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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의 천지인] 구글, 판빙빙, 그리고 중국

인터넷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18.09.27(Thu) 17:08:53

[비즈한국] 최근 구글이 검열 기능을 탑재한 검색엔진 ‘드래곤 플라이’로 중국 시장 재진출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화제다. 현재 중국에서는 검색엔진 구글은 물론 페이스북을 비롯한 외국의 SNS 서비스를 쓸 수 없다. 대신 국내의 실용적인 정보 검색 기능에서는 이미 구글을 능가한 바이두, 엄청난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영역까지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챗 등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이 둘만 있으면 다른 인터넷 서비스는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이들의 서비스 범위와 질은 높다. 그러나 바이두와 위챗은 모두 당국의 검열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외국계와 경쟁하지 않을 특권을 얻어 성장한 반(半)관제 기업이다.

 

장기적으로 사업가는 시장을 이길 수 없으니, 구글은 결국 중국 당국과 모종의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구글 경영진 스스로 향후 인터넷 지형도를 개방식 미국형과 검열형 중국형으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니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타협안이 곧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중하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사라져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유명인마저 입을 틀어막고 어딘가에 억류할 수 있는 권력이라면, 평범한 자연인 누군들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사진=임준선 기자


검열 기능을 가진 검색엔진, 공안 당국이 훤하게 들여다보는 SNS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더 근본적으로 인터넷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판빙빙이라는 유명 배우가 감쪽같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가 탈세를 범했든 정치권의 루머에 연루되었든 상관없다. 분명히 당국의 통제하에 있을 터인데, 당국은 왜 한마디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살인을 했다고 한들, 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누구나 무죄가 아닌가? 법정에 서지도 않은 자연인의 입을 틀어막고 어딘가에 억류할 수 있는 권력이라면, 개인은 누구나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판빙빙은 그래도 유명인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소수민족 누군가라면 감쪽같이 사라져도 가족들은 항의조차 하기 힘들다(뉴욕타임스 기사 참조). 그런 권력에게 검열의 기능을 맡기고 누군들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 인공장기(복제기술), 인식기능 등 미래에 상용화될 뜨거운 기술들은 윤리적 규제를 벗어나면 훨씬 빨리 발달할 것이다. 전투 로봇의 기능을 향상하려면 그냥 실전에 투입하여 살상 훈련을 시키면 되고, 경찰이 심문용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얼마 안 있어 누구의 자백도 받아낼 것이다. 그나마 인간 복제는 대단한 기술적인 장벽도 없어 보인다. 복제 인간에서 얻은 장기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욕구를 가진 인간들이 있는 한 언제든 윤리적인 장벽은 허물어질 수 있다. 

 

이 기술들은 모두 ‘인권’이라는 윤리적인 장벽에 걸려 있다. 만약 규제가 적을수록 기술이 발달한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인권은 권력의 목적을 위해 언제든지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개인은 자유가 없으나 권력 당국은 인권을 무시하고 무제한의 자유를 누린다. 

 

실제로 중국의 인식기술(안면인식, 동공인식 따위)은 14억 명(물론 중국에 들어간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에게서 무차별적으로 얻은 거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찰이 기계 앞에 서라면 죄인이 아니라도 서지 않을 수 없으니, 데이터 수집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중국에서는 검색기능, SNS 서비스, 심지어 개인 간의 통신 교통도 이미 당국의 손에 놀아나는 검은 기술(Black Technology)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한, 중국에서 움직일 때 당국은 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

 

그러니 중국 당국은 빅데이터의 힘을 믿고, 인간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한 꿈을 품고 있는 듯하다. 기술이 윤리적 통제를 받지 않고 그들의 의도대로 발전·활용되면, 그 꿈이 실현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어 보인다.​

 

구글이 검열 기능을 탑재한 검색엔진 ‘드래곤 플라이’로 중국 시장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실용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 기술 발전을 위해 윤리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경쟁, 그 바닥을 향한 대열에 우리도 합류해야 하는가?

 

그러나 복잡한 윤리적인 설명이 필요 없이,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권력자가 기술을 독점하고 남용하면 대중 전체가 노예가 될 것이다. 검색 기술이 언론을 통제하고, 빅데이터가 압제를 보좌한다. 일부 기술자들은 권력의 돈을 받아서 노예처럼 그들에게 협조한다. 순자는 신하는 “도를 따를 뿐 군주를 따르지 않는다(從道不從君)”고 했는데, 하물며 왕의 신하도 아닌 오늘날의 자연인 기술자가 권력의 요구에 맹목적으로 따라서 되겠는가? 

 

그러나 기술자들이 문학에서 철학과 역사와 사회과학, 그리고 과학의 존재 이유를 숙고하여 노예의 길을 거부하라고 하기에 오늘날의 기술은 너무나 세분화되었다. 당장 기술자들은 반문할 것이다. 윤리와 인권을 붙잡고 있다가 기술이 뒤처지면 열세에 처해 더욱 비참한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가장 오랜 시집 ‘시경’에 왕자(王者)의 길은 탕탕평평(蕩蕩平平)한 대로라고 했고, 그들이 사랑하는 가장 오랜 역사책 ‘춘추좌씨전’에서 정나라 정치가 자산은 “언로는 물길과 같아서 틀어막았다가 터지면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가 사마천은 ‘진(秦)나라가 법리들을 데리고 각박한 정치를 하다가 빨리 망했다’고 일갈한다. 

 

오늘날이라고 권력자가 자신만 아는 좁은 길을 가면서 남의 입을 틀어막고 압제의 기술(옛날의 혹법)에 의존하면서 오래갈 수 있을까? 중국이 어쩔 수 없이 길을 바꿀 날이 곧 올 테니, 그 길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

 

필자 공원국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생활·탐구·독서의 조화를 목표로 십 수년간 중국 오지를 여행하고 이제 유라시아 전역으로 탐구 범위를 넓혀, 현재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현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춘추전국이야기 1~11’,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유라시아 신화기행’, ‘여행하는 인문학자’ 등 다수가 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공원국 작가·‘춘추전국이야기’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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