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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vs 고맙다, 부가서비스는?" 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

내년부터 500억 이하 가맹점 0.6% 인하…카드업계 "서비스 축소·인력감축 불가피"

2018.12.04(Tue) 16:04:53

[비즈한국] 최근 확정된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 후폭풍이 거세다. 내년부터 인하되는 카드 수수료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며 단호한 입장인 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소비자 혜택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의 키워드는 ‘파격’이다. 연매출 5억에서 50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 우리나라 카드 가맹점의 99%가 연 매출 500억 원 이하다. 500억 원을 넘는 곳은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 정도. 국내 상공인 대부분이 인하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특히 연 매출 5억~30억 원 구간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 가맹점으로 분류돼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0.6%포인트 넘게 인하된다. 매출액 5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은 이번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등 제도로 이미 실질적인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판단에서다(관련기사 ‘​3000억과 1조 원의 간극’​ 금융당국-카드사 수수료 줄다리기).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경기불황과 인건비·임대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 카드사,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반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카드업계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반발이 만만치 않다. 예상 수익 감소 규모는 금융당국 계산으로는 총 8000억 원, 카드사 계산으로는 1조 5000억 원이다. 카드사들은 “이번 개편안에 앞서 발표된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사업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 소규모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제 등으로 내려간 수수료 7000억 원을 더하면 나오는 수치”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로 수수료가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카드업계에선 “카드사가 공기업이냐”는 등 강도 높은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는 수수료 문제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결정에 업계가 이 정도로 반발하고 불만을 숨기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카드업계는 이번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맞선다. 매년 영업이익은 줄고 있는데, 수수료 인하로 수입도 1조 원가량 줄어들다보니 부족분을 메우려면 자구책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 11월 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감축에 나섰고, 업계 1위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은 각각 3년, 7년 만에 인력 조정을 단행했다. 업계에선 최근 매각이 공식화된 롯데카드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인력이 가장 많은 회사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일방통행’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카드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게 아니다. 노조와 상인연합이 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 전, 차등 수수료제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낮추는 대신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올리는 게 핵심”이라며 “인상한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로 자영업자 및 카드사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회사와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나름의 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대안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는 고용불안을 이유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 회의장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 카드사 반발을 지켜보는 불편한 시선들

 

카드사를 향한 불편한 시선도 있다. 직원 구조조정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정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이번 개편안도 카드사들이 충분히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 나온 뒤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7년부터 역대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10차례 내렸는데도 올해 파격적인 인하 방침을 확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의 ‘핵심 동력’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2014년 4조 1000억 원, 2015년 4조 8000억 원, 2016년 5조 3000억 원, 2017년 6조 1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20.0%, 2015년 22.3%, 2016년 24.2%, 2017년 25.8%로 크게 늘었다. 이 비용을 일부 줄여도 카드 수수료 인하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여기에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들이 수수료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도 ‘타깃’이 됐다. 마케팅 비용에는 할인이나 포인트, 무이자 할부 등이 포함돼 있는데, 주로 일부 대기업 가맹점에서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지만 비용은 중소 가맹점을 포함해 모든 가맹점들이 나눠 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그동안 이 부분을 지적하며 “소비자의 카드 혜택은 어려운 가맹점에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시장개입’ 논란도 일축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수익도 많이 나고 규모도 큰 만큼 카드사와 협상력이 있지만, 나머지 중소 자영업자들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공적인 영역 내에서 보완을 해주는 차원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역대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과정에서 중소 자영업자들의 협상력 결여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불공정 카드 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의 자영업자들이 지난 11월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인하 환영 기자회견’​에서 골판지에 손으로 쓴 ‘​카드 수수료 인하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줄어든 수수료,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는 숙제

 

개편안은 확정됐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또 다른 조치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도 검토하고 있어서다. 할인·포인트 적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카드사들이 직원 구조조정처럼 소비자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면 카드의 부가 서비스를 손대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카드사들은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 전후로 부가서비스 혜택이 다양한 일부 카드를 단종하고 있다. 부가서비스 변경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단종은 이 같은 절차가 없다. 금감원이 2016년 1월 이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 변경을 한 번도 승인하지 않아왔다는 점, 카드사들이 한꺼번에 축소를 신청하면 금융당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새로 출시하는 카드들은 기존 카드들보다 부가서비스가 축소된 형태로 출시될 전망이다.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연회비는 올라간 카드가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년 뒤로 예정된 부가서비스 약관 조정기간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부가서비스들이 줄줄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내년 1월까지 부가서비스 관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도한 부가서비스 축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카드 상품 부가서비스 현황 조사 및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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