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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니까, 혼자라도 좋은 마지막 단풍놀이

계림의 단풍비, 핫한 황리단길 걸어보고 밤엔 월지의 야경까지

2018.11.09(Fri) 15:04:57

[비즈한국] 경주로 가자. 수학여행을 떠나자는 건 아니다. 사라져가는 가을 단풍 잡으러 간다. 경주 단풍은 아는 사람 사이에선 익히 유명하다. 개발을 못하는 유적지의 숙명으로 도시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지천에 나무와 숲이 한가롭게 펼쳐지기 때문. 힙한 카페와 식당들이 모여 있어 경리단길 저리 가라 명성 자자한 황리단길도 걸어보자. 경주까지 내려갔는데 단풍만 보고 오긴 아쉽다. 제주 부럽지 않은 주상절리 켜켜이 내린 파도소리길도 거닌다. 무작정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을, 경주다.

 

경주 단풍은 아는 사람 사이에선 익히 유명하다. 개발을 못하는 유적지의 숙명으로 도시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지천에 나무와 숲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사진=경주시청 제공


서울에서 신경주역까지는 KTX로 2시간이면 닿는다. 서울역에서 새벽 5시 15분에 신경주행 첫차가 있고,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기차는 신경주역에서 밤 10시 55분에 출발한다.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당일여행으로 콧바람 쐬기 제격이다. 첫차와 막차는 미리 끊으면 10~20% 할인도 된다. 복잡한 머릿속, 기분전환을 위한 여행이라면 오랜만에 새벽기차도 새롭다. 신경주역에서 내리면 경주 시내까지 가는 버스가 여럿이다. 30~40분이면 족하다. 경주의 시골길과 구도심 곳곳을 누비며 달리는 버스도 서울에서 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도시는 부드러운 곡선의 연속이다. 네모반듯한 도시의 빌딩 속에서 벗어나 곡선을 만끽한다. 저 멀리 직선을 향해가던 마음도 잠시나마 둥글려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구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능선의 곡선을 지나치며 걷다 보면 옛 친구 손잡은 듯, 엄마 품에라도 안긴 듯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경주에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외지에서 놀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가깝게는 포항이나 울산, 부산 등의 경상권에서 쉽게 주말 나들이를 오고, 황리단길이 인기를 끌면서는 서울에서도 먼 거리 마다 않고 여행을 온다. 오래된 신라시대 왕릉들이 무시로 앉아 있는 길 위에 삼삼오오의 소풍객이 더해진다. 거리를 떠다니는 활기와 고고한 구도심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구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능선의 곡선을 지나치며 걷다 보면 옛 친구 손잡은 듯, 엄마 품에라도 안긴 듯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사진=이송이 기자


# 대릉원, 계림, 최씨고택으로 이어지는 경주산책

 

경주여행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뉜다. 경주역과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천년 경주의 다양한 유적이 모여 있는 구도심과 황리단길, 불국사를 품고 있는 경주남산권, 그리고 현대적 관광시설이 몰려 있는 보문관광단지다. 

 

구도심은 경주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구역이다. 대릉원과 첨성대, 계림을 지나 최씨고택까지 슬렁슬렁 걷다 보면 가을이 무턱대고 와 안긴다. 거리 곳곳에 놓인 능과 탑을 벗 삼아 한복까지 빌려 입으면 ‘시간여행자 놀이’도 가능하다. 대릉원 정문에서 1km, 후문에서는 300m면 닿는 황리단길도 요즘 구도심 놀이의 핵심이다. 

 

황리단길은 차 두 대가 서로 교차할 수 있을 정도의 주 도로를 중심으로 골목마다 하나둘 상권이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콘셉트의 식당과 바, 카페는 물론 서점, 빵집, 구멍가게, 아이스크림집, 고깃집, 초밥집, 수제맥줏집과 버거집, 루프톱이 있는 식당과 노천카페, 사진관과 타로점집 등 거리의 가게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고개가 자동으로 좌우로 돌아간다.

 

황리단길에서는 어디 한 곳 유명하지 않은 집이 없다는 듯 인스타그램에서도 가게마다 나름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허투루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으로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가게들이 줄줄이 붙어 있어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자꾸 멈춰 서서 구경하게 된다. 편도 1km 정도 되는 주 도로를 왕복해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황리단길 주변으로 곳곳에 뻗어 있는 골목길 탐험도 재미있다.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가다 보면 오래된 가정집과 만나며 경주의 속살을 엿보는 기분마저 든다.  

