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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카페는 어떻게 밥집을 몰아냈을까

대학가에 식당 사라지고 카페가 점령…수익성 차이가 원인

2018.10.23(Tue) 13:13:14

[비즈한국] 10년쯤 전에 이런저런 일로 한 여대 앞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그러다 보니 여대 앞의 상권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 학교 학생들만큼이나 자주 보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전성기로 들어서던 시점이다. 젊음과 문화의 중심축인 대학가에선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였고, 카페들의 진입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목격한 것은, 분명 초창기만 하더라도 분식점과 식당, 화장품과 옷가게가 늘어서 있던 여대 앞 상권을 카페들이 점령하기 시작한 현상이었다. 카페들은 분식점과 식당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며 마치 징기스칸의 정벌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빠르게 그 지역의 점포들을 점령해갔다. 오죽했으면 ‘이 학교 학생들은 밥 안 먹고 커피만 마시나?’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한 카페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 학교를 다니던 친한 친구에게 이 현상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예상 밖의 답이 나왔다. ‘자신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먹을 만한 분식점과 밥집이 사라지고 카페로 대체되는 현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설문을 한 것이 아니니 정말로 그 학교 학생들 대다수가 카페보다 음식점을 더 원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소비자의 니즈를 거스르는 이러한 현상은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수익성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지금의 카페는 더 좋은 커피를 내리기 위한 장비와 기술 경쟁으로 필요한 장비의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2000년대 중반 카페들은 지금만큼 비싼 장비를 요구하지 않았고 진입 비용도 지금보다 저렴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회전율은 식당과 분식점을 압도하는 요인이 되었다.

식당과 분식집 같은 곳들은 매출이 발생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며 회전도 그에 따라 제한된다. 또 학교 앞이라는 특성상 객단가도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카페는 매출 발생 시간이 식당 등에 비해 넓게 퍼져 있으며 구매 빈도도 더 잦고 가격도 대학가라는 특성에 제약되지 않았다. 대학가 밥값에 비해 저렴하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높은 구매 빈도, 회전율은 점포 면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우위를 가져다준 것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차이 나면, 학생들이 밥집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더라도 밥집은 카페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둘의 비즈니스 모델이 상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다.

카페가 많이 늘고 커피를 파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되면서 카페에 새롭게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카페의 점령세가 완화된 것은 카페들이 많이 생겨서 경쟁이 심화되면서부터다.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것만으로는 경쟁하기 힘들고 더 맛있는 커피, 커피에 곁들일 디저트, 분위기, 공간 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심화하면서 기술과 자본투자가 요구되어 새롭게 진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카페는 어떻게 밥집을 몰아냈을까? 이 질문에 다시 답을 할 차례다. 그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우위 덕분이었다. 때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는 것보다 수익구조와 모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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