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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수익률 유혹 '선임대 후분양' 상가 투자의 그늘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관심 급증…허위 계약, 분양가 부풀리기 주의해야

2018.12.13(Thu) 15:17:59

[비즈한국] 지난해 초 퇴직한 A 씨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결심했다. 퇴직금 활용을 두고 고민하던 차에 지인이 ‘상가 선임대 후분양’ 투자를 소개한 이후다. 건물을 짓는 사업 시행사나 분양업체가 분양에 앞서 세입자를 미리 유치하는 형태라 부담도 적고, 2년의 계약 기간은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에 솔깃했다. 여러 업체를 방문해 나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A 씨.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위치한 7억 원대 음식점을 분양 받았고, 그와 동시에 월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10월, 임차인이 갑자기 가게를 정리하겠다고 알려왔다. 계약 기간(2년)은 아직 1년이 더 남았지만 사정이 생겨 나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같은 상가의 다른 임차인들도 거의 동시에 가게를 정리했거나 정리를 준비 중이었다는 점이다. 수상하게 여긴 A 씨와 다른 투자자들은 수소문 끝에 분양업체가 세입자들과 말을 맞춰 1년만 운영하고 나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 씨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모두 내고 나가는 만큼 계약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고, 말을 맞췄다는 사실도 업체 측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탓에 발만 구르고 있다”며 “당장 새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처지인데 상가 전체가 이런 꼴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대책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선임대 후분양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는데, 한꺼번에 관심이 쏠리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상가 투자는 경험 없는 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품이다. 투자 금액대가 높은 편이고, 수요와 공급이 원활한 편이 아니라 공실로 이어져 수익을 내지 못할 위험이 크다. 여기에 동선이나 주변 수요 등 점검해야 할 사항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투자 손실로 이어진다. 

 

선임대 후분양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투자 방식이다. 투자자가 직접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고, 투자 즉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미래 수익률을 파악하기도 쉽다.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확대된 데다, 일각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성공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요즘에는 소형 상가나 오피스텔 등으로 이 방식이 확대돼 소액 투자처로도 활용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와 선임대 후분양 방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강화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수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최근까지도 관심이 높은 투자 상품이었다”며 “아파트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건 어려워지고, 1%도 안 돼는 은행 이자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이쪽으로 눈을 돌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돈이 모이면서 이러한 투자금을 노린 편법 분양이 기승을 부린다. 특히 관심이 쏠린 최근 1년 사이 분양된 상가에서 앞서의 A 씨와 같은 사례가 적잖다. 분양업체나 시행사가 투자자 모르게 세입자에게 일정 기간 임대료를 주고, 이 기간이 끝나면 가게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계약을 허위로 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세입자가 정해졌다는 걸 앞세워 투자자의 계약을 유도한 뒤, 입점 시기 직전에 계약을 파기하는 일종의 ‘꼼수’다. 업체들은 분양금과 수수료 등을 모두 챙길 수 있지만, 투자자는 계약금만 다시 돌려받게 될 뿐, 보증금 잔금이나 월세를 받지 못하고 직접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나서야 한다.

 

지난 11월 선임대 후분양을 받았지만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했다는 B 씨는 “아직까지도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업체를 찾아가봤지만 세입자 개인 사정이라 본인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안정적인 투자라고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선임대 후분양도 직접 투자처를 찾는 것만큼 철저한 검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 밖에 분양업체가 세입자와 짜고 분양가를 뻥튀기하거나, 임대료를 일부러 연체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가가 부풀려지면 실제 수익률은 기대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임대료가 연체되면 투자자가 손해만 보고 되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런 경우 역시 업체들은 보증금을 투자자에게 모두 주게 되더라도 분양가격이 더 높은 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부동산 사건을 주로 대리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선임대 후분양과 관련해 여러 분쟁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분양업체의 방식이 불법보다는 꼼수에 가까워 난감해하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며 “선임대 후분양은 사실 시행사나 분양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상가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까지 완벽하게 보장해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나 상가 입지 등만 믿고 무턱대고 계약하는 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임대 후분양도 직접 투자처를 찾는 것만큼 철저한 검증과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처 정보 수집은 기본이고 분양업체나 시행사들의 영업상황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세입자 역시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을 우선으로, 2년보다는 5년 이상 장기 임대 계약이 돼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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