 

자그마한 가게들이 줄줄이 붙어 있어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자꾸 멈춰 서서 구경하게 된다. 편도 1km 정도 되는 주 도로를 왕복해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사진=이송이 기자

 

구도심의 중심은 대릉원 일대다. 넓은 평원에 펼쳐진 잔디가 도시인의 숨통을 틔워준다. 아이들은 공을 차고 젊은 여행자들은 피크닉을 즐긴다. 올 여름 한강에서 텐트 대여 서비스가 유행했던 것처럼 요즘 경주의 너른 잔디 위에서는 피크닉세트 대여가 유행이다. 

  

대릉원을 지나 첨성대까지는 핑크뮬리가 지천이다. 벼과에 속하는 핑크뮬리는 이름처럼 분홍색 꽃차례가 아름다워, 햇살 좋은 날 핑크뮬리 속에 있다 보면 현실인지 환상인지 헛갈린다. 당대에는 최고의 천문대였다던 국보 제31호 첨성대는 놀이공원의 조형물처럼 소박하게만 보인다. 황리단길에서는 능을 상징하는 녹차 아이스크림 위에 첨성대 모양 과자를 올린 음료가 유행이다. 10m 남짓인 첨성대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별을 관측하고 우주를 보며 계절의 흐름을 읽고 세상살이의 견해를 넓혀갔던 신라인을 상상한다. 최첨단 장비에 둘러싸여 근거리만 보고 사는 나의 시야는 어떠한가 생각하니 스마트폰의 정보 홍수가 달갑지만은 않다.

 

신라 초기에 조성되어 2000년의 세월을 무던히 지켜온 계림은 가지들마저 아늑하게 굽어있다. 사진=경주시청 제공


첨성대 지나 여름에는 녹음 우거지고 가을에는 단풍비 나리는 계림에 든다. 물푸레나무를 비롯해 회나무 등 100여 주의 울창한 고목을 자랑하는 계림은 완벽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신라 초기에 조성되어 2000년의 세월을 무던히 지켜온 숲은 가지들마다 아늑하게 굽어 있다. 두툼한 나무기둥에 등을 대보면 말없이 세월이 전해진다. 평화롭고 안온하다. 

 

대릉원부터 계림을 거쳐 최씨고택이 있는 교촌한옥마을까지는 1~2시간 남짓의 산책 코스다. 최씨고택은 만석지기의 집이라기엔 생각보다 아담하다. 12대로 이어지는 만석지기 가문의 가훈이란 이런 것이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흉년기에 땅을 늘리지 말고,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는 것은 물론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교촌한옥마을에 있는 최씨고택은 만석지기의 집이라기엔 생각보다 아담하다. 사진=이송이 기자

 

최씨고택에서 얻는 또 하나의 재미는 교동법주다. 조선 숙종때 궁중에서 유래된 교동법주는 최 부자댁에 전해 내려오는 술로 이곳에서 살 수 있다. 밀누룩과 찹쌉을 함께 넣어 빚고 100일간 숙성하는데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6-3호로 지정되어 있다. 

 

# 밤이 더 좋은 동궁과 월지, 주상절리 드러난 파도소리길도 매력 

 

경주의 밤도 좋다. 조명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안압지)는 나무가 빼곡하고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야경이 압권이다. 왕자가 사는 동궁과 달이 비치는 연못 월지는 낮보다 밤에 더 운치 있다. 야간에 운영하는 야간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밤 여행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조명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안압지)는 나무가 빼곡하고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야경이 압권이다. 사진=이송이 기자

 

또 하나, 경주에도 장쾌한 바다가 있다. 주상절리와 함께 바닷길을 걸어보는 파도소리길은 읍천항에서 시작해 출렁다리를 거쳐 주상절리조망공원을 지나 율포진리항까지 이어진다. 왕복 4km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주상절리와 산책로 전 구간에 조명이 설치되어 밤에도 안전하고 멋스럽다.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뚜벅이족을 위해 경주시가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여행이 좀 더 편해진다. 야간시티투어버스 외에도 낮에는 요일과 출발장소에 따라 동해안투어, 세계문화유산투어, 신라역사스토리투어, 황리단길투어, 양동마을·남산투어 등이 운행된다. 이용료는 성인 기준 2만 원 정도다. 신경주역과 경주역을 비롯해 여러 호텔에서 탈 수 있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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