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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치공방 속 위기 맞는 한수원, 돌파구 있나

2025년 전후로 매출 금감 예상…해외 수출, 원전 해체로 활로 찾을까

2018.12.04(Tue) 17:19:28

[비즈한국] 최근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지난 11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과 바비쉬 총리는 체코의 원전 건설 사업과 관련해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문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 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고 해외에서는 원전 판매에 나서는 문 대통령의 모순적 탈원전 행보를 국민 모두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진정한 국민의 뜻을 묻기 위해 국민투표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이를 통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가 지난 11월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의 주요 논리는 경제와 관련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한수원의 매출은 11조 2771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한수원 매출이 9조 5109억 원으로 줄었다. 2018년 1~3분기 매출은 6조 3854억 원으로, 이 추세라면 전년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의 매출 하락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나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한수원의 매출이 감소한 원인은 철판 부식 등 원전 안전점검을 위한 예방정비 때문에 일부 원전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지돼 이용률이 감소한 데 있다”며 “에너지전환은 60여 년에 걸쳐 이행되는 장기계획으로 현재까지는 수명연장 중단 등 전환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수원의 매출이 하락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박지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2023~2030년에 걸쳐 준공을 계획하던 6기의 신규 원전이 전면 백지화됨에 따라 장기적 매출규모 확대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중장기적으로 노후 원전 폐지, 신규 원전 건설금지 영향으로 한수원의 매출규모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 전경. 사진=한수원


한수원의 부채비율도 2016년 말 108.38%, 2017년 말 114.19%, 2018년 9월 말 123.64%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자본 확충을 위한 한수원의 IPO(기업공개·상장)도 사실상 무산돼 상황이 좋지 않다. 2016년 12월, 기획재정부는 “시장의 자율적 감시·감독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2020년까지 8개 기관을 순차적으로 상장한다”고 밝히며 에너지공공기관 상장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을 2017년에 상장하고,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을 2019년까지, 한수원, 한전KDN, 한국가스공사는 2020년까지 상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은 2018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상장을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에너지공공기관 상장TF는 폐지했다”며 “현재로는 한수원 등 에너지 공기업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한 발전회사 관계자는 “현 여당은 예전부터 민영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에 상장을 없었던 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재원 확보 계획에 약간의 차질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노동조합에서도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김해창 한수원 비상임이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경성대학교 교수인 김해창 비상임이사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인물이다. 당시 노조 측은 “한수원 발전에 앞장서야 할 비상임이사가 탈원전 주장으로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판단에 따라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11월 30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정책이 착실하게 추진되고 있기에 청와대에 건의할 용의가 없다”고 못 박았다.

 

2017년 10월 탈핵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청와대의 고민은 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와 관련한 것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인력 운영 전망’ 자료에 따르면 현재 7012개에 달하는 국내 원전 관련 일자리가 2030년에는 5008개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일자리는 135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통해 매출을 높이려는 시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대부분 2025년 전후를 기점으로 한수원의 실적 하락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지난 11월 29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체코 터빈 제작사 스코다파워 공장을 방문해 스코다파워와 신규원전사업 개발 및 연구개발(R&D) 분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서 알 수 있듯 정부도 원전 수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시장은 외면하고 해외 시장만 찾는다는 비판 또한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체코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한국은) 좁은 국토에서 원전이 밀집됐다는 안정성의 문제가 상당히 많이 고려되고 있다”며 “각 국가의 전략은 그 국가의 특성에 맞게 적용되고 있고 한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쓰는 것과 원전 수출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한수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세계 원전운영현황 및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의 규모는 440조 원에 달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1년까지 원전 해체 기술을 100% 자립화한 후 2022년부터 고리 1호기 해체에 착수해 2030년까지 해체 경험과 실적을 확보할 것”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국내 원전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전의 사고 위험성, 핵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로 탈원전 정책이 무의미한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에 따른 한수원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따라서 한수원이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 수출과 원전 해체 등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수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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