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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따로 또 같이' 은행연합회 김태영 vs 금투협회 권용원

40년 농협맨과 산자부 관료 출신…방식은 다르지만 관가와 가깝다는 공통점

2018.11.26(Mon) 10:04:51

[비즈한국]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관련 단체로는 은행권의 전국은행연합회와 증권업계의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있다. 이들은 정부에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사회공헌 등을 통해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에도 힘쓴다. 필요에 따라 두 협회가 정부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과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비즈한국DB


전국은행연합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좋은 관계였던 것만은 아니다. 시중은행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허용 문제, 신탁업법 제정 등을 놓고 두 협회가 첨예하게 대립한 적도 있다.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두 협회인 만큼 금융권 일부에서는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현직 CEO(최고경영자)보다 각 협회장의 위상을 더 높게 쳐주기도 한다.

 

# ‘40년 농협맨’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1953년생인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은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영남상업고등학교(현 부산정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직후인 1971년 주산 특기생으로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40년 이상 농협에서 근무한 ‘농협맨’ 출신이다. 입사 후 학업을 병행하며 명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금융부 금융계획과장, 비서실 비서역, 성남시지부장, 수신부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2008년 7월에는 NH농협은행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마침내 2012년 3월 NH농협금융지주가 탄생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초대 NH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김 회장을 점쳤다. 그러나 NH농협금융 출범 한 달 전인 2012년 2월, 김 회장은 돌연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에서 사임했다. 김 회장뿐 아니라 신충식 전 농협중앙회 전무, 이덕수 전 농업경제 대표 등도 사퇴했는데,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변화와 혁신의 일환으로 전해진다.

 

2013년 6월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했지만, 임기만료를 6개월 남겨둔 ​2014년 12월에 다시 사임했다. 농협 측은 “농협법 개정과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필요한 관련법 제정 등 그동안 추진해온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해 후배들을 위해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회장은 농협중앙회 부회장에서 사퇴하면서 잊혔지만 2017년 말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가 그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렇게 그는 금융권에서 잊혔지만 2017년 말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가 그를 차기 회장에 내정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 회장은 후보군에 거론되긴 했어도 ‘유력 후보’로는 꼽히지 않았기에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민간기관이지만 금융당국과의 접촉은 다른 금융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업계 입장 대변과 정부와의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영​ 회장과 정부 측의 만남은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온다. 지난 8월에는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재입법을 국회에 촉구하는 등 무조건 정부만 따라가는 모습도 아니다.

 

김 회장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핀테크(금융과 IT가 결합한 서비스)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최근 간편결제, 간편송금 등 금융의 기능별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비금융회사들이 금융회사의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금융산업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회장은 또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그가 은행권의 뜻을 함께 모아 협력시킬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 ‘40대에 금융권 진입’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광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1986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상공부 정보진흥과 과장,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 과장 등을 지냈다. 

 

그가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00년. 당시 다우그룹이 그를 전략경영실장으로 영입했다. 2007년 7월 다우그룹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 사장에 취임하면서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금융권에 발을 디딘 것이다. 2009년 4월에는 키움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말, 키움증권 사장으로 일하던 권용원 회장은 한국금융투자협회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회원사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권 회장은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제치고 68.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태영 회장과 마찬가지로 관료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권용원 회장은 2007년 7월 다우그룹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 사장에 취임하면서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금융권에 발을 디딘 것이다. 사진=한국금융투자협회


권용원 회장은 취임 후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직개편에 나섰다. 우선 국회·금융당국 정책지원 및 대외교섭 기능 강화를 위해 세제지원부를 정책지원본부로 합쳤다. 또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신 촉진을 위한 디지털혁신팀과 전문사모 운용사에 대한 체계적 업무지원을 위한 사모펀드지원팀을 신설했다. 당시 한국금융투자협회는 “회원서비스부문과 대외서비스부문의 양 부문체제는 유지하면서 정책지원기능과 회원지원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권 회장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삼성증권 유령 배당 사태와 유진투자증권의 해외주식 사고 등 증권업계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9월 권 회장은 ‘금융투자업계 혁신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2019년 1분기 중 증권사별 내부통제 실태 점검 및 평가 △금융사고 등에 대한 예방·사전·상시적 대응을 위해 업계 자발적으로 전담기구 구성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윤리 강화를 통해 업계의 내실을 다질 것 등이었다.

 

권 회장은 혁신 플랜을 발표하면서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자산 증대 및 혁신성장 촉진, 적극적인 해외진출 등 각고의 노력과 성취를 이루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발전적 대안을 고민하고 금융사고를 선제적으로 방지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는 산업의 위상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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