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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트라우마' 한국GM 법인 신설에 산은까지 발끈 까닭

노조 "일방적 법인 신설, 철수 준비 의심"…한국GM "철수와 무관, 오해 풀 것"

2018.09.21(Fri) 15:55:49

[비즈한국] 한국GM이 새 법인 설립 추진을 둘러싸고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노조)​는 ‘한국 철수를 위한 법인 쪼개기’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법적 조처라는 강수를 뒀다. 앞서 한국GM이 군산 공장 폐쇄와 철수설 등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는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사측의 법인 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법인 신설이 국내 사업 철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노조는 지난 10일 회사에 법인 신설을 막기 위해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에도 회사의 법인 분리 계획을 검토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GM 2대주주 산업은행도 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한국GM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실제 산은은 지난 7일 법원에 한국GM을 상대로 법인 신설과 관련한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인 신설 계획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해 이를 반대 또는 찬성할 명분이 없다.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의 ‘행동’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상황이 아닌데도 2대주주가 최대주주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주주총회 등 공식적인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고, 앞서의 산업은행 관계자의 설명대로 법인 신설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의 새 법인 설립 추진에 노조와 산업은행이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 법인 신설이 뭐길래


미국 GM 본사와 산업은행은 지난 5월 ‘10년 계획’을 세웠다.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총 70억 5000만 달러(약 7조 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최소 10년은 한국에 생산 시설을 유지하며 산은 비토권 확보 등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산은은 7억 5000만 달러(약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이후 GM 본사는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 8월 20일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을 글로벌 SUV 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거점으로 지정되면 한국GM 생산 차종은 물론 미국 GM이 생산하는 차종도 함께 개발할 수 있다. 동시에 연구개발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새 엔지니어 1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GM 연구개발 부문은 대부분 한국GM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차종을 개발했다. ​

 

문제는 GM이 이 작업을 위해 올해 말까지 한국GM 연구개발 부문을 분할해 독립 법인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노조와 산업은행은 이 부분이 미심쩍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GM 본사가 향후 한국 생산법인을 철수하기 위해 기존 법인을 두 개로 쪼개려는 것으로 본다. 법인을 분리하면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는 게 훨씬 수월해지고, 이 때문에 군산공장 폐쇄 같은 제2의 공장폐쇄나 매각의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GM이 또 다시 눈을 가린 채 경영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GM은 연구개발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산업은행에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고, 발표 이후에도 주주총회 일자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법인 신설 이야기가 지난 7월~8월 초 이사회에 구체적인 안건 대신 보고 형태로 올라와 구체적 내용과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산은의 추천 사외이사조차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기존 협의서와 정상화 방안에 없었다는 점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앞서의 가처분 신청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다. 군산공장 폐쇄처럼 법인 신설 안건을 주총에서 기습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산은은 별도의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다. GM과 산은의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법인 분리 안건을 산은이 거부할 수 있는지(비토권)를 확인하는 것이다. 산은의 지분은 소수이지만 자산 매각 등 주요 사항에 반대할 수 있는 거부권을 부여받았다.

 

# 한국GM “법인 신설은 철수와 무관

 

한국GM 측은 법인 신설은 철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만큼 이번 논란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산업은행과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 오펠이나 중국 상하이GM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법인을 별도로 운영하고, 반대로 호주의 경우 GM홀덴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부문을 단일 법인으로 두었음에도 철수했던 것처럼 법인 분리와 공장 폐쇄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한국GM은 법인 신설이 철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오히려 법인 분리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GM 내부에서 한국GM의 지위도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한국GM에 따르면, 현재 제품 연구개발은 GM 본사 임원들이 직접 관여하는 구조다. 지금처럼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차, 소형차 위주로 제품 개발을 맡는 경우 연구개발을 생산공장과 같은 법인에 두더라도 업무상 제약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 판매되는 제품 개발을 주도하려면 GM 글로벌 임원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본사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글로벌 중형 SUV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개발 연구 업무를 가져오는 것도 법인이 신설돼야 가능하다”며 “내년부터 시작될 GM의 물량 배정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법인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GM 본사와 한국GM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과 별개로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일방적인 군산 공장 폐쇄와 철수를 담보로 한 공적자금과 세제혜택 요구 ‘트라우마’ 탓에 GM의 모든 행보가 철수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와 산은이 공개적으로 ‘한국GM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행동에 나선 만큼, 이견을 좁히고 설득하는 건 한국GM의 몫이다.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일방적인 사업 추진은 대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한국GM 관계자는 “법인 설립은 GM본사의 한국GM에 대한 투자 의지로 보면 된다. 충분히 설명을 하고 오해를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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