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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벤처 제외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거래소가 블록체인 핵심" vs "거래소와 블록체인은 별개" 반응 엇갈려

2018.10.05(Fri) 15:46:35

[비즈한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벤처기업 지원 산업에서 제외되면, ​정말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까? 최근 정부가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사행산업으로 규정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 기업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블록체인 산업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로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거래소가 거의 없는 만큼 거래소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정부 정책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9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확인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당장 10월 2일부터 시행이 됐다.

 

그동안 정부가 벤처기업으로 지정하지 않았던 업종은 유흥주점업, 사행시설 운영업 등 유흥·​사행성 관련 총 5개 업종이다. 여기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추가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투기 과열 현상과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 등 사회문제가 발생한 만큼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으로서 육성·​지원하기 적절하지 않아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번 조치로 10월 이후 새로 설립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다.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하면 세제혜택과 정부의 벤처투자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법인세와 소득세 각각 50%, 취득세 75% 감면 혜택이 없어지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받는 세금혜택도 없다. 정책 자금, 특허 등의 심사 혜택도 사라진다.

 

특히 빗썸, 코빗, 두나무(업비트) 등 시행령 개정 이전에 벤처 인증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 총 7곳의 벤처 인증도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벤처기업확인서의 유효 기간은 2년인데, 앞서의 거래소 가운데 4곳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내년 말이나 2020년까지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이 달라진 데다 앞으로 설립되는 신규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중기부는 기존 거래소 인증 취소 여부를 두고 최근 법제처 등에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발하는 업계 “거래소는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업계 반발은 거세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거래소가 벤처기업에서 제외되면서 블록체인 산업 전반이 위축되거나 생태계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기부가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업종 자체를 ‘규제’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거래소 1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블록체인 산업 관련 업종의 경우엔 변함없이 벤처기업 확인을 받아 정부의 정책적 육성·​​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시행령을 줄곧 반대하며 중기부 주최 비공개 간담회에도 참석했던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운영비용은 늘고 투자는 어려워졌다. ICO(암호화폐 공개)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결국 자금 유입이 막히게 될 것”이라며 “최근 ‘블록체인이 혈관이면 암호화폐는 피’라고 표현한 업계 관계자도 있다. 거래소는 실물경제와 가상의 가치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 보급을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기도 하다. 사실상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런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건 결국 블록체인 산업 육성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이번 시행령의 핵심은 정부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라며 “사행, 유흥 업종과 동일 선상에 놓인 만큼 앞으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 시행령 발표 직후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 13명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 인증 대상에 포함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의 중기부 시행령에 대응하는 조치다. 지방정부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이번 시행령을 비판한다.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정부에 블록체인 특구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은 분리해서 봐야”​​ 지적도

 

반대로 중기부 결정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동안 ‘암호화폐 거래소=블록체인’이라는 공식이 상식처럼 통하기도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거래소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정부 결정에 찬성하는 쪽의 입장이다.

 

암호화폐의 기본 개념은 ‘분산원장’을 활용한 ‘탈중앙화’다. 원장은 거래 내역을 담은 장부를 말하는데, 블록체인은 각각의 원장(블록)을 생성해 잇는 방식(체인)이다. 비트코인이 기존 은행 한 곳이 중앙에서 원장을 관리하던 구조를 벗어나, 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대부분 은행과 같은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택했다. 암호화폐는 거래소 지갑에 두고 매매 기록만 서버에 남기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실제 암호화폐는 이동하지 않는다. 결국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 방식은 사용하지 못하고 암호화폐 거래만 중개하는 ‘중간고리’ 역할에 불과한 셈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중앙화 방식을 택하는 건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특히 속도가 문제다. 짧은 시간에도 가격 차이가 심한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방식으로 거래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100% 활용해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 거래소는 블록체인 업체라기보다 일종의 거래 플랫폼에 가깝다. 그런데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세상을 바꿀 업종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거래 시장도 불필요하게 가열된 측면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거래소를 따로 구분해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벤처기업 제외 결정 논란에 관해 다른 지적도 나온다. 이번 중기부 결정에 찬성하는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블록체인과 관련된 사업에서 개발자나 업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인’ 또는 ‘토큰’ 발행이다. 발행 후 거래소에 상장돼 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이번 정부 결정으로 이 구조가 위협을 받게 된 것”이라며 “이 방식도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부터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나 중앙은행 등이 오랫동안 활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즉 현재 거래소든 블록체인 산업이든 중앙화를 벗어났다기보다는, 중앙화 대상이 달라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일부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블록체인’이라는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계는 명확하다”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육성, 지원은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거래소가 벤처에서 제외되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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