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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표 공정거래법' 재계-시민단체 사이에 낀 까닭

'옥죄기 vs 미흡' 반대 이유는 달라…정치권 갈등으로 비화 조짐

2018.10.04(Thu) 16:46:53

[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두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동시에 반발하고 있다. 물론 반발하는 지점은 다르다. 재계는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시민단체는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며 ‘공약 후퇴’를 지적한다. 공정위는 양측 입장과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전부 개정안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도하는 ‘재벌개혁’의 완결판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공식석상에서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촉구한 뒤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 재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1년 동안 벌인 대기업 내부거래·공익법인 실태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8월 24일 발표했다. 

 

전부 개정안에는 기업집단 관련법부터 경쟁 원리를 도입한 법 집행체계 개선, 공정위 투명성 강화 등 그동안 거론되던 내용이 총망라됐다. 현행법들이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개정되거나 추가되면서 사각지대가 생겨 법의 전체 완결성과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인 4일까지 학계와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도하는 재벌개혁의 완결판이 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호불호가 아니다. 어느 한쪽도 공개된 개정안을 환영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9월 28일 “기업 부담이 크다”며 공정위에 보완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대한상의가 문재인 정부 들어 재계와 정부의 ‘연결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 핵심 정책에 건의문을 제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이 공직에 오르기 전부터 힘을 실어줬던 시민단체들은 ‘재벌개혁 후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몸담았던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최근까지 논평 등을 통해 “이번 전부 개정안은 재벌개혁을 달성하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쟁점은 전속고발제 폐지와 일감 몰아주기

 

개정안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끌었던 ‘전속고발제 폐지’를 두고 뒷말이 많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 관련 위반’에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위 권한을 뜻한다.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기업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명 ‘기업 봐주기’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정위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공정위는 당초 폐지 대신 보완을 검토했지만, 이번 개정안에 ‘폐지’라는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공정위 외에도 누구나 공정거래 관련 위반 사항을 고발할 고발권을 갖게 된다.

 

재계는 기업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경쟁사의 악의적인 고소·고발이 늘어나고, 공정위와 검찰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중복 조사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시민단체는 이번 전속고발제 폐지가 범위가 한정돼 완전한 폐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상 경성담합의 경우에만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는데, 이에 따라 상호 및 순환출자, 불공정 거래행위 등은 그대로 전속고발제가 유지된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기업 옥죄기가 아닌 봐주기”라며 “공정위가 기업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쟁점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규제 기준인 ‘대기업 총수 일가 보유 상장사 계열사 지분’을 비상장사와 같은 20%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지주회사는 제외해달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담긴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 조치와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들에게 장려해온 ‘지주회사 제도’가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피라미드 형태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유지된다.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개정안에 따라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걸 피하려면 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규제도 알맹이가 빠졌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로 설립하거나 전환하는 지주회사에만 적용하고 기존 지주회사는 새로 자회사를 편입할 때만 적용된다. 참여연대는 “기존 지주회사를 빼는 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예측, 지속가능한 규율체계 만드는 게 목표

 

이 밖에 공익법인이 대기업 총수의 지배력 강화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한 조항에 대해 재계는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시민단체들은 “총수 배불리기에 악용된다”며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간 단순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차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본격적으로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현재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야당 측이 재계 입장을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개정안이 미흡하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재벌개혁이나 갑질 근절을 넘어,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해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규율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행정제재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법 집행수단을 제도화하고 역할을 분담해 전체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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