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스타일

[클라스업] 돌아온 골덴, 코듀로이 입고 '인싸' 돼볼까

영트로, 뉴트로에 코듀로이 다시 유행…실용성·스타일 모두 잡을 수 있어

2018.11.26(Mon) 14:02:27

[비즈한국] 3040세대 남자들 중 골덴 바지 안 입어본 사람은 없을 거다. 세로로 골이 굵고 깊게 짜인 두툼한 소재로 주로 겨울에 입었다. 1980~90년대 유행했는데, 당시 아이들과 아저씨들이 많이 입었다. 이들은 패션에 둔감한 사람들이었다. 엄마 혹은 아내가 사주는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골덴 바지는 갈색이나 남색이 많았다. 나도 꽤 많이 입었다. 

 

사실 그땐 유행이라서 입은 게 아니라, 겨울철 가장 선호하던 방한 소재였던 데다 패션 브랜드들이 골덴 소재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골덴 바지와 패딩 점퍼면 겨울이 끄덕없었다. 사실 이 바지는 입다 보면 무릎도 잘 튀어나오고 엉덩이 부분도 그랬다. 신축성도 부족했다. 분명 따뜻하지만 멋스럽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후 스타일이 중요해지고, 모두가 패션에 적극 투자하는 시대가 되면서 골덴은 자취를 감췄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 선보인 코듀로이 패션. 촌스럽던 ‘골덴’이 코듀로이로 부활해 돌아왔다. 사진=프라다

 

골덴 패션은 20세기가 끝나면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에 다시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 명품 패션 업계에서도 적극 골덴 패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지금은 골덴이라 부르지 않는다. 코듀로이(Corduroy)다. 코듀로이를 일본식 표현인지 콩글리시인지로 골덴이라 불렀던 것이다. 

 

코듀로이는 아주 오래된 옷감 소재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1774년부터 언급되었다고 하니 적어도 그 전부터 활용되었던 셈이다. 코듀로이는 벨벳과 짜임 방식이 같지만 더 실용적이고 저렴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벨벳이라 불렸다고 한다. 

 

코듀로이의 전성기는 20세기다. 특히 1950~60년대가 최전성기였다. 1950년대 미국 프린스턴대와 다트머스대 학생들이 많이 입으면서 아이비리그 학생 스타일로 각광받았고, 1960년대 비틀스가 코듀로이 수트를 입고 나와 패션 유행의 정점을 찍었다. 심지어 비틀스의 존 레논은 결혼식에 상아색 코듀로이 바지를 입었을 정도로 코듀로이가 당시엔 멋쟁이의 상징이었다.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파리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코듀로이 수트가 유행했다. 멋지고 세련된 이미지였다. 특히 지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코듀로이 바지는 남자들이 특히 선호했다. 

 

그랬던 코듀로이가 농부와 노동자의 작업복, 군복 등으로 활용되고, 점점 더 질 좋고 방한성 높은 옷감이 계속 개발되면서 멋과는 거리가 먼 패션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한국 남자들이 코듀로이를 많이 접한 1980~90년대가 어쩌면 세계적으로도 코듀로이 스타일의 마지막 유행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부활한 코듀로이 패션을 두고 의아해하는 남자들이 있다. 

 

코듀로이는 그냥 그대로 돌아온 게 아니다. 과거와 달리 합성섬유를 섞어 더 부드럽고 신축성까지 좋아졌다. 세로 골의 밀도가 좁아지면서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도 구현이 된다. 프라다, 구찌, 멀버리 등에서 이미 작년부터 코듀로이를 적극 선보였는데, 과거 스타일이 아닌 현대적 재해석으로 스타일링 했다. 

 

명품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랄프로렌, 라코스테 같은 패션 브랜드를 비롯, 노스페이스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자라 같은 SPA 브랜드까지도 코듀로이 패션에 적극적이다. 과거엔 바지에 주로 활용했다면 이젠 재킷, 셔츠, 점퍼까지 다양해졌다. 코듀로이 소재가 패션의 중심으로 부상한 셈인데, 코듀로이 바지에 코듀로이 재킷, 그 안에 터틀넥을 입으면 캐주얼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

 

사진=랄프로렌


사진=라코스테


패션계에 레트로가 대세는 대세다. 코듀로이의 부활만큼이나 90년대 히트 아이템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코듀로이, 아니 골덴이 유행하던 시절을 풍미했던 청청패션도 2000년대에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몇 년새 다시 부활해 멋쟁이의 아이템이 되었다. 호피 패션도 다시 부활해 2030들이 적극 누리고 있다. 

 

심지어 1990년대 핫하고 힙한 브랜드였던 휠라는 이후 브랜드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다시 핫 브랜드로 부활했다. 미국 슈즈 전문미디어 ‘풋웨어뉴스’에서 올해의 신발로 뽑힌 디스럽터2는 1997년 출시된 디스럽터를 재현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휠라 부활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X세대에겐 추억의 브랜드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힙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레트로가 ‘영트로’, ‘뉴트로’로 진화하고 있다.

 

코듀로이가 부활했다고, 옷장 속의 옛날 골덴 바지를 꺼내지는 말자. 패션계가 복고를 다룰 때는 복제를 하는 게 아니다. 변형이자 재해석을 해서 과거의 스타일을 되살리는 것이니 과거의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가면 이상할 수도 있다. 패션계는 유행을 단순히 반복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것을 경험하지 못한 요즘 새로운 소비자에겐 과거가 오히려 새롭고 낯설고 신기하기 때문에 과거의 것에 최신 스타일을 결합한 레트로 패션을 시도하는 것이다. 

 

올 겨울 코듀로이 패션으로 멋지게 무장하고 ‘인싸’가 되어보면 어떨까? 코듀로이로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올 겨울도 꽤 추울 것이라고 하는데,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살린 코듀로이를 잘 입는 것만으로도 센스를 드러낼 수 있다. 아니 그래도 골덴인데, 촌스럽고 투박했던 골덴인데, 하며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패션의 절반은 자신감이고, 스타일은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리얼 실리콘밸리] 시대가 낳은 '변종' 영화인, 말런 웨이언스
· [홍춘욱 경제팩트] 일본 대기업 회장님은 왜 '생전 장례식'을 치렀을까
· [클라스업]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눈물 흘리는 중년남자들
· [클라스업] 핼러윈은 그냥 핼러윈일 뿐
· [클라스업] 빈티지 시계와 중년 남자의 공통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