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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중년 남성이여, 편집숍에 가라

물건 가격보다 취향이 중요한 시대, 나이 들수록 새로운 안목 쌓아야

2018.10.01(Mon) 10:56:13

[비즈한국] 편집숍(Select Shop)은 콘셉트 스토어(Concept Store)라고도 한다. 브랜드의 시대에서 콘셉트의 시대, 취향과 안목의 시대로 진화하면서 편집숍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처음엔 패션피플이나 트렌드세터가 가던 유명하고 비싼 편집숍만 있었는데, 지금은 새롭게 핫플레이스가 된 동네 한구석에서 무심히 들어선 조그만 편집숍들을 마주치는 것도 다반사다. 

 

편집숍은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백화점이 아주 큰 건물에 브랜드 매장을 다 들여와 판다면, 편집숍은 하나의 매장 안에 브랜드 구분 없이 제품 자체의 스타일과 취향을 강조한다. 유명하든 무명이든 매력적인 물건을 파는 것이니, 편집숍의 운영자가 어떤 취향과 안목을 가지고 물건을 골랐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옷부터 리빙용품, 문구, 디지털 디바이스, 음반, 책 등 파는 물건의 분야도 제한이 없다. 편집숍이 추구하는 가치와 콘셉트에 부합하고,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면 매입해와서 판다. 

 

브랜드의 시대에서 콘셉트의 시대, 취향과 안목의 시대로 진화하면서 편집숍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남성 패션 편집숍 란스미어. 사진=란스미어 인스타그램

 

편집숍은 물건의 가치보다 취향과 안목에 가치를 매긴다. 그 물건을 다른 데서 내가 찾아서 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보다 편집숍이 그 과정을 대신해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제안하는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엔 좋은 물건, 멋진 물건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 많은 물건 중에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떤 게 숨어 있는지를 직접 발품 팔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편집숍이 그 수고를 대신해준다. 그리고 취향과 안목이란 게 모든 사람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안목 좋은 편집숍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멋진 물건을 발견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안목을 돈 주고 사는 셈이다. 이제는 어떤 비싼 것을 샀느냐는 중요치 않다. 어떤 취향의 매력을 샀느냐가 중요해졌을 뿐이다.

 

서울에도 꽤 많은 편집숍이 있다. 핫플레이스라는 동네에 가면 꼭 있을 정도다. 분명 공간도 멋지고 물건도 멋진데, 잘 팔릴지는 의문인 곳도 많다. 투자비에 비해 수익성은 한계가 있어 보이는 곳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새로운 편집숍은 만들어진다. 앤티크와 빈티지 물건들로 채운 편집숍도 있고, 뉴욕이나 도쿄의 편집숍을 연상시키는 곳들도 있다. 

 

사실 국가나 도시를 막론하고 편집숍을 만들려는 이들은 크리에이티브한 힙스터나 트렌드세터가 많다. 그들의 존재는 감사하다. 이들이 있어서 우린 경험의 폭을 좀 더 쉽게 넓힌다. 모두가 돈 되는 것만, 잘 팔릴만한 것만 팔아선 소비자들로서 취향의 심화와 다양화를 누리기 어렵다. 편집숍은 누군가에겐 취향 과시의 공간, 누군가에겐 취향 경험의 공간, 누군가에겐 진짜 원하는 물건을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분명한 건 편집숍이 계속 늘어나고, 이들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편집숍이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기도 한다. 취향 과시이자 남다른 안목을 과시하기 위해 편집숍을 만들어 자신의 콜렉션을 보여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편집숍을 트렌드 거점으로 삼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 하기도 한다. 목적과 전략이야 어떻든 편집숍이 계속 확산되는 건 지금 소비자들이 취향을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편집숍에 들러 새로운 취향과 경험을 쌓아두는 것도 좋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챕터원. 사진=챕터원 인스타그램

 

영국 상류층 어퍼 클라스(Upper-Class) 문화에서는 돈보다 경험과 교양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가치관에서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비싼 물건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취향이 있어야 한다. 

 

럭셔리 패션 명품을 누구나 가지고 싶어했던 열풍이 불던 때도 있었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극히 한 요소였지만, 겉으로 가장 티 나는 것 중 하나가 럭셔리 패션 명품이어서 그랬다. 그땐 취향이 부족해도 돈으로 커버할 수 있던 시기였다. 아니 돈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믿고 착각하던 이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명품만 걸친다고 그 사람의 취향까지 무조건 고급으로 평가받는 건 아니다. 

 

이제 취향과 경험의 럭셔리와 함께 자신만의 특별하고 유니크함을 원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리테일에서도 좋은 큐레이션을 할 수 있는지가 점점 중요해진다. 편집숍에 주기적으로 들러 새로운 취향과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에 쌓아둔 안목을 고집하기가 쉬우니 편집숍에 들르는 중년남자들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피부 곱게 늙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움에 관대해지고 다양함에 귀 기울이면서 계속 좋은 취향과 안목을 쌓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이 많음을 부정하려 들지 말고, 나이 많음이 가진 매력을 장점으로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중년의 클래스이다. 그 핵심에는 돈이 아니라 취향과 안목이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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