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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스타트업은 멋지고 자영업은 구리다?

스몰비즈니스 본질은 동일…스타트업만큼 사업자 역량 키우려 노력해야

2018.10.02(Tue) 16:23:44

[비즈한국] 1인 기업, 스타트업이란 표현은 참 멋진 표현이다. 엄청나게 성장할 것 같고, 작지만 강한 기업이란 느낌을 준다. 반면 자영업이란 표현은 멋지지 않다. 경쟁에 치이고 영세하고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사업장 같은 느낌을 준다. 타이틀이 주는 느낌은 이렇게 차이가 크지만, 정작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자영업이란 상법이나 세법상으로는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사업을 말하며 이 개인사업자를 자영업자라 한다. 1인 기업, 스타트업이란 이름 하나는 멋진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법인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실상은 여지 없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스타트업은 멋지고 자영업은 ‘구리’​다? 따지고 보면 법인이 아닌 이상 스타트업도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이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기업이 아닌 영세한 자영업은 대부분 사업자가 손을 대고 커버하며 책임지는 영역이 전방위적이다. 이처럼 개인사업자의 역량이 기업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자영업의 경쟁력은 사업주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스몰비지니스의 이러한 특징을 정확하게 보여준 인물이 바로 현재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페어차일드반도체의 창립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인 유진 클라이너다. 유진 클라이너는 자신이 투자할 기업을 선정할 때 투자 아이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한 사람을 좀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스몰비지니스에서 아이템은 카피가 가능하고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도, 사람이 가진 경쟁력은 카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아이템이 바뀌어도 유효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진 클라이너의 이 법칙이 단순히 기술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술기업도 초창기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세한 자영업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아이템으로 고르냐는 사업에 있어서 부차적인 문제에 가깝다. 같은 김밥집도 누군가는 프리미엄 김밥집을 운영하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저가의 상징인 김밥천국을 운영하더라도 수익을 낸다.

 

이런 점을 보면 아이템 중심으로 사고하고 창업을 쉽게 보는 그간의 풍토에 아쉬움이 매우 크다. 불행하게도 여전히 일부 임금노동자들은 자영업을 쉽게 보기 때문이다. 물론 남이 하는 일은 다 힘들지 않고 거저 돈을 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자기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자영업에서는 사업자의 역량이 실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이거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밀집한 곳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사업을 가볍게 보고 진입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업가의 역량과 경쟁력이 평균 이하라는 증거다. 이를 설명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더닝-크루거 효과다. 특정 분야를 이해할 때 최하위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최상위권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모두가 자신이 평균 이상은 될 거라고 믿는 현상을 말한다.

 

타인의 사업이 쉬워 보여서 내가 하면 그것보다 더 잘할 것으로 믿는다는 것은 더닝-크루거 효과로 보자면, 자신의 실질적 사업 능력이 스스로 내리는 평가보다 한참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평생 사업을 해보지 않고 임금노동자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말이다.

 

수많은 1인 기업과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성장성 있는 아이템을 찾아 헤매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또 자기자신을 멋들어지게 포장한다.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자영업은 그 타이틀에서 주는 느낌이 세련되지 못해서인지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정의하는 기업에 비해 많은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스타트업의 본질이 자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자영업 또한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사업자의 역량은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진 못해도 ‘실패’의 결정 요인은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 시장은 ‘이거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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