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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밤으로 만든 몽블랑과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생율 Bomb

그렇고 그런 EDM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 익숙함의 재조합이 만드는 마성의 중독성

2018.11.19(Mon) 15:56:33

[비즈한국] 우두커니 서서 밤을 바라본다. 통통한 밤. 쪄먹으면 맛있겠다. 

순간 머릿속에 ‘군밤타령’이 재생된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새로운 것이 필요해.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머릿속에서 군밤타령이 이리 쿵, 저리 쿵 찧으며 부서지고 다른 것과 섞여 재조합이 된다. 그렇게 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의 ‘생율 Bomb’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군밤타령 + NCT 127의 ‘Cherry Bomb’ + T.O.P의 ‘DOOM DADA’ = 생율 Bomb

밤을 그대로 먹어도 참 맛있겠지만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가 매만진 밤은 또 어떨까? 이를테면 파티시에가. 파티시에의 손을 거친 밤은 보통 ‘몽블랑’이라는 이름의 가토로 다시 탄생한다. 

머릿속에서 온통 밤, 밤, 울려대는 통에 덜컥 두 개를 사버렸다. 첫 번째는 우나스(UNAS)가 가을을 기념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예고하는 귀여운 방식, 깜찍한 빨간 모자를 쓴 사랑스러운 가토인 ‘몽블랑 드 노엘(Mont-Blanc de Noël)’이다.

우나스의 산타, 몽블랑 드 노엘. 사진=이덕 제공


독일 국적을 가진 음악의 아버지가 연상되는 이름과 달리 요한 일렉트릭 바흐는 한국의 전자음악가다. 기존의 곡을 활용해 리믹스, 매시업을 만든다. 

(사)요한 일렉트릭 바흐 재단에 따르면 요한 일렉트릭 바흐는 2012년 6월 30일, 자택에서 우유에 ‘콘푸로스트’를 타 먹으며 트위터를 구경하다 난생 처음으로 휴대폰에 걸려온 전화 벨소리에 깜짝 놀라 신시사이저에 우유를 쏟는 바람에 감전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생전에 간장게장을 좋아했기에 장례는 간장게장으로 치렀다. 다만 2017년 서울인기페스티벌을 앞두고 서울 공공설계사업의 일환으로 부활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 사진=요한 일렉트릭 바흐 페이스북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고 자기복제가 계속되는 탓에 ‘EDM(Electronic Dance Music)’ 시장이 저물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던 한국의 EDM 팬들의 귀에 들어온 것이 바로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이 음악이었다. 

전국 Handclap 자랑 = Fitz and The Tantrums의 ‘HandClap’ + Song Hae(송해)의 ‘전국노래자랑’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노래는 2~4곡의 음악들을 에디트, 매시업 해서 만든 것이기에 여기에 사용된 음악을 미리 알고 있다면 듣는 재미가 곱빼기가 된다. 곱빼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노래를 듣는 동시에 우주는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세계로 재구축되고, 두 번 다시는 원곡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게 된다. 

동시에 뭔가에 홀린 듯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려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를 찬양하기에 이른다. 때문에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유튜브에는 수많은 간증 댓글이 달려 있다. 애타게 그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부터 수능 전에 이런 노래를 내놓으면 어떡하느냐는 하소연까지. 

몽블랑 드 노엘 역시 저 빨간 모자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면 3D로 맛을 즐길 수 있다. 빨간 모자는 밤크림이다. 하얀 것은 솜이 아니라 코코넛 기모브. 바삭하게 잘 구워진 파트 슈크레 안에는 무화과 아몬드 크림과 보늬밤이, 빨간 모자 바로 아래에는 타히티 바닐라 무스, 다시 그 안에 카시스 꿀리가 들어 있다. 

가장 먹기 좋은 방법은 아래를 잡고 들어 올려 크게 한 입 먹는 것이다. 그래야 저것들이 골고루 입 안으로 들어온다. 우아함과 커트러리는 잠시 미뤄둔다.

몽블랑-안시. 셰프 줄리앙이 고향 ‘안시’를 떠올리며 만든 제품이다. 사진=이덕 제공


귀여운 산타 모자를 세 입에 다 먹어버렸다면 이제 두 번째 몽블랑을 먹을 차례다. ‘가토 드 보야주(Gateaux de Voyage)’의 ‘몽블랑-안시(Mont blanc-Annecy)’다. 하나는 서서 먹고, 앉아서 하나 더 먹고, 하나는 포장하고, 다른 또 하나는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픈 그런 몽블랑이다. 

향긋하고 묵직한 밤무스와 새콤한 카시스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역시 손으로 들고 한 입 크게 물어 씹고 있으면 입 안 가득한 밤무스 사이로 달타냥의 칼놀림처럼 카시스가 샥샥 새콤하게 베며 돌아다닌다. 더불어 타르트와 머랭이 주는 다채로운 식감까지. 

한때 양과자점을 찾아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린 노래가 있다. 너무 많이, 자주 들어서 지겨워서 넌덜머리가 나지만 왠지 입에 붙는 가사와 멜로디. 결국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야 마는 노래. 그것을 요한 일렉트릭 바흐가 놓칠 리 없다.

Cyber Seoul.

트로트는 한국대중음악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르다. 트로트는 EDM과 함께 떠올리기 어려운 장르지만 힙합 음악이 샘플링을 하는 데서 장르를 가리지 않듯 요한 일렉트릭 바흐 또한 선입견 없이 트로트를 자신의 매시업 소재로 썼다.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NCT 127의 ‘무한적아’, 그리고 꽤 흥미로운 춤으로 한동안 인터넷 밈의 소재로 많이 쓰였던 드레이크(Drake)의 ‘Hotline Bling’을 모아서 작업했다. 상상이 조금도 안 될 테니 빨리 들어보는 것이 답이다.

무한적이영표. 이 노래를 트로트랩(trot + rap)이라 일컫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디제이, 타이거디스코가 이런 특별한 음악가를 지나칠 리 만무하다. 타이거디스코가 틀어주는 이 노래에 춤을 추고 있노라면 춤 실력이 다섯 계단씩 늘어나는 동시에 뼈와 살이 분리되는 기분이 든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가 댄스 플로어에서 즐겨 트는 노래이기도 하다. 

Pierre Cardin.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악이 예상치 못하게 섞여 있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이런 작업을 한때 유행이라 치부하기에는 그의 내공은 한없이 깊고도 넓다. KBS TOP밴드2 1차 예선 탈락,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리믹스 특별상 수상, 무키무키만만수 리믹스 콘테스트 참가 등 오래전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왔으며 2개의 앨범을 낸 음악가이기도 하다.

 

최근에 가장 큰 화제가 된 ‘전국 Handclap 자랑’ 발표 이후 몇 달 사이 빠르게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때문에 내년은 ‘요일바’의 해가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내년엔 더 자주, 더 큰 무대에서 요일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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