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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

동네슈퍼 2.5% 대형마트·백화점 1%대…대형가맹점 수수료율 더 낮은 '역진성' 해소 관건

2018.12.11(Tue) 15:53:53

[비즈한국] 서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 씨. 하루 18시간씩 일하면서 매달 1억 2000만 원(연 매출 15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 여러 가지 운영비용을 빼고 A 씨가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은 200만여 원으로, 연평균 순이익은 2400만여 원이다. 

 

그는 가장 큰 부담이 카드 수수료라고 말한다. 실제 이 슈퍼마켓의 연간 매출액에 그동안의 카드 수수료율(2.5%)를 적용하면 수수료 비용만 3700만여 원이다. 카드 수수료가 순이익보다 1300만 원 더 높다. A 씨는 “가게 임대료도 연 3000만 원이다. 가게 운영비용 중에 카드 수수료보다 더 많이 내는 돈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연간 매출액이 ‘조 단위’를 넘나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사정은 다르다. 이들 업체의 카드 수수료율은 비공개 사항이지만 국회와 금융당국 등이 집계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 2017년 이마트,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1.8~2.03%다. 

 

그동안 중소규모 가맹점이 ‘유통공룡’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내온 셈이다. 카드사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연매출을 기준으로 우대 가맹점(연매출 5억 원 이하는 영세 가맹점으로 분류, 낮은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정했지만, 이 구간 밖의 일반 가맹점들에게는 최대 상한 카드 수수료율(2.5%)을 적용했고, 몸집이 커 ‘가격 협상력’이 높은 대형 가맹점은 이보다 낮게 받으면서 불공정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 11월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엔 대형 가맹점들의 카드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박은숙 기자

 

# 혜택은 대형 가맹점만 ‘집중’,​ 부담은 중소가맹점도 ‘함께

 

최근 발표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간 카드 수수료 구조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려온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 현실화 방안이 이번 개편안엔 담겨 있지 않은 만큼,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데만 그치면 반쪽짜리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카드사 수수료 수익 대부분은 5억 원 초과, 즉 우대 수수료율 구간 밖의 가맹점에서 나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카드사 수수료 수익의 88.89%를 차지하는 9조 2771억 원이 5억 원 초과 가맹점에서 발생했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높여주는 대신 5억 원 초과 일반 가맹점 수수료로 보전 받은 것이다.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 정확히는 부가서비스 비용을 내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할인, 포인트, 무이자 할부 등이 포함된 이 비용은 현재 4조 4000억 원에 달하는데, 약 80%를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중소형 가맹점이 함께 부담하고 있다. 

 

카드 이용 혜택은 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적용되지만 비용 부담은 중소형 가맹점에게도 공통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카드사들로부터 프로모션 비용 등의 형태로 다시 되돌려받는 만큼 실질적으로 이들 업체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1% 내외에 불과하다.

 

한국마트협회 한 관계자는 “시장 논리대로라면 가맹점 몸집이 클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게 맞다. 하지만 동네마트가 2.5%의 수수료를 낼 때 대형마트가 1%대를 부담하는 건 차이가 너무 크다”며 “이러한 ‘역진성’ 문제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 횡포다. 형평성에 맞는 수수료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TF 구성…​역진성 해소에 ‘초점’​

 

금융당국은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을 통해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는 구간을 크게 확대했지만, 앞서의 중소 가맹점과 대형 가맹점 사이의 차별적 수수료 문제는 이번 개편안에 담기지 않았고 별도 자료나 브리핑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9~1.95%대로 낮아지게 됐지만, 이는 앞서의 2017년 대형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1.91%)와 비슷하다.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안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결정은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게 돼 있고, 카드사 입장에서도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줄어든 수익을 대형마트나 백화점 수수료를 인상해 보전하는 게 좋다”면서도 “하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에게 ‘슈퍼 갑’이다. 1년 수익부터 시장 점유율, 업계 순위를 이 업체들이 좌우한다. 수수료를 인상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최근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최근 첫 회의를 열었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 산정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역진성 해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가맹점 연매출에 따라 30억~100억 원, 100억~500억 원, 500억 원 초과 등 3개 구간으로 나눠 마케팅비가 반영되는 비율에 차등을 두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0억 원 초과 가맹점에 얼마만큼의 마케팅비 반영률이 적용될지가 이번 TF의 최대 관심사”라고 귀띔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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