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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김장철 대목 옛말, 가락시장은 지금

절임배추 구매 비중 절반 넘고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비싸 한산

2018.11.16(Fri) 15:36:19

[비즈한국]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주부들은 월동준비로 바빠진다. 가장 큰 숙제는 단연 ‘김장’이다. 김치냉장고를 깨끗이 비우고 1년을 함께할 새 김치를 채워야만 마음 편히 겨울을 맞을 수 있다. 김장철을 앞둔 재래시장의 풍경은 어떨까. ​‘비즈한국’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을 다녀왔다. 

 

15일 방문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김장철을 앞두고도 시장이 한산하다. 사진=박해나 기자

 

# 김장철 앞두고 썰렁한 농수산물시장, 김장족 줄어들었나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입구부터 한산했다.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이 쉼 없이 오가고, 흥정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을 기대했으나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김장철을 앞둔 농수산물시장치고는 오가는 사람들이 적고 물건도 많지 않았다.  

 

김장을 직접 담그기보다 시판 김치를 사먹는 가구가 늘어나고, 김장을 하더라도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난 탓이다. 시장 입구에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상인은 “김장철인데 시장에 사람이 너무 없다. 이렇게 한산한 것을 보라”며 “다들 김치를 사 먹으니 김장철이라도 이제 대목이라 부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판 김치를 구입하는 가구는 2013년 8%에서 2017년 13%, 올해는 16%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구 비중은 65%로 높은 편이긴 하나 53%가 절임배추를 구입해 간편하게 김장을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임배추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2011년 39%였던 절임배추 선호도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53%로 신선배추 선호도(47%)보다 높아졌다.

 

절임배추를 미리 구입하는 것이 요즘 김장 트렌드. 때문에 시장에서는 무, 대파 등 양념 재료가 더 잘 팔린다. 사진=박해나 기자


김장 재료를 사러 시장을 방문한 김옥선 씨(78)도 올해 김장을 위해 미리 절임배추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시골에서 절임배추 20kg을 7박스 주문했다. 가격은 박스 당 3만 원”이라며 “배추를 절이는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어 절임배추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다”고 말했다. 

 

절임배추는 김 씨처럼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8 김장의향 보고서에 따르면 절임배추 구매처로 산지 직접 구매가 30%, 백화점 및 대형유통업체 24%, 지인 통해 구입 8% 등으로 나타났다. 

 

김장 재료 중 하나인 무는 도매시장 및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백화점 및 대형유통업체는 19%, 산지 직접 구매는 9% 등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은 김장 양념재료였다. 무, 알타리무, 홍갓, 대파 등의 가격을 흥정하고 여러 묶음으로 구입해 차량에 넣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김장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사람들. 사진=박해나 기자

 

# 재래시장 저렴하다는 것은 옛말, 마트와 차이 없어

 

여름철 폭염으로 지난 추석까지만 해도 배추, 무 등의 채솟값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6000~8000원까지 치솟고 무도 개당 가격이 5000원을 찍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또 다시 채솟값이 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금(金)치’ 파동은 면했다. 최근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물량 공급이 안정세를 타 김장 재료 가격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생강의 몸값이 높아졌다. 여름철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배 이상 뛰었다. 1근 가격이 6000원 이상이다.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생강이 너무 비싸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배추, 무 등을 구입하면 ‘덤’으로 생강을 넣어주던 풍경도 사라졌다. 시장 상인은 “올 여름 생강 농사가 안돼 너무 비싸다”라며 “박스당 3만 원에 사오던 것을 지금은 10만 원에 구입한다. 서비스로 생강을 달라는 손님들과 매일 실랑이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물가정보는 최근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을 전통시장 26만 7000원, 대형마트 30만 8000원으로 예상했다.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에서 김장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약 4만 원 저렴할 것이란 계산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마트와 시장에서의 가격 차이를 체감하는 정도는 미미했다. 몇몇 품목은 대형마트보다 가락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비쌌다. 

 

가락시장에서는 대파 1단 가격이 2000~3000원 사이다. 시장 건너편 롯데마트에서는 1880~2580원으로 판매한다. 무 한 개를 구입할 경우 시장에서는 1500원에, 마트에서는 1480원에 살 수 있다. 다발 무 가격은 시장 5000원, 마트 4480원으로 책정돼있다. 

 

아이를 데리고 시장을 찾은 주부 김지현 씨​(35)는 “시장이 저렴할 것이라 생각해 구경삼아 나와 봤는데 생각보다 비싸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비슷한 가격이라면 마트에서 구입하고 배송 요청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표기를 하지 않으니 소비자는 매번 가격을 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정부에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2011년부터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전통시장 지원에 2조 2891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27조 3000억 원에 달했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16년 조사에서 21조 8000억 원으로 5조 5000억 원이 감소했다.

 

주차장과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 투자에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카드 사용이 어려운 부분이나 불친절한 태도, 가격 미표기 등에 대한 불만사항은 끊이지 않는다.  

 

가락시장도 대부분의 상인이 현금 결제만을 요구했다. 현금영수증 발행도 없었다. 시장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는 지갑에 두둑한 현금을 챙겨오는 것이 필수다. 상품에 따로 가격 표기를 하지 않는 것도 시장의 고질적 문제다. 도·소매를 병행하고 있다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은 크다. 

 

배추 구입을 위해 시장을 찾은 한 주부는 가격 때문에 상인과 다툼을 벌였다. 처음에 말한 가격과 구입할 때의 가격이 달라졌다는 게 이유였다. 상인은 “처음에 많이 산다기에 10박스쯤 살 줄 알고 싸게 말한 것”이라며 “3박스만 사니 싸게 줄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가격 표기를 하지 않으니 소비자는 매번 가격을 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에 대해 상인들이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시장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상인들은 여러 번 가격을 확인하는 소비자에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아예 대꾸를 하지 않기도 한다. 

 

시장을 나서던 한 주부는 “마트에서는 의성마늘을 살 수 없어 시장을 찾았다”며 “여러 물건을 비교해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장을 찾지만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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