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과연 이론대로 될까' 스테이블코인 투자과열 주의보

가격 변동성 보완한 암호화폐, 가능성 높지만 한계도 명확

2018.10.10(Wed) 17:36:37

[비즈한국]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관심이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가치안정화폐)’에 모이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의 치명적인 단점을 해결해 실생활에 연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행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론대로라면 세계 화폐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실물 경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가격 변동성 때문이다. 투자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가격이 ‘격렬하게’ 오르내리는 일은 줄었지만, 24시간 내내 변하는 건 여전하다. 매 순간 지급 또는 결제해야 하는 금액이 바뀌는 등 짧은 미래에도 가치가 급격히 달라지는 화폐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 암호화폐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격이 안정적인 코인을 뜻하는 말로, 현재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금융 자산인 달러의 가치와 ‘일대일(1달러=1코인)’로 연동해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태생부터 가치가 1달러로 고정된 만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보다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유리하다.

 

미국 뉴욕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트러스트의 스테이블 코인 ‘제미니 달러’ 발행을 허가했다. 뉴욕 금융당국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Gemini trust

 

# 암호화폐 시장 트렌드는 ‘​스테이블 코인’​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경제와 암호화폐가 통합하는 첫걸음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투자 정보가 활발히 진행될 만큼 관심도가 높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 상장된 국내 거래소는 몇 군데 없지만, 변동성이 적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실생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앞으로 가격도 안정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뉴욕 금융서비스당국(NYFDS)이 스테이블 코인인 ‘제미니 달러’와 ‘팍소스 스탠더드’의 발행을 허가하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뉴욕 금융당국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제미니 달러와 팍소스 스탠더드는 이더리움이 기반이다. 모두 미국 달러와 일대일로 연동된다. 이 코인들은 앞으로 뉴욕주에 신탁회사로 등록돼, 금융당국의 규제 테두리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달러 지급보증 능력이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의혹을 받았던 ‘원조’ 스테이블 코인 ‘테더’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미니 달러 발행 주체도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 코인을 발행하는 제미니트러스트는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인 결과로 얻은 합의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전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남긴 후 ‘암호화폐 전도사’를 자칭했고, 이후 이들이 추진하는 사업들은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암호화폐 업계는 스테이블 코인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어 활용 범위도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의 달러와 연동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자산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 별다른 담보 없이 수요에 맞춰 화폐 공급을 조절하는 무담보 스테이블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성격은 각각 다르지만 가격을 최대한 고정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기능은 같다.

 

다른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들이 자리를 잡으면 기존 암호화폐들의 기축통화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고,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단순히 구매, 판매를 넘어 대출이나 신용 거래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빠르고 싸게 송금할 수 있게 된다”며 “이론대로라면 사실상 새로운 경제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결국엔 “믿고 버텨라”​ 기존 암호화폐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문제는 ‘이론대로라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점이다. 기존 암호화폐의 단점을 보완한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됐다 하더라도, 이론 자체가 흔들리면 결국 시도에만 그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스테이블 코인도 기존 암호화폐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스테이블 코인들의 백서를 보면, 모두 ‘피셔의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에 입각한 거래모형에 따른 교환방정식(equation of exchange)’을 참고했다고 밝힌다. 화폐수량설은 통화의 가치는 공급량에 따라 변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 경제학 이론이다. 

 

피셔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P)과 화폐 거래량(Q, 총수량)을 곱한 것은 화폐 공급량(M)과 화폐가 사용된 횟수(V, 화폐 회전율)를 곱한 값과 항상 같아야 한다(PxQ=MxV)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둘의 값은 늘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이론을 현실 경제에 대입하는 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서울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수량설은 돈의 거래량과 회전율이 장기적으로 일정하다고 가정한 이론이다. 두 변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공급량이 완벽하게 맞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이미 체계를 갖춘 성숙한 경제구조에서도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데, 아직 실체도 파악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에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화폐 담보형, 암호화폐 담보형, 무담보형 스테이블 코인 등 세부적으로 나눠 봐도 각각 단점이 있다. 유통되는 암호화폐 가치에 상응하는 달러를 발행 기관이나 주체가 보유해야 하는데, 만약 거래량이 늘어나도 발행 주체가 유통되는 가치만큼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암호화폐 담보형도 발행 주체가 달러를 일부 보유해야 하는데,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완벽히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물자산 담보보다 안정성이 낮다. 여기에 부채에 불과한 만큼 암호화폐 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금고가 텅 비기 전에 암호화폐를 내다 파는 식의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무담보형은 채권과 비슷하다. 이론상 채권 가격은 오를 수 있지만, 해당 암호화폐나 발행 주체가 성장을 보장하지 못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나 원화 등의 화폐 가치가 고정될 수 있는 이유는 경제구조가 지속가능성이 있고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라며 “스테이블 코인 역시 암호화폐 가치가 오르고 발행 기관이나 주체가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 구조나 성장 가능성은 아직 안갯속이다. 결국 ‘언젠간 가격이 오르겠지’라며 투자했던 기존 암호화폐와 다를 게 없다. 가치 상승에 의문이 있는 화폐는 성장이 어렵고 결국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관심을 끄는 스테이블 코인의 아이디어들을 보면 현실 경제에서 활용되는 이론과 방식을 도입한 만큼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지만, 기존 법정화폐와 연결된 암호화폐라면 달러나 원화를 쓰는 게 훨씬 편하다”며 “암호화폐보다 서비스나 플랫폼 등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면 얘기가 달라질 순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기대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핫클릭]

· '다스는 MB 건데…' 경영권은 조카 이동형 쪽으로?
· [현장] "전쟁난 줄…" 고양저유소 인근 주민 '공포의 17시간'
· [부동산 인사이트] 뉴타운 지정 해제 지역에 투자하면 안 될까?
· [홍춘욱 경제팩트] 우리는 왜 '미미쿠키'에 속았나
· 탑항공의 몰락,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