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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30만 원 초호화 원룸, 누가 사나 들여다보니

'인적네트워크' 목마른 밀레니얼 세대…"바퀴벌레와 싸우느니 현재에 투자"

2018.09.14(Fri) 15:44:34

[비즈한국] 최근 호텔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럭셔리 셰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지만 압구정, 청담 등 집값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의 역세권에 위치해, 세입자는 웬만한 오피스텔보다 높은 월세를 부담한다. 끈끈한 인적네트워크, 넓은 공용 공간에 대한 욕구를 채우면서도 ‘남루한 곳’에서 ‘임시로’ 살지 않겠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입주자는 강남에서 활동하는 30대 중반 CEO가 절반 정도 돼요. 아무래도 가격이 있다 보니까 돈이 있는 분들이 오죠. 50평(165㎡) 정도에 정원은 7명이에요.” 직원은 실제 집이 아닌 컴퓨터 속 가상현실(VR)로 재구성된 집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남성 전용 셰어하우스의 1인실 월세는 153만 원, 2인실 99만 원이었다. ​

 

최근 럭셔리 셰어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컴퓨터 속 가상현실(VR)로 ​본 서울 압구정 커먼타운 내부. 1인실 금액이 153만 원에 달한다. 사진=박현광 기자

 

‘커먼타운’은 2017년 첫선을 보였다. 줄곧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최근 남성 전용 셰어하우스까지 열었다. 현재는 압구정, 청담동, 삼성동 등 강남을 중심으로 지점이 24개다.

 

집 내부 인테리어는 호텔을 방불케 한다. 최고급 가구로 채워졌다. 청소는 물론 이불보 교체까지, 입주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셰어하우스지만 입주자를 받을 때 ‘노투어’ 프로모션을 내걸 정도로 사생활 보호도 철저하다. 최대한 기존 입주자의 외부 노출을 줄이겠단 생각이다. ‘노투어’ 프로모션은 방을 직접 보지 않고 계약하면 30만 원을 할인해주는 자체 정책이다. ‘투어’를 하고 싶으면 30만 원을 내고 가계약해야 한다. 가계약을 해지할 순 있지만, 5만 원이 차감된다. ‘투어’비가 5만 원인 셈이다.

 

“고객층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프라이빗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가격 정보나 집 상세 정보를 공개 안 하니까 오셔서 상담받아야 자세히 알 수 있죠.”

 

월세는 1인실 130만 원, 2인실 80만 원, 3~4인실 60만 원 수준. 보증금은 150만 원이다. 1억 원까지 보증금을 추가할 수 있고, 계약 기간은 6~24개월 내에서 변동이 가능하다. 보증금이 많을수록, 계약 기간이 길수록 월세는 싸진다. 별도의 ‘친해지길 바라’ 파티를 열진 않는다. 다만 세입자에게 커먼타운이 운영하는 회원제 카페 이용권을 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한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무조건 싼 월세를 찾기보다는 비싸더라도 살아보고 싶은 위치, 넓은 공간, 인적 네트워크를 추구한다. 사진=커먼타운 홈페이지 캡처

 

이웅열 코오롱그룹 아들인 이규호 리베토 대표는 커먼타운을 ‘럭셔리 셰어하우스’의 선두주자로 만들었지만, 이 추세는 현재 국내외 시장을 관통한다. 대표적으로 ‘코워킹플레이스’ 등 부동산 사업을 진행 중인 ‘패스트파이브’와 ‘위워크’ 또한 각각 ‘라이프’와 ‘위리브’라는 브랜드로 럭셔리 셰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오는 2월 선정릉역 근처에 호텔 수준의 주거공간인 ‘라이프’를 선보인다. 월세는 주변보다 20~30%가량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패스트파이브는 과도한 커뮤니티 행사는 줄이되, 기존 코워킹 공간과 연계해 입주자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박소연 패스스트랙아시아 팀장은 “함께 살며 월세를 아끼는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다. 호텔 수준의 주거 공간을 바탕으로 토털 부동산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2030 직장인이 주 타깃이다. ‘질적 네트워킹’에 목마른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럭셔리까진 아니더라도 깔끔한 인테리어와 공유 공간을 바탕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민간 업체도 이미 여러 곳. 디웰하우스도 그 중 하나다. 뚝섬역 근처에 위치한 디웰하우스 1호점과 2호점에는 스무 명이 거주한다. 디웰 1호점은 5가구가 살던 다세대 연립주택을 통째로 임대해 하나의 3층짜리 집으로 개조했다. 건축가가 직접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

 

디웰의 입주자는 각각의 거실을 공유해 더 많은 공간과 문화를 나눈다. 사진=박현광 기자

 

한 가구가 살던 공간을 ‘통’이라고 부는데, 한 통에 세 명이 각자 1인실을 쓰며 함께 산다. 각 통에 있는 거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긴 탁자가 있어 회의실로 쓰거나 위스키 마니아가 머물고 있어 ‘알딸딸한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입주자는 다른 통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집 전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1인실 월세는 크기에 따라 29만~46만 원.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인데, 비영리 사단법인인 루트임팩트에서 최소 비용만 받기 때문에 가능하다.

 

허지용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요즘 세대는 화장실 등 모든 걸 다 갖춘 좁은 공간보다는, 함께 쓰더라도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며 “월 300만 원 아래의 소득이지만, 미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재에 더 투자하는 것 같다. 허름한 집에서 바퀴벌레와 사투하기보단 자신을 위해 5만~10만 원 정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이미 코리빙(coliving·주거 공유) 문화가 활발하다. 주로 젊은 층에서 싸고 허름한 집에 살기보단 함께 살며 뉴욕, 런던 등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장소에 모이는 경향을 보인다. ‘콜렉티브’가 최근 런던 외곽에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연 것도 그 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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