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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한번 오른 임대료는 왜 내려가지 않을까

지역 평균 임대료에 묶여 있는 데다 대부분 담보대출 낀 탓

2018.10.30(Tue) 17:18:01

[비즈한국] 도시의 낡은 주거지나 공장단지가 상권지로 변화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롭다. 이는 그 지역이 가진 특성에 더해 낮은 임대료가 토양이 되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유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비즈니스는 거둘 수 있는 수익이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의 변화는 한 상권의 비즈니스를 바꾸는 요인이 된다. 상권에서 임대료 인상으로 비즈니스 믹스가 변화하는 과정을 우리는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른다.

 

그런데 한번 올라간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상권지가 가진 가치에 비해 임대료가 과도해지면, 그 지역을 유지했던 비즈니스들이 상권을 탈출하기 시작한다. 이는 과거 성장의 시대에 항상 공간이 부족했던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며, 가치라는 것이 눈에 쉽게 목격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번 오른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임대 공고가 붙은 아파트 상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상권지에서 그 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임대료를 책정해도 임대료는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 많은 상권이 이미 침체의 과정에 진입한 지 한참 뒤에야 임대료 동결을 외치며, 과도한 임대료로 인해 공실이 생기더라도 쉽게 그 가격을 꺾지 않는다. 결국 지역에 공실이 매우 늘고서야 뒤늦게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다.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매우 쉬운데 하락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먼저 한 지역의 임대료는 지역의 평균 임대료에 어느 정도 묶여 있어 임대인이 완벽하게 자율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특히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받을 경우 그 지역과 건물의 다른 임대료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혼자 큰 폭으로 인하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부분의 상가 건물이 항상 담보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현금으로, 그것도 일시불로 구매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설사 온전히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쳐도 대부분은 그 돈으로 상가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끼고 여러 채를 보유한다. 이것은 임대료의 하방 경직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대출은 담보물인 상가건물의 가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상가의 가치가 오를수록 더 여유롭게 대출받을 수 있으며, 상가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 감액이 발생할 여지 또한 존재한다. 그런데 이 상가의 가치 평가에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임대료다. 임대료의 수익에 따라 상가의 가치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대료 인하는 상가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시적 공실이라고 판단될 경우는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보다 일시적 공실 상태로 두는 것이 건물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대출까지 엮여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생각해보면 임대료의 인하는 어지간해서는 임대인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료가 자유롭게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락의 가능성은 낮고 상방으로의 인상 가능성만 열려 있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건물주인 이유는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금융비용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입주 수요가 항상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일단 다양한 뜨는 상권의 공급으로 과거만큼 특정 상권의 집중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전체로 보면 상가 공급은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요보다 더 과도하다. 또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역에 적정한 상가와 비즈니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과거의 추세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비즈니스와 상가는 서로 긴밀하게 엮여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 또한 존속하기가 힘들다. 이런 상권의 초과공급, 상가의 초과공급으로 인한 판매자 시장에서 구매자 시장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하방 경직적인 임대료 운용을 해선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언제나 냉철하게 상가와 상권의 가치를 판단하고 임대료가 그 가치를 초과하지 않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가치는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만약 이를 놓친다면 상가와 비즈니스의 결합체인 상권은 무너지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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