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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불가결'은 구체적? 암보험 약관 개정안 따져보니

약관 해석 차이로 해묵은 갈등, 금감원 '결단'…소급 적용 안되고 모호한 단어 여전

2018.10.02(Tue) 18:04:15

[비즈한국] 암보험을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감독원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암보험 약관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내년 1월이면 달라진 약관에 따른 새 암보험 상품들이 나올 예정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개선안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암 환우 모임 회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암보험 약관 해석을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자, 금감원이 약관 손질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한국인 암 사망자 7만 8863명, 전체 사망자의 27.6%. 1983년 관련 통계 작성한 이래 사상 최대치 기록.”(통계청)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암에 걸릴 확률 남자 38%, 여자 32%.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은 암에 걸린다.”(국립암센터) 

 

암은 이제 더 이상 무조건 죽을병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발병률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매년 21만 명의 새 암 환자가 발생하고 연령층까지 확대되면서 암보험 가입률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암을 보장하는 암보험 가입 인구는 국내 2900만 명 수준이다. 가입률은 약 60%에 달한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암보험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암보험은 투병 중인 환자나 암으로 사망한 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이다. 다른 생명보험과 달리 가입자에게 보험기간 동안 암 치료비를 지원해준다. 치료비와 고가의 검진비, 암 치료로 인한 소득상실 등이 포함된다. 암 발병에는 최고의 ‘경제적 대비책’이다.

 

그럼에도 암보험은 가입자들에게 ‘악명’이 더 높다. 보험금 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암보험 민원을 제기한 A 씨는 “보험사에 암 치료를 위한 보험금을 청구하면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도 ‘보험금 지급 결정 권한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결국 돈을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투병자 본인과 가족들은 암뿐만이 아니라 보험사, 금감원과도 싸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A 씨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암보험은 금융권 소비자 민원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일부 소비자 단체나 암환자들은 금감원과 보험사, 광화문 등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대부분 항암 치료 중이거나 암 수술을 했던 암보험 가입자들이다. 개별적으로 분쟁을 겪다 지난해 말부터 집단 대응에 나섰다.

 

# 암보험 분쟁 핵심은 ‘직접치료

 

최근 암보험 분쟁의 핵심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다. 현행 암보험 약관 대부분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입원·치료를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서 ‘직접적 치료’를 두고 가입자와 보험사의 해석이 엇갈렸다. 보험사가 일부 가입자의 청구에 “직접 치료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린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여기에 암 환자들이 반발하면서 올해 1분기에만 금감원에 접수된 직접치료 해석 관련 민원이 274건에 달한다. 

 

특히 최근엔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요양병원 증가 등으로 인해 암 치료방식이 더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 이것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가입자 측은 요양병원에서 하는 항암치료와 합병증, 후유증 등 치료 모두 암의 직접치료라는 입장이지만, 보험사는 항암 치료 중 생긴 합병증이나 후유증 등은 암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맞선다. 그래서 암 수술 후 입원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이후의 요양병원 입원비는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러한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27일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발표했다. 약관이 달라진 암보험 상품은 내년 1월부터 판매된다. 금감원은 논란이 되는 ‘직접적인 치료’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하기로 했다. 직접치료를 암을 제거하거나 암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 정의하고 5개로 한정했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치료는 포함하되 면역력 강화나 암으로 인한 후유증·​합병증 치료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요양병원은 따로 떼어내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 하나의 암보험 상품에 포함돼 있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요양병원 특약’을 신설해 원하는 사람만 가입해 보장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 특약에 가입하면 암의 직접치료가 아니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기존 가입자 소급 적용은 불가…모호함도 여전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약관 손질에 나섰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내년부터 나올 새 암보험 상품 가입자들은 문제가 없지만, 기존 상품 가입자들은 손해다. 기존 상품 가입자 약 3000만 명에게는 개정안이 소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 보험에 가입하든, 기존 계약을 깨든 부담은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새 상품 출시로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고, 특약에 가입해 보험료를 더 낸 사람만 요양병원 입원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개선안에도 모호한 표현이 담겼다. 개선안에는 면역력 치료나 후유증·합병증 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직접치료 해석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경우’라는 또 다른 모호한 표현이 담긴 셈이다.

 

암보험 약관 개정에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금감원에도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며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금융회사와의 전쟁’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 원장이 금감원 민원·분쟁 현안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보험을 직접 지목하면서, 금감원과 보험사의 격전지는 ‘암보험’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약관 개정 카드’라는 미지근한 결과뿐이라는 게 소비자 단체와 암 환자들의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사례나 법원 판례를 참조하는 수밖에 없다. 현행대로라면 분쟁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라며 “앞서 제기된 요양병원 입원 환자 민원에 보험금을 주라는 권고를 했고, 결과도 모니터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관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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