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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우리는 왜 '야구 국대'와 '대입 학종'에 분노하는가

오지환 국가대표 선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과정의 공정성' 훼손 논란

2018.09.10(Mon) 08:31:43

[비즈한국] 2018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지만, 더욱 더 양극화되는 사회를 감안하면 ‘공정성’이 아닌가 싶다. 과정이 투명하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의 공정성이야말로 겉으로는 발전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곪아가는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 사안은 다르지만 공정성을 크게 무너뜨리는 두 가지 논란이 있다. 하나는 야구다. 2018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에게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자격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지환 선수(LG 트윈스)가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 1일 오후 (현지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시상식 뒤 선동열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지환 선수는 지난해 상무 혹은 경찰청에 지원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스프링캠프 출국에도 제한이 걸렸다. 더 이상 군대를 미룰 수 없는 나이(1990년생)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입상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특기분야에서 34개월만 종사하면 된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일본, 대만만 이기면 금메달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로 구성된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다. 따라서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더욱 치열하고 병역미필 선수들은 한층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대표를 노리는 오지환 선수의 목적은 오로지 병역특례인 것으로 빤히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올 상반기 KBO 리그에서 오지환 선수는 자신의 포지션인 유격수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지 못했다. 동 포지션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는 김하성 선수(넥센 히어로즈)다. 내야수 백업은 멀티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 부합하는 선수로는 허경민 선수(두산 베어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지환 선수는 오직 유격수만 가능했다. 그럼에도 오지환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병역특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다른 공정성 논란은 대입 제도다. 숙명여고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은 지난해 성적이 각각 전교 121등, 59등 정도였지만 올해 2학년 1학기 땐 각각 문과,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고,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교무부장이 교육청 지침을 어긴 채 자신의 딸들이 속한 2학년의 기말·중간고사 문제를 검토·결재했으며, 정기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혼자 시험문제를 본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일 학교 교장실과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정기고사 문제와 정답 유출 의혹 관련 자료를 찾았다. 오후엔 교무부장 자택과 쌍둥이 딸이 다니던 수학학원을 압수수색했다. 또 교무부장과 사건발생 당시 교장, 교감, 시험담당교사 등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내신을 기준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공정하지 못하므로 정시모집을 확대하자는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이 사건은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매일 저녁 촛불집회까지 하고 있다.

 

위 두 논란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매일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야구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많은 팬들이 ​각종 사이트에서 ​분석을 올리는 현실에서, 대다수 팬들은 병역특례까지 걸려 있는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최고의 선수를 뽑았다는 선동렬 대표팀 감독의 말을 신뢰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병무청은 국방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병역특례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칫 다음 아시안게임부터는 금메달을 획득해도 병역특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정권 말기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는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되었고 10대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대학입시 공정성은 절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로 국민들에게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위중하게 다가온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그 여파가 교육전반에 걸친 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공정·정의’를 앞세우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야구 국가대표 선발 과정과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은 이러한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 비단 야구와 교육에서만 이러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일까. 쉽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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