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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꾸 왜 이럴까' 동원샘물, 이번엔 정체불명 흰가루

단순 원소분석 검사만 의뢰…동원 측 "더 이상 자료 없어, 내부 논의중"

2018.09.07(Fri) 17:17:48

[비즈한국] 지난 4월 ‘잠재적 발암물질’인 브롬산염 검출로 ‘생수 리콜 사태’를 겪었던 동원샘물에서 이번엔 악취와 함께 정체불명의 가루가 나왔다. 동원F&B는 문제의 생수를 회수했지만 끝내 가루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시료가 부족해 더는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다.

 

일산에 사는 A 씨는 지난 7월 17일 한 소셜커머스를 통해 2리터짜리 동원샘물 여섯 개들이 다섯 묶음을 샀다. 평소에도 자주 생수를 사용해 탄산수를 직접 만들어 마셨던 A 씨. ​구매 후 2주 정도 지난 7월 29일에 개봉되지 않은 생수 뚜껑을 열었을 때 정체 모를 악취를 맡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물병 입구에 분홍빛을 띠는 가루가 묻어 있었고, 뚜껑 안쪽은 검은 때가 잔뜩 껴 있었다.

 

제조 일자 6월 5일 경남 산청공장에서 생산된 동원샘물에서 정체불명의 가루가 나왔다. 물을 산 A 씨는 새 제품의 뚜껑을 따자 악취가 났고, 6월 20일 제조된 다른 생수에서도 가루가 묻어나는 게 보였다고 주장했다. 사진=A 씨 제공

 

함께 구입한 다른 생수도 마찬가지. 곧바로 새 제품 2개를 더 땄더니 역시 악취가 났고 정체 모를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나머지 제품에서도 가루가 묻어나는 게 눈으로 보였다. 제조 일자는 6월 5일, 6월 20일로 각각 경남 산청공장과 경기 연천공장에서 생산된 물이었다. 연천공장은 브롬산염 리콜 사태를 불러일으킨 생수를 만든 곳이다. A 씨는 동원F&B에 연락을 취했다. 이틀 뒤인 7월 31일, 본사 직원 2명과 연천공장장이 찾아와 해당 생수의 악취와 가루를 확인했다. 동원 측은 어떤 물질인지 밝히겠다는 약속과 함께 남은 생수를 전량 수거했다.

 

정체불명의 가루는 뚜껑 주위에 주로 묻어 있었고, 페트병 안팎에서 육안으로 확인됐다. 사진=A 씨 제공

 

검사 진행 상황을 A에게 꾸준히 알려주겠다던 동원 측은 생수 전량을 거둬 간 뒤 태도가 바뀌었다. A 씨​에 따르면, 동원 측은 8월 3일 아무런 통보 없이 A 씨의 아내 계좌로 생수 값에 해당하는 1만 4000원을 입금한 뒤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 동원 측은 비즈한국의 취재가 시작된 뒤인 8월 21일에서야 A 씨의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고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원 측은 40여 일간 두 차례 검사를 시행했지만 제품에서 발견된 물질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즈한국에 알려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원 측은 이 물질의 성분을 밝혀내는 것과는 무관한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샘플을 바꿔치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동원F&B는 8월 6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샘물 분석을, 8월 9일 한국품질시험원에 가루 분석을 의뢰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렸고, 한국품질시험원은 이상 여부 판단 없는 성분 분석 시험성적서를 내놨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보니 두 기관 모두 공통으로 “가루가  어떤 물질인지를 알아보는 시험이 아니다. 어떤 물질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유해성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원샘물 검사를 담당했던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조 아무개 연구원은 “여긴 특정 물질의 정체를 밝혀내는 곳이 아니라 물에 55개 항목에 해당하는 유해 물질이 들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곳”이라며 “동원에서 보낸 물은 악취가 나지 않고, 가루도 보이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시료였는지는 우리로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품질시험원의 성분 분석 결과로, 탄소(C), 산소(O), 불소(F), 마그네슘(Mg), 규소(Si), 칼슘(Ca)이 검출됐다. 생수에서 발견된 가루가 어떤 물질인지 밝혀내기 위한 분석은 아니었다. 사진=한국품질시험원 시험성적서

 

한국품질시험원 관계자 역시 “말 그대로 물질에 들어 있는 성분, 즉 원소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험이다. 산소(O), 칼슘(Ca), 마그네슘(Mg) 등 물에서 발견될 수 있는 성분으로 이뤄져 있었고, 탄소(C)가 있는 걸로 봐서 미생물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이고 어떤 경로로 생겼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애초부터 물질을 밝혀낼 의지가 없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동원 측은 8월 16일 비즈한국 취재 당시 밝혔던 “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시료 측정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신 이제는 측정할 시료가 미량이라 더 이상 검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동원F&B 관계자는 “통상 물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클레임이 생겼을 때 진행되는 조치를 취했는데, 그게 적절하지 않은 검사였다.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물질을 밝혀낼 검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가루가 미량이라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여러 추측이 있지만, 물질이 무엇인지 우리도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에 맡긴 물은 고객으로부터 회수한 물이 맞다. ​고객에게 회수한 제품 중 6월 5일 자 생산된 제품과 6월 20일 자 생산된 제품이 있다. 6월 5일 자 물에서 발생한 이물질이 더 심한데 이 물은 연천공장이 아니라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생산한 것이라, 6월 20일 자 제품을 검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떤 물질인지 정확히 밝혀지고 나서 설명하려다 보니 고객에게 연락이 늦었다”고 ​덧붙였다.

 

“시궁창 냄새가 나서 보니 생수 페트병에서 나는 거였다.”, “녹조 발생해서 자세히 보니 통 세척 불량이었다.”, “동원샘물 먹고 애기 난리 났다” 등  ‘브롬산염 리콜 사태’ 이후에도 동원샘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글이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A 씨는 “동원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동원샘물을 먹었다. 아내가 유산하고 몸이 안 좋아 산부인과를 계속 다니고 있는데, 물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브롬산염 사태를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거다. 동원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보상은 필요 없다. 물질이 뭔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분명히 밝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4월 ‘브롬산염 리콜 사태’ 이후에도 동원샘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글이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상황. “시궁창 냄새가 나서 보니 생수 페트병에서 나는 거였다.”, “녹조 발생해서 자세히 보니 통 세척 불량이었다.”, “동원샘물 먹고 애기가 난리가 났다” 등 동원샘물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불편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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