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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우리는 왜 '미미쿠키'에 속았나

'수제' '고급' 등 가격 높을수록, 인간의 노력 클수록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

2018.10.08(Mon) 10:12:26

[비즈한국]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유기농 수제 케이크·쿠키로 인기를 끈 ‘미미쿠키’가 사실은 대형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서 팔았다는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미미쿠키 제품이 인기를 끈 것은 ‘유기농’과 ‘수제’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쿠키는 대형마트에서 수입해 파는 공장제품이었고 롤케이크 역시 국내 제과회사의 제품이었다고 한다. 

 

수제 유기농 제품으로 인기를 끈 미미쿠키가 실은 대형마트 제품의 포장만 바꿔 팔았다고 해서 비난이 쏟아진다. 소셜미디어에 사용자들이 올린 미미쿠키 구매 인증샷.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공장 제품보다 수제 유기농 제품이 더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몸에 더 좋고 맛도 더 좋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유기농에 수제 제품이 더 맛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험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더 비싼, 그리고 고급스러운 포장의 제품에 끌리는 걸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최근 발간한 책 ‘부의 감각’에서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이치에 맞든 아니든 높은 가격은 그것의 품질이 좋다는 신호를 발산한다. 건강 음식, 의류 등 중요한 것에 있어 높은 가격은 싸구려가 아니라는 신호를 발산한다. (중략)

 

가격이 가치나 성능이나 즐거움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되고 또 줄 수도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모든 거래에 ‘돈’을 토대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훈련되어 있으며, 특별히 별다른 가치 지표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면 늘 그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책 342~343쪽 

 

쉽게 이야기해,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제품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용한다. 반대로 이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종종 큰 실패를 맛본다. 

 

2012년 JC페니의 신임 CEO(최고경영자) 론 존슨은 백화점의 오랜 전통을 깨부수었다 그 전통이란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 다음 그걸 다시 깎아서 가격표를 매기는, 그러니까 살짝 사기성이 있는 가격 정책이었다.

 

존슨 CEO 이전 20년 동안 JC페니는 고객들에게 늘 쿠폰을 줬고 재고할인과 또 약간의 흥정을 통해 할인을 해주었다. 즉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JC페니의 ‘정상가격’을 끌어내려서 JC페니가 마치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할인가격이 다른 곳의 정상가격과 다르지 않았다. (중략)

 

론 존슨은 이런 관행을 없애고 백화점 판매 가격을 ‘공정하고 정직하게’ 만들어버렸다. 쿠폰도 없어지고 싸구려 특가제품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없어지며, 더 나아가 얄팍한 상술도 사라졌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JC페니의 가격은 경쟁 유통업체의 가격과 비슷해졌고, 예전의 ‘최종 할인가격’과 거의 동일했다. (중략)

 

그러나 새로운 전략은 고객들에게 버림 받았다. 충성 고객들은 ‘공정하고 정직한 가격’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랬기에 충성을 다하던 그 백화점으로 향하던 발길을 뚝 끊었고, 그 결과 JC페니의 이사진은 론 존슨 CEO를 해고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중략)  JC페니에서 파는 물품의 가격은 대부분 60% 이상 인상되었다. 그런데 정상가격이 높아진 대신, 할인의 가짓수와 선택폭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 (중략) 

 

JC페니의 고객들은 자신의 지갑을 가지고 투표했으며, 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속임수에 당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그들은 설령 정상 가격을 부풀린 다음 원래의 가격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라고 해도 차라리 흥정과 세일을 원했다. (중략) 궁극적으로 보자면, JC페니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이성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다. -책 49~51쪽 

 

사람들은 가격을 보는 순간 이미 현혹되며, 여기서 만족감을 얻고 시작한다. 더 나아가 이 ‘고급’ 제품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할인해준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구매하려는 마음을 자제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수제’라는 표현에도 마찬가지다. 

 

잠긴 문을 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쇠 수리공이다. 그런데 A 열쇠 수리공은 단 2분 만에 쉽게 문을 열어주고 100달러를 비용으로 청구하는데, B는 한 시간이나 땀을 뻘뻘 흘리며 가족을 기다리게 한 다음에야 100달러를 청구한다. 이 둘 중 누구를 선택하는 게 나은 거래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선택한다. 가족들을 한 시간 동안이나 벌벌 떨게 만든 열쇠 수리공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A 열쇠 수리공은 들인 노력에 비해 비용을 너무 과하게 청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B가 한 시간 동안 작업을 하며 공구를 몇 개 부러뜨린 뒤에 자기 공구 값도 받아야겠다며 120달러를 청구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B를 선택한다. 순전히 B의 무능함 때문에 시간을 한 시간이나 날려버렸는데도 말이다. -책 9~10쪽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댄 애리얼리는 사람들이 ‘공정’함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능숙한 수리공 A가 서툰 수리공보다 더 비싼 공임을 청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고객의 귀한 시간을 절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손쉽게 돈을 버는’ A보다는 ‘힘들게 돈을 버는’ B에게 더 끌린다. 

 

이런 심적인 이유로 사람들은 ‘수제’라는 표시가 들어가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 제품에는 인간의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갔을 테니 더 비싸도 ‘공정한’ 가격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제’라는 마크가 더 나은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수제’라는 표시가 있는 제품이, 더 나아가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앞으로도 우리는 고가의 ‘수제’ 제품들을 계속 볼 것 같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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