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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의 천지인] 무하마드 알리에게 배우는 '경영'

'복서 이상의 복서' 알리처럼 위대한 경영자라면 숫자 이상을 제시해야

2018.10.11(Thu) 10:06:43

[비즈한국] 알리의 풋워크를 10분만 흉내 내면 왼쪽 다리가 마비된다. 몇 번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필자는 체력이 떨어질 때면 그의 풋워크를 따라하며 남모를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왜 그런 실없는 짓을 하지?’ 그게 그저 우스꽝스럽고 특별한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알리는 언제나 ‘(풋워크로) 나비처럼 날아서 (주먹으로) 벌처럼 쏘았고’, 대개 이겼다. 체력과 정신력이 완전히 고갈될 때 누구나 ‘한 방’을 꿈꾼다. ‘이 한 방으로 뒤집어야지.’ 알리의 위대함은 한 방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질 때도 그는 나비처럼 팔랑이다 넘어졌다. 

 

체력과 정신력이 완전히 고갈될 때 누구나 ‘한 방’을 꿈꾼다. 그러나 위대한 복서 알리는 한 방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사진=무하마드 알리 트위터

 

많은 사람이 그 한 방의 유혹에 넘어가고 일부는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 방은 곧 도박이다. 도박은 연속성이 없는 게임, 확률을 믿지 않는 게임이다. 그러므로 한 방을 꿈꾸는 마음은 철학 없이, 혹은 노력 없이 성취를 꿈꾸는 유아적인 마음이다. 한 방이 성공하고, 어쩌다 또 한 번 더 먹히면 그때가 위험하다. 이제는 과정 따위는 아무 소용 없이 취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방은 행복의 보편적인 원리에 위배된다. 한 방을 노리는 전제 조건은, 한 방이 들어간 이후에 비약이 일어나서 그 너머에 뭔가 대단한 행복이 있다는 확신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관찰하는 행복은 기승전결, 처음부터 이야기가 이어져야 완성되는 그림이다. 도박에서 크게 한 번 벌면 그 이후에 행복이 펼쳐지는가? 과연 손을 씻을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손을 씻을 용기가 있는 이라면 처음부터 손을 더럽히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패배의 대가가 처참할 때, 그리고 도박 이외에는 대안이 없을 때도 기본을 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위 ‘이판사판’, 막장에 몰린 경우다. 그럴 경우, 이것이 정말 마지막 게임이라면 한 방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게임이 지속될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역시나 알리처럼 원래의 풋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알리가 패배할 때처럼, 펀치에 맞아 벌러덩 넘어지면 그만이다. 알리가 번번이 리턴 매치에서 그전과 똑같은 스텝과 펀치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듯이, 돌아올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삶에 막장은 없다.

 

일관성 있는 전략은 때로 진부해 보이지만, 실은 그것만이 창조의 원천이다. 알리는 항상 똑같은 전술로 경기에 임했지만, 역사상 알리만큼 창의적인 복서는 없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끊임없이 각도와 타이밍을 바꾸며 몰아치는 잽-원투-훅-어퍼컷 공식을 피해갈 장사는 없었다. 

 

이제 물어볼 차례다. 무엇이 알리로 하여금 자신만의 복싱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그토록 창의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것은 알리 스스로 말했듯이, 그가 복싱 그 이상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복싱은 놀이였다.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지만, 복싱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경기, 혹은 지면 세상이 끝나는 막장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관중에게 몸짓을 취하고 상대를 놀려댄다. 내가 이 판에서 얼마나 잘 노는지 과시하면서. 그러나 다운을 예감하는 펀치가 적중하면 재빨리 손을 거두고 더 때리지 않았다. 다시 못 일어나게 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셈이다. 

 

경기장을 나서면 알리는 번 돈을 가난한 이들과 인권 재단에 아낌없이 기부하고,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더 큰 기금을 모았다.  알리는 복싱을 ‘인간 경영’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왼쪽)과 함께한 모습. 사진=무하마드 알리 트위터

 

경기장을 나서면 그는 번 돈을 가난한 이들과 인권 재단에 아낌없이 기부하고,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더 큰 기금을 모았다. 개인이 그처럼 큰 기금을 조성한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보기에 부당한 전쟁을 거부하느라 몇 년 동안이나 링에 서지 못했으니, 돈이나 명성 자체도 목적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그저 복싱을 즐겼다. 공자가 ‘누구도 즐기는(樂之) 이를 당하지 못한다’고 한 말은 만고의 진리다. 그리고 그는 링을 벗어나 단순한 복서 이상이 되기를 원했다(“I've always wanted to be more than just a boxer”). 알리는 복싱을 ‘인간 경영’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알리가 복싱보다 위대해지고 싶었듯이, 경영자는 승부보다 위대해져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대표하듯이, 어떤 조직은 이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또 어떤 조직은 저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어떤 조직은 아무 일도 안 하고도 목표에 도달한다. 그러고는 모두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리가 가끔 지면서도 오랫동안 링에서 보여줬듯이, 장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어떻게’다. 위대한 경영자란, 알리가 그랬듯이, 수치 그 이상을 제시하는 사람일 것이다.

공원국 작가·‘춘추전국이야기’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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