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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을까

청원 빗발치지만 가능성은 낮아…공원 조성, 주변 개발 맞물려 투기 우려

2018.11.07(Wed) 15:18:17

[비즈한국] 114년 만에 열린 금단의 땅, 용산 미군기지에도 부동산 열풍이 분다. 최근엔 주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공비행’ 중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주변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부푼 기대감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미군기지에 서울을 상징하는 생태자연공원을 조성할 방침이지만, 용산 자체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파급력이 높은 지역이라 공원 조성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 348만㎡(약 100만 평) 크기다. 서울 은평뉴타운 면적과 비슷하다. 북쪽엔 남산, 남쪽엔 한강을 끼고 강남과 강북을 잇는 ‘서울의 중심’이라 부동산 가치도 높다.  여기에 용산은 물론,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곳은 용산 미군기지가 유일하다. 

 

용산 미군기지는 1904년 일본이 용산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그런데 올해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관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114년 동안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리게 되면서 부지 활용을 두고 다양한 주장과 요구가 나온다.

 

114년 동안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리게 되면서 부지 활용과 주변 개발을 두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 “임대주택 지어 서울 집값 잡자​ 

 

이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폭발’한 활용 방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부터 시작됐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과열된 서울 부동산 열기를 가라앉히자는 주장이다. 이 내용을 담은 청원이 처음 게시판에 올라온 건 지난해 말이지만, 올해 9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집을 지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이 공식화된 직후 불이 붙었다.  

 

비슷한 내용의 국민청원이 이어지면서 9월 12일엔 민중당이, 25일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용산 미군기지 이전 지역에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지어야 한다”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자신의 SNS에 용산 임대주택 청원 관련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 방안도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자, 조국 수석은 몇 시간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11월 7일 현재까지도 용산 미군기지 임대주택 건립 청원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도 공공임대주택 건설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게 부동산 업계 중론이다. 만약 정부가 용산 임대주택 공급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유다. 정부는 2004년 한국과 미국 정상이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용산기지이전협정, YRP)한 이듬해부터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고 현재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조성계획’을 수립 중이다.

 

따라서 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특별법 4조 2항을 보면 “국가는 본체 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 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국토부 등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1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저도 추정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전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공원 또는 임대주택 등을 바로 지을 순 없다. 기지 폐쇄, 미군공여지 SOFA(한미행정협정) 규정에 따른 반환절차 완료, 추가적인 토양 정화 작업 등이 시작된다. 특히 과거 다른 지역의 미군기지 토지 반환 작업에만 10년가량 소요됐던 사례를 보면, 용산 미군기지도 비슷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침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점도 임대주택 건설 실현 가능성을 낮춘다. 그동안 ‘용산 통개발’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던 국토부와 서울시도 이번엔 한목소리로 용산 공원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공개 버스투어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임대주택 건설에 대해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용산공원은 일상과 평화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자리에서 “용산기지는 남산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온전한 형태의 생태공원을 조성해 미래 세대에게 교훈의 장소로 물려줘야 한다”며 “국가 공원이라 국토부 관할이지만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성장현 용산구청장,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왼쪽부터 ​)이 지난 2일 용산 미군기지 공개 버스투어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공원 조성에 용산 개발 본격화 기대감에 투기 심리 가중

 

정부와 서울시가 공원 조성을 못 박으면서 용산 미군기지를 둘러싼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그널’로 읽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과 박 시장이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한 건 공식적으론 올해 말까지 총 6차례.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용산기지 투어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서였지만,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공원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섞여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산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개발 사업들과 맞물리면 또 다시 ‘투기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공원 조성과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통개발’ 발언(관련기사 [현장] '박원순 통개발'로 달아오른 여의도에 '오세훈 그림자') 이후 ‘원정투자’ 수요가 몰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7일 발표한 지난 9월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량을 보면, 용산구의 서울 외 외지인 주택 매입 건수는 173건으로 전체 거래량(522건)의 33.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23.2%에 비해 1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강남(25.0%), 송파(26.9%), 서초(19.7%) 등 강남 3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보다도 높다.

 

주택매매거래량 집계는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 기준이다. 주택거래 신고 기간(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을 고려하면 9월 신고 건수에는 7~8월 계약분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7~8월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막 시작된 시점이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 출장지에서 ‘여의도 용산 일대 통합개발’ 발언을 했던 시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통개발 논란이 커지자 박 시장이 계획을 보류했고,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로 당분간은 ‘투기 심리’가 가라앉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용산은 신분당선, GTX, 유엔사 부지 개발, 한남 뉴타운 3구역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을 앞두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든, 임대주택을 짓든 가격이 오를 만한 요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과 규제 등으로 실수요 목적 외에 다른 형태의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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