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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화 잘 되는 선식' 동남아서 해법 찾은 서울대생들

간편식 곡물 파우더 스타트업 '밀리밀' 인디카 현미로 소화 부담 줄여

2018.09.13(Thu) 17:57:05

[비즈한국] 혼자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아침밥은 챙겨 먹니?’가 아닐까. 아침밥이 건강에 좋으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혼자 살면서 아침밥을 챙기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요리 실력은 둘째 치고 무엇보다 귀찮다.

 

2017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562만, 전체 가구의 28.6%에 해당할 만큼 높은 수치다. 열 집 중 세 집은 혼자 산다. 홀로 밥해 먹기 귀찮은 건 모두 마찬가지. ‘솔로족’이 늘면서 간편식 시장도 커졌다. 가정간편식(HMR)으로 판매되는 즉석조리·편의식품 생산은 2017년 1조 7371억 원으로 2016년 1조 2403억 원과 비교해 40.1% 증가했다.

 

왼쪽부터 이우빈·박진세 공동대표, 전민관 마케팅총괄. 셋은 스타트업 지원 연합동아리 씨스테이지(C.Stage)에서 만난 인연으로 함께 밀리밀을 설립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간편식에 건강과 트렌드 요소까지 가미돼 탄생한 제품이 있다. 아침 간편식인 곡물 파우더다. 선식 혹은 미숫가루와 비슷하지만, 빈 플라스틱 통에 3분의 1만큼 가루가 채워져 나와 간편하다. 물을 부어 흔들어 마시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2015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고 주로 젊은 층에 인기다.

 

“문제는, 한국 사람은 쌀에 최적화된 소화기관을 지녔는데, 곡물만 먹으니까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다는 거였어요. 기존 제품은 모두 오곡 혹은 팔곡으로 된 곡물 파우더를 베이스로 쓰고 있거든요.”

 

박진세 밀리밀(Milimeal) 공동대표(28)의 말이다.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한 박 대표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동기인 이우빈 공동대표(28)와 머리를 맞댔다. 건강은 물론 맛과 식감까지 잡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인디카 품종의 현미였다. 인디카 품종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소비되는 길죽한 ‘날리는 쌀’을 일컫는다. 곡물 대신 인디카 품종 현미를 기본 파우더로 삼았더니 한국인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과 식감이 살았다.

 

“미숫가루 드셔보셨죠? 그게 곡물이 베이스거든요. 지금 간편식 파우더는 대부분 선식이나 미숫가루 만드는 공장에서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들어져요. 곡물이 고소하고 맛있죠. 근데 그 자체 맛이 강해서 다른 맛을 내기가 어려워요. 현미를 쓰면 그 순수한 맛 때문에 다른 재료를 첨가했을 때 원재료 맛이 살아나더라고요.”

 

인터뷰 중인 박진세 대표. 간편식 곡물 파우더 시장은 이미 두 업체가 선점하고 있다. 밀리밀은 후발주자로서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 곡물 파우더 베이스를 현미 파우더로 바꿔 맛과 식감을 잡은 것은 물론 소화도 잘 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제품을 개발하기까진 꼬박 8개월이 걸렸다. 처음엔 국내 선식 만드는 공장 열 군데에서 OEM을 시도했다. 주문 일주일 만에 샘플이 만들어졌지만, 여타 제품과 차별성이 없었다. 두 공동대표는 고심 끝에 전공을 살려 직접 파우더를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 모든 품종의 쌀로 실험을 했지만, 원하는 입자 크기나 점성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유명하다는 공장은 모두 뒤졌다. 결국 발견한 것이 인디카 품종의 쌀이었다.

 

완성된 제품에 자신 있었던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품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들고 가 소개했다. 쌀에 거부감이 있을 거란 우려와 달리 오트밀 맛과 비슷하고 하루 필요 영양소가 다 들어 있어 호평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투자 결정이 났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화장품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미미박스가 시드 투자를 하기로 한 것.

 

박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해 12월 곧바로 법인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지원 연합동아리 씨스테이지(C.Stage)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전민관 마케팅총괄도 팀에 합류했다. 여러 사전 준비 작업을 마친 뒤 지난 4월 제품을 발매했다. 별다른 광고비를 쓰지 않았지만 석 달 만에 초기 준비 물량인 1만 병이 팔렸다. 밀리밀 제품을 먹어본 고객이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먼저 홍보를 해준 덕이다.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찾지만, 의외로 50~60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다.

 

밀리밀은 비트루트, 초코, 녹차, 플레인 네 가지 맛이 있다.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판매 석 달 만에 1만 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다. 20~30대뿐만 아니라 50~60대에게도 호응을 얻는 중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여성분들은 비트루트 제품을, 남성분들은 초코 제품을 찾으세요. 주 고객층이 20~30대이기는 하지만, 50~60대 분들도 많이 찾으세요. 플레인 맛을 선호하세요. 사실 그 부분은 저희도 놀랐는데, 아마 현미 파우더 기반이라 속이 편한 게 유효하지 않나 생각해요. 트렌드 식품이 아니라 실버 푸드로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어요.”

 

두 대표의 일차 목표는 아이러니하게도 타 제품과 차별화를 이뤄낸 원재료인 인디카 품종 쌀을 국내산 품종 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 미션 중 하나가 국내산 농산물 판매 증진이었기 때문이다. 

 

“저와 이우빈 대표가 함께 가진 비전은 사람들의 식사를 간편하게, 그러면서 균형 잡힌 영양소로 만드는 동시에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거예요. 둘이 합심을 한 거죠. 현재는 인디카 품종을 쓰고 있지만, 개량과 연구를 통해서 원재료를 국내산 품종으로 바꾸고 싶어요. 그 뒤에 해외로 진출해 우리 농산물 우수성도 알리고요.”

 

밀리밀은 현재 농협과 함께 국내 인디카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물품 2차 생산에 이어 추가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을 앞두고 있고, 화이트진로의 지원을 받아 홈플러스 상암점과 영등포점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할 계획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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