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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찬반 팽팽한 AI 의료기술 도입 "구심점이 없다"

"의료경쟁력 강화 vs 신중히 접근해야"…정부 차원의 체계적 접근엔 한목소리

2018.12.06(Thu) 16:26:37

[비즈한국]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다룬 영화는 황홀하면서도 무섭다. AI를 주제로 한 영화 다수가 인공지능 사회가 초래할 ‘유토피아’ 측면과 ‘디스토피아’ 측면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업그레이드’​는 전반부에서는 AI의 위대함을, 후반부에서는 그 위험성을 그린다. 그만큼 AI 사회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지난 5일 GS타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혁신의료기술(기기) 규제혁신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김명선 기자

 

지난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혁신의료기술(기기) 규제혁신 심포지엄’도 한마디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의료행위의 규제를 완화해야 할지, 강화해야 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AI 의료기술이란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때 인간의 지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을 말한다. 미국 IBM사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의료 현장에 투입돼 암을 진단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AI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5월에 발행한 ‘AI 퍼스트(First), AI 에브리웨어(Everywhere)로 전개되는 인공지능’에 의하면, 인공지능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50%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2018년에서 2020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I 기반 의료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은 AI 기반 의료행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의료 등을 포함한 AI를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문 인력 확보와 역동적 기술혁신 생태계 구축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월에 발행한 ‘I-KOREA 4.0 실현을 위한 인공지능(AI) R&D 전략’을 통해 향후 5년간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를 위해 2.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선 진입-후 평가’ 제도 활성화해야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은 ‘규제를 완화해야 할까, 강화해야 할까’에 대한 논의로 흘러갔다. 사진=김명선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이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인 논의는 규제를 지금보다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AI 기반 의료기술 최근 논의사례’ 발표를 맡은 이상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은 AI 기반 의료기술의 장단점을 아울러 언급했다. 그는 AI 기반 의료기술이 오진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7년에 나온 파라스 라카니 교수의 ‘딥러닝 기반의 흉부 방사선 촬영(Deep Learning at Chest Radiography)’ 논문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반 흉부 방사선 촬영은 99%의 정확도로 폐결핵을 진단했다.

 

진료를 더 빨리 수행할 수 있기에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상무 심사위원은 “AI는 의료진의 시간을 절약해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의료진은 더 복잡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AI 기반 의료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선 진입-후 평가’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 진입 후 평가 제도란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술을 시장에 먼저 진입시킨 후 3~5년간 축적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재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기술의 경우 써봐야만 가치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진입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10월에 선 진입 후 평가 얘기가 나왔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수가 체계에 대한 지적도 흥미롭다. 의료 행위에 대한 국내의 보험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AI 기반 기술을 도입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 최윤섭 소장은 “지금의 수가 체계에서는 혁신을 도입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보험수가가 안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의료기술을 쓸 수 있도록 규제나 어떤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 “결국 위험은 환자 몫”…거버넌스가 없다는 지적은 모두 동의

 

AI 기반 의료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복잡한 질병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환자의 진료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인정받아 보험 항목으로 등재된 AI 의료 기기는 전 세계에서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오류는 국지적이지만, AI 기반 의료기술을 사용해 오류가 발생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장은 “실제로 미국에서 허술한 심사과정을 거쳐 나온 의료기기가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검증을 면제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부장은 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들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환자다. 혁신 의료기기는 경제성보다는 임상 결과에 초점을 둬야 한다”라며 “(임상결과도 나오기 전에) 사전 허용을 하면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AI 기반 의료행위를 두고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들의 의견은 분분했지만 사회적 논의를 주도할 거버넌스(행정)가 없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임태환 한국방사선의학재단 교수는 “100가지 기술이 있다고 하면 그 중 99%가 도태된다. 사회적 낭비가 엄청난데 이번 토론은 그 논의가 되려나 기대했다”며 “그런데 수년째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얘기만 하고, 오늘도 정부 관계자들은 자리를 비웠다. 정부가 AI 개발이나 육성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윤섭 소장도 “거버넌스가 없다. 결국 정부나 부처가 주도해야 하는데 인사이트가 없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보더라도 의료가 바뀌는 걸 이해하고는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심사위원 역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하며 일단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 문화의 등장으로 잉카 사람들이 겪었던 비극을 우리가 되풀이할 가능성을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AI 시대에 대비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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