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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게 웃는 게 아냐" 생보사 이익 늘어도 앞날 '캄캄'

순이익 늘었지만 일회성 요인 영향…보험 영업이익율 추락에도 해법 '전무'

2018.09.13(Thu) 09:00:44

[비즈한국] 올해 들어 생명보험사 실적이 급락세다. 일부 영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었는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곳간에 돈은 더 쌓아야 하는 처지라 재무 부담이 더 커졌다. 더 큰 문제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이렇다 할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험사들이 대출을 늘려 본업이 아닌 이자 수익으로 손실을 메운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생명보험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6월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 148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 9500억 원)에 비해 6.7% 늘어난 수준이다. 

 

이익이 늘어도 늘어난 게 아니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돼서다. 상반기 생보사 보험영업손실은 11조 358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손실(10조 462억 원)보다 13.1%(1조 3123억 원) 늘었다. 저축성·보장성·변액보험·퇴직연금 및 보험을 모두 포함한 수입보험료도 52조 787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6조 4억 원보다 5.7% 3조 2126억 원 줄었다. 

 

손실이 확대됐는데도 순이익이 증가한 이유는 한 보험사의 유가증권 처분이익 등 증가 등 일회성 요인이 생보사들의 상반기 전체 순이익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삼성전자 주식 2298만 주를 약 1조 1791억 원에 매각했다. 세후 이익은 7515억 원 수준이다. 올해 삼성생명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았다면, 전체 생보사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줄어든 2조 3972억 원으로 주저앉는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보험영업손실이 크게 확대 됐지만 순이익은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1조 1791억 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일회성 요인이 생보사 전체 순이익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이종현 기자


# 저축성 보험 축소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생보사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은 저축성 보험 판매 축소가 대표적이다. 앞서의 수입보험료 가운데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만 4조 2853억 원 줄었다. 오는 2021년에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보험 보험금은 부채로 잡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면 팔수록 보험사는 그만큼 부채가 늘어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저축성보험 축소에 따른 수입보험료 감소 우려가 많았는데, 올해 현실화됐다”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축소에 대비해 마진이 더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0억 원(22%) 줄어든 35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포화된 종신보험 시장에서 치아보험, 유병자 보험 등 제3 보험상품의 판매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보장성보험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금융권과 보험업계는 경기 불황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신규 보험 가입은 꺼리고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 해약은 늘었다. 보험을 새로 가입한 뒤 처음으로 내는 보험료로, 신규 보험 가입자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생보사들의 ‘초회보험료’는 올해 상반기 5조 2692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와 비교해 36.5%(8조 2326억 원) 줄어든 수치다. 

 

반면 상반기에 고객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총 29조 300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6조 원)보다 3조 3000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무려 2조 2000억 원이 해지환급금이다. 

 

# 하반기 전망도 안갯속, 이자 장사 의존 ‘언제까지’​

 

생보사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앞서의 새 국제회계기준 탓에 저축성보험은 앞으로도 줄일 수밖에 없고, 경기 불황에 따른 보험 가입 축소, 해지 확대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금감원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즉시연금 문제도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활로 개척도 쉽지 않다. 이미 2010년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생보사는 거의 없다. 향후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헬스케어 관련 보험 상품을 만들어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대부분 운동을 하면 고객에게 현물이나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헬스케어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 간 기준이 불분명해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이 투자나 대출 확대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개선을 위한 사업 다각화나 새 활로를 찾는 작업보다 쉬운 길을 택한다는 얘기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 수익 구조에서 투자 실적은 본업(보험 영업)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핵심영역이 된 지 오래다. 영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투자로 채우는 식이다”라며 “금리나 경기불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리스크도 크지만 현재로선 투자 수익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 대출인 보험계약대출은 급등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60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56조 원을 기록했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담보로 해지환급금의 80% 정도를 대출받는 것으로, 약관대출이라고도 부른다.

 

문제는 대출 금리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원금을 갚지 못해도 이후 지급받을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에서 회수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담보가 확실한 만큼 돈을 빌려주는 리스크가 적다.

 

하지만 금리가 최대 10%에 달하는 고금리다. 시중은행 예금담보대출 가산금리는 1%대지만, 보험계약대출은 약 3배인 최대 3%대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대출 규제로 인해 보험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생보사들의 대출 건전성은 아직까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하반기 보험사 가계대출 규모와 건전성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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