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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논란이 안타까운 이유

특정 아파트만 보고 버블? 같은 지역에서도 입지, 평형, 공급 따라 가격 다른 게 부동산

2018.10.22(Mon) 09:23:24

[비즈한국]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가격이 3.3㎡(약 1평)당 1억 원을 넘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물론 흥미로운 주제인 것은 분명하나, 이 아파트 평당 가격이 1억 원이 넘었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거품’인지 판단하려는 것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서울이라고 모두 입지가 같은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동일한 아파트 단지라고 하더라도 평형이나 전망 등에 따라 가격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처럼 신축 아파트는 상승세를 보인다. 사진은 세종시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에 읽은 책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조영광 지음, 미지biz 펴냄, 2018년)’는 부동산이 얼마나 특이한 자산인지를 잘 일깨워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다양한 통계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상식’에 과감하게 도전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동산 시장의 ‘연식(年式)에 따른 차별화’ 현상이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창원이나 거제 등 동남 해안벨트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된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창원 등 지방 도시의 가격도 입주한 지 얼마 되었는지에 따라 강력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대구광역시와 창원시의 주택 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전체 시장이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한 지 1~5년 내외의 이른바 ‘신축’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대구와 창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의 5대 광역시, 그리고 기타 지방 주택가격도 마찬가지다. 신축은 비싸며 입주한 지 10년이 경과한 아파트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다. 

 

자료=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54쪽


그렇다면 지방의 신축 주택 가격은 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까? 조영광 작가는 그 이유를 ‘주택 고령화’ 현상에서 찾는다. 

 

2006년과 2017년의 고령 주택 비중을 비교해보았다. 2006년 고령 주택이 비중은 50%로 전체 주택의 정확히 절반이었다. 이후 고령 주택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여 2017년 현재 전체 주택의 76%가 고령 주택인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입주 5년 이하의 ‘젊은 주택’ 비중은 2017년 현재 13% 수준으로, 아파트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새 아파트다. -책 27~28쪽

 

고령 주택과 젊은 주택 비중 변화. 자료=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28쪽

 

상황이 이러한데도 특정 아파트 가격을 가지고 서울이 버블인지, 아니 한국 부동산 시장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심지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오히려 지방 부동산 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수도권과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07년까지 상승 흐름을 보이다 금융위기 이후 동반 조정 국면을 맞는다. 2012년 글로벌 주택 경기가 회복되자 수도권 가격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 글로벌 주택경기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가격 흐름이 적어도 2006년 이후에는 동조화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지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다 글로벌 주택경기가 침체되었던 2010년 말 오히려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산과 경남권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지방이 주택 경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렇듯 지방과 글로벌 주택 경기 사이에는 어떤 연관을 찾기 어렵다. -책 220~221쪽

 

부동산 시장의 변화 방향이 제각각인 이유는 ‘부동산(不動産)’이라는 말의 정의 그대로 자리를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 주택 공급이 감소했다면 신축 아파트 가격이 고령 주택에 비해 더 많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지방 부동산 공급이 감소했다면 상대적으로 그 충격은 덜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적절한 분석과 논쟁이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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