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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소규모 관광안내업 신설 '메기와 미꾸라지 사이'

관광통역안내사 "고객 창출 기회" 환영 반면 여행사들 "시장 더 혼탁" 부정적

2018.11.08(Thu) 18:26:58

[비즈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창업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86개 업종, 105건에 걸친 창업규제 혁신방안의 골자는 1인이나 소자본, 신업종의 창업을 더 쉽고 간편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관광안내업 신설’​이 포함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별 외국인을 안내하려면 일반여행업 등록이 필수였다. 일반여행업에 등록하려면 자본금이 최소 1억 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소규모 관광안내업이 신설되면, 자본금 2000만 원 내외로 외국인 대상 관광안내업에 등록할 수 있게 된다. 단, 일반여행업이 숙박과 항공 등 여행 전반의 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소규모 관광안내업은 가이드 업무만을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주무관은 “현재는 소규모 관광안내업 신설에 따른 준비사항을 비롯해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있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 관광객의 80% 이상이 개별자유여행객(FIT)인 것을 감안해 자유여행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국내여행 인프라를 제공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창업 업종을 세분화하고 신설하는 창업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다.​

 

소규모 관광안내업이 신설되면, 자본금 2000만 원으로 외국인 대상 관광안내업에 등록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일반여행업과 달리 가이드 업무만을 할 수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과 가이드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소규모 관광안내업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함께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인 안내 가이드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A 씨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하면서 그동안 쌓은 고객 데이터가 많은 가이드는 직접 창업을 하고 모객을 할 수 있다. 여행사와 수익을 나눠가지지 않아도 되니 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그는 단순히 여행사와의 ‘밥그릇 싸움’만은 아니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내국인을 해외로 송출하는 아웃바운드 중심으로 20여 년간 여행사를 운영해온 B 대표 역시 긍정적이다. 그는 “국내 여행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언어와 SNS에 능통한 청년 창업자의 경우 해외 사이트에 자신만의 독특한 테마여행 스케줄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인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갔을 때 현지인의 안내를 받는 독특한 데이투어 상품을 소비하듯, 국내에서도 그런 식의 여행판매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2018년 상반기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는 722만여 명. 아시아인이 79.7%였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30.1%, 일본인 18.1%, 대만인이 7.7%로 그 뒤를 이었다. 사드 보복 여파가 아직 남아 있지만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다. 입국자 수로 보면 225만여 명에 이른다. 소규모 관광안내업이 신설될 경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곳이 중국인 대상 인바운드 여행사들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10여 년간 국내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인바운드 여행사를 운영했던 C 전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는 자본금을 올려도 모자라다. 진입장벽을 낮추면 국내 인바운드업은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C 전 대표는 관광안내업에 등록하기가 쉬워지면 신규 사업자들은 ‘위챗(중국에서 많이 쓰는 SNS)’을 통해 모객을 하게 되고 요금은 경쟁적으로 점점 더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며 쇼핑만 하고 끝나는 싸구려 여행이 더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인 관광객을 ‘보따리상’으로 둔갑시켜 면세점에서 쇼핑을 시키고, 되팔아 챙긴 차익과 면세점 리베이트를 챙기는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의 지금 방식을 따라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더 늘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또 다른 중국인 대상 인바운드 여행사 D 대표 역시 부정적이다. 그는 “애초에 중국인 여행객이 한국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이 크지 않다. 자연풍광이나 역사가 그들만 못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서 그저 짧은 시간 안에 쇼핑하고 잘 먹고 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격조건이 완화돼 창업자가 늘면 경쟁만 더 치열해지고 모객을 하는 데도 편법이 난무할 거라며 걱정했다.

 

D 대표는 “여행업계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진입이 가능하지만 정작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계에 들어왔다가도 금방 지쳐서 나자빠질 확률이 높다. 노하우가 있는 인바운드 여행사들도 사드 여파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오히려 업계 물만 흐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0여 회원사를 거느린 한국여행사협회(KOSTA) 이운재 회장은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 아직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이미 혼탁해진 여행시장에 이 같은 정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0여 여행사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법령이 시행되기 전이라 아직은 어떠한 입장도 없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규모 관광안내업 신설과 관련해서 2019년 12월까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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