? 자기 기술을 갖춘 밴더사들은 정말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 정부 3조 5000억 원 푼다…새로운 동력 될까

 

실제 한 경제매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업계 상장 부품사 82곳 중 25곳(30.5%)이 적자를 냈을 정도로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은행에서 빌린 돈마저 갚지 못해 부품사들의 연체율도 눈에 띄게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기촉법 종료 직전인 6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중견 부품사 다이나맥 등이 잇따라 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정부도 나섰다. 부품업계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3조 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서 3.5조 원 지원안 외에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예산 대폭 확대(지원규모 전기차 4만 2000대, 수소차 4000대) ▲친환경차 국내 보급 확대(2022년 전기차 누적 43만 대, 수소차 누적 6만 5000대) ▲2021년부터 수소버스 교체 ▲수소택시 서울 시범운영(10대) ▲수소차 충전소 확충(내년 80여곳, 2022년 310곳)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차 등 새로운 자동차 기술 발전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이 정책으로도 실현됐지만, 자금 지원 외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는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존 엔진(가솔린, 디젤)보다 밴더사들이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부품 수는 2만~3만 개 정도지만, 전기차는 1만~1만 5000개에 불과하다”며 “전기차 같은 경우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지도 LG화학 같은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수소차는 현대차가 핵심 기술을 다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냐, 새로운 기술의 자동차로 넘어가면서 부품업체들이 입는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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