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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수능 D-14,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쌤'의 수험생 응원

연기도 영상도 모르던 세 아마추어 '빠더너스'의 유튜브 코미디 도전기

2018.11.01(Thu) 16:17:27

[비즈한국]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서 맞으면서 배웠어요. ‘야 이것도 몰라?’ 스스로 때리면서.” 인터뷰는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됐다. 수능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지난 10월 31일 밤 9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인기몰이 중인 ‘인강(인터넷 강의)’​ 강사 ‘문쌤’과 그의 영상을 함께 제작하는 팀원들을 만났다. 

 

지난밤을 새며 ‘수험생 응원 영상’ 작업을 했다는 문쌤 문상훈 씨와 그 팀원 강홍석, 김진혁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팀 이름은 ‘빠더너스’.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배트를 시원하게 던지는 행위인 ‘빠던’에서 따왔다. 자신들의 영상이 ‘웃음 홈런’을 날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인강 강사가 웃음이라니?

 

‘한국지리 문쌤’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마추어 스케치 코미디팀 ‘빠더너스’. 사진=박현광 기자

 

사실 빠더너스는 1991년생 동갑내기 3명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코미디팀이다. 문쌤은 실제 인터넷 강의 강사가 아닌 문상훈 씨가 연기한 코미디 캐릭터다. 영상 속 문쌤은 한국지리 일타강사지만, 학생들이 부모님에게 공부하는 척 쉴 수 있게 도와주는 ‘페이크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인기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나갔던 ‘썰’을 풀기도 한다. 말투나 제스처, 현장 학생과 나누는 대화 등 깨알 같은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진짜 인강 강사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2016년이었을 거예요. 상훈이가 같이 코미디를 하자더라고요. 코미디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그때 키앤필(미국의 유명 블랙코미디팀) 영상을 보여줬어요. ‘코미디가 멋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죠.”

 

강홍석 씨의 말이다. 강 씨와 김 씨는 팀 내에서 영상 편집을 주로 담당하고, 문 씨는 영상에 직접 등장하는 주인공 역할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만 명이 조금 넘었다. 매 영상은 평균 10만여 조회 수를 얻고, 많게는 44만여 회까지 나온다. 300~700개의 댓글도 꼬박꼬박 달린다. 대형 연예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 TV 채널에서 간접광고를 의뢰할 정도로 빠더너스만의 코미디 색깔을 인정받을 정도다.

 

문상훈 씨는 2015년 교환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봤던 블랙코미디에 위로를 받았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코미디팀을 꾸렸다. 사진=박현광 기자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다. 2016년 시작 당시 만들었던 영상의 조회 수는 1000회 정도였다. 방송사 공채로 뽑히지 않은 ‘갑툭튀’ 세 명의 아마추어 코미디언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발버둥치던 차에 우연히 코미디언 유병재 씨를 만났다. 유 씨는 코미디를 향한 빠더너스의 열정을 알아봐 함께 일하길 제안했다. 문 씨는 조회 수 100만이 훌쩍 넘는 유 씨의 콘텐츠에 출연하면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병재 형 영상 작업을 도와주면서 따로 떨어져 나와서 우리 코미디를 하고 있어요. 원칙은 상처 주지 않는 코미디를 하는 거예요. 비난이나 비하가 아니라 참신한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공부를 많이 해요. 의도와 다르게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문대만(문상훈 대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안 보고 하는 리뷰 ‘문탐노씨’ 등 여러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지만 역시나 단연 인기는 ‘한국지리 문쌤’이다. “뻔뻔하게 연기 잘한다”, “진짜 강사인 줄 알았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을 정도로 문 씨의 모사 수준은 일품이다. 하지만 빠너더스 팀원 중 누구도 영상이나 연기를 배운 적 없다. 문 씨는 그저 어릴 적부터 사람을 관찰하고 따라 하기를 좋아했다고.

 

김진혁 씨는 문 씨의 동네 친구의 친구로 연을 맺어 함께 코미디를 시작했다. 초기엔 영상 다루는 법도 몰랐다고. 사진=박현광 기자

 

“실제 인강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해요. 앞에 아무도 없죠. 상훈이 혼자서 연기하는 거예요. 상황을 미리 만들어 두긴 하지만 단어 단위의 대본은 없어요. 애드리브가 많죠. 무조건 원테이크로 찍어요. 찍는 시간이 ​총 ​12분을 넘진 않고요. 거의 그대로 쓴다고 보시면 돼요. 잘될 거라 생각은 못 했어요. 사실 2년 전에 영상 의뢰가 들어와서 똑같은 콘셉트로 찍었다가 퇴짜 맞았거든요.”

 

팀에서 각자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콘티부터 대본까지 기획은 함께한다. 실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문 씨뿐이지만 팀원들은 모두 각자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빠더너스가 닮고 싶은 코미디팀은 영국의 몬티 파이튼(Monty Python)이다.

 

“몬티 파이튼은 연출, 편집, 대본, 연기, 촬영, 의상, 소품 등 각자 맡은 일이 있지만, 구성원 모두 자신이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해요.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이 웃고 싶어서 몬티 파이튼이 만드는 영화 제작비를 대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소소한 웃음이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강홍석 씨는 경남 창원에서 서울로 와 코미디에 열정을 쏟고 있다. 문 씨와는 대학 동기다.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하나하나에 자부심과 동기를 얻는다고. 사진=박현광 기자

 

자신들이 숨겨둔 웃음 포인트를 사람들이 찾아낼 때 희열을 느낀다는 빠더너스. 마지막으로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자극적으로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곱씹을수록 재밌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그걸 알아보는 분들이 마니아층으로 형성돼서 응원해주세요. 특히 수험생이 많죠.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능은 올림픽 같아서 응시하는 학생들 모두 이미 응원받아 마땅하다’예요. 우리 영상을 보고 다시 신발 끈을 묶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어요.”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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