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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글로 '똠양꿍'을 쓰면 서체가 깨질까

어도비 14년 만에 한글 글자모음 정비…한국 기업 및 전문가 의견 적극 반영

2018.10.09(Tue) 14:13:38

[비즈한국] 한글과 영어의 서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노력과 시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영어는 알파벳 26자에 불과하고 대문자와 소문자 그리고 약물까지 포함해도 수백 글자에 불과한 반면, 한글은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의 조합만 무려 1만 1172자에 달한다.

 

물론 실생활이나 업무에서 모든 한글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령 예를 들어 ‘뷇’이나 ‘퀽’과 같은 글자는 쓸 일이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때문에 서체를 새롭게 디자인할 때 쓰지 않는 단어까지 전부 디자인하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에 가깝다. 그래서 현대 한글에서 주로 사용하는 글자만을 선택해 표준을 정함으로써 이러한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있다.

 

대표적인 한글 문자 집합은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는 ‘KS X 1001’​이다. KS X 1001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글 글자 2350자를 지정하고 있다. 대부분 서체가 KS-1001에 맞춰져 제작되며,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는 형태로 운용돼 왔다.

 

문제는 KS X 1001에 포함된 글자 중에 현재 많이 쓰임에도 불구하고 빠져있는 글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KS X 1001은 1974년도 최초로 제정되어 이후 개정을 거듭해 2004년 ‘KS  X 1001 1001;2004’를 끝으로 더 이상 정비되지 않았다. 

 

가령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똠양꿍’의 경우 ‘똠’은 KS X 1001 문자 집합에 빠져있다. 그래서 KS X 1001 표준으로 제작된 서체의 경우 ‘똠양꿍’을 쓸 경우 ‘똠’자가 기본 서체로 자동 변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도비가 산돌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한글 글자 모음 ‘어도비 KR-9’을 최근 발표했다. 사진=어도비 홈페이지

 

어도비와 산돌 커뮤니케이션은 2017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문자 집합 규격 제정에 돌입했다. 1년간 협업 끝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현대 한글 사용에 맞춘 새로운 문자 집합 규격 ‘KR-9’을 최근 새롭게 발표했다. 기존 ‘어도비 코리아 1-2(Adobe Korea 1-2)’ 이후 근 20년 만에 이뤄진 업데이트다.​

  

어도비 KR-9은 기존 KS X 1001에서 정한 2350자에서 현재 사용이 많아진 글자를 추가해 총 2780자를 표준 글자 모음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약물, 특수기호, 상용한자 등을 포함해 총 2만 2897자를 0부터 9까지 분류해 놓았다. 이는 서체 제작을 주문하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인 회사 간 보다 명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원화(₩)’ 기호 역시 KR-9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선이 이뤄진 점 역시 눈길을 끈다. 한글 서체에서는 글로벌 표준의 역슬래시(\) 대신 원화 기호를 사용한다. 거의 모든 한글 키보드에 역슬래시 자리에 원화 기호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슬래시 기호가 필요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기존 서체 모음이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어도비 KR-9에서는 글로벌 표준에 맞게 역슬래시를 지원하며, 원화 기호는 특수 문자로 다시 분류했다.

 

물론 어도비 KR-9이 국가에서 정한 표준 규격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출판, 영상, 디자인 등 콘텐츠 제작 및 각종 인프라에서 어도비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결코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 반응이다.

 

권경석 산돌 커뮤니케이션 타이포랩 이사는 “오랫동안 정비되지 않았던 한글 문자 집합이 새롭게 정비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무엇보다 어도비 최초로 한국 기업인 산돌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해 많은 한국인 서체 전문가들에 의해 자료조사가 이뤄졌고 그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권경석 이사는 10월 17일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리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8’에서 ‘폰트로 브랜딩할 때 중요한 키워드 - 리얼리티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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