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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여전한 '채용 갑질' 논란

노루 계열사 교회명·혈압까지 기입, 퍼시스 면접대상자에 가족정보 요구

2018.11.27(Tue) 18:49:19

[비즈한국]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2018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에 따르면 올해 직장갑질 지수는 35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100개 회사 중 35개에서 ‘갑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채용과정 및 노동조건’에 대한 갑질은 37.1점으로 승진·해고 등 인사 문제(38.2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채용과정에서의 기업 갑질이 높은 수준임을 예상할 수 있다.

 

부모의 직장명, 직위, 출신학교 등을 요구하는 기업의 채용 갑질이 여전하다. 사진은 한 취업박람회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박은숙 기자

 

# 다니는 교회부터 혈압까지,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이상한 이력서


취준생 커뮤니티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기업의 채용 갑질’이다. 많은 취준생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이를 호소할 곳이 없어 커뮤니티에서 속풀이를 한다. 최근에는 한 취준생이 커뮤니티에 올린 이력서 양식이 논란이 됐다. 

 

해당 이력서는 노루그룹의 계열사인 노루비케미칼에서 사용하는 양식이다. 확인 결과 노루비케미칼 외 몇몇 계열사들이 공통된 이력서 양식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었다.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는 홈페이지에서 이력서 양식을 다운받은 뒤 내용을 기입해 메일로 제출해야 한다.  

 

이력서 양식은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의아한 문항이 눈에 띈다. 가족관계란에는 가족의 이름, 최종출신학교 외 직장명과 직위까지 기입하도록 돼 있다. 대표적인 채용 갑질 이력서 문항으로 꼽히는 부모 직업, 부모의 출신학교 등을 묻는 질문이 버젓이 나와 있다. 

 

게다가 종교(종파)와 출석교회, 사찰, 성당명까지 기입하는 문항이 있다. 혈압 수치와 음주량, 흡연 여부 등까지 묻는다. 해당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한 취준생은 “출석교회, 혈압 등을 기입하라니 당황스럽다”라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입사지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쉬운 입장이니 불평 없이 내야 하나”라며 푸념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에게 관련 문항의 질문 의도를 묻자 “그룹사에서 받은 이력서 양식”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노루그룹의 지주사인 노루홀딩스 관계자는 “자회사는 개별적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라며 “자회사에 채용 이력서 양식을 권유하거나 채용을 총괄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사에서 왜 그런 양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이력서. 가족의 직장명, 출석교회, 혈압 등을 기입하는 문항이 있다. 사진=해당 기업 홈페이지 내 이력서 양식 캡처

 

# 부모님 직장명, 출신학교 궁금한 이유? ‘가정 환경에 대한 생각 묻고자’


사무가구 전문업체 퍼시스는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고등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취준생 사이에서는 대학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외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정보 요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인턴 실습, 입사 시 다른 서류와 함께 참고자료로만 사용한다”며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며 결격사유를 찾으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취준생 중에는 서류 합격 후 면접 당일 제출하는 서류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많다. 퍼시스는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 전 가족관계 등을 기입하는 추가 서류를 작성하도록 한다. 서류합격자에 한해 온라인 채용사이트에서 추가적으로 작성하는 서류에는 가족의 출신학교, 직업, 직장명 등을 기입하도록 돼 있다. 누구라도 확인이 가능한 온라인 지원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개인적인 정보를 서류합격자에 한해 수집하는 상황이다. 

 

한 취준생은 “불편한 감정이 들어 일부러 기입하지 않고 공란으로 제출했더니 회사 관계자가 ‘왜 기입하지 않았냐’며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은 “부모의 직장명을 구체적으로 묻고, 가족의 최종학교명을 면접 중 거론해 불쾌했다”고 밝혔다.

 

퍼시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 전 가족관계 등을 요청하는 것은 맞다”라며 “기입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보 등을 요청하는 이유는 “가족관계 정보 기입은 지원자 환경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알기 위함”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기업의 내규에 관한 사항으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부모의 직장이나 출신학교, 연봉 등을 묻는 것은 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연령대가 높은 경비노동자 채용 시 돌연사 등의 이유로 혈압을 묻는 경우를 본 적이 있지만, 사회초년생을 채용하는 기업이 혈압을 묻는 것은 황당하다. 교회명 등을 기입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특정 종교를 배제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노무사는 취준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채용 갑질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부당함을 인지해도 거절할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이를 악용한 기업의 갑질이 문제”라며 “취준생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아 채용 과정의 갑질로부터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다.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문항을 개선하고 갑의 입장에서 노골적으로 취준생을 부당 대우하는 행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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