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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어드레서'는 어떻게 LG '트롬 스타일러' 특허를 회피했나

미세먼지 제거 방식에서 근본적 차이…본격 경쟁 통해 필수가전 등극 '기대감'

2018.08.21(Tue) 18:07:34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마침내 의류관리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로 인해 LG전자가 개척한 의류관리기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한발 앞서 제품을 내놓은 LG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회피하면서, 삼성전자만의 차별화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는 21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린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미디어데이를 통해 나름의 답을 내놨다. 우선 의류관리기가 아닌 ‘의류청정기’라는 마케팅 용어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 공기청정기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영리한 단어다.

 

미세먼지 공포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의류관리기 시장에 삼성전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에어드레서에서 옷을 꺼내 입어보는 모델. 사진=이종현 기자

 

문제는 기술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트롬 스타일러가 내세운 기능 대부분이 특허라고 보면 된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어떻게 회피했는지는 제품을 좀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자신만만한 분위기.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의 모든 가전 기술을 모두 접목한 제품”이라며 “새로운 차원의 의류청정 기술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 미세먼지 떨어내는 핵심기술 ‘제트에어’ vs ‘무빙행거’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는 ‘무빙행거’라는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가지고 있다. 옷걸이가 빠르게 진동하면서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떨어낸다. 이는 LG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에 삼성전자가 흉내내기 어려운 부분. 대신 삼성은 ‘제트에어’라고 이름 붙인 강력한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트에어’에 대해 반도체 공장에서 외부인이 출입하기 전에 하는 소독절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바람이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뿐만 아니라 소음도 덜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LG 무빙행거가 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제품 내부 상단과 옷걸이 내부에서 강한 바람을 쏘아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방식을 통해 LG전자의 특허를 피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전용 옷걸이는 옷 안감에 바람과 스팀이 통과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안감이다. 공기가 제품 상단과 옷걸이 안쪽 두 곳에서 나오도록 설계됐다. 상단에서 나오는 바람은 옷의 겉면을, 옷걸이 안쪽에서 나오는 바람은 옷 안감까지 미세먼지를 털어준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삼성 에어드레서는 3개의 전용 옷걸이를 사용하며, 일반 옷걸이도 기본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핵심인 미세먼지를 터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에 일단 표면적인 특허 분쟁은 피해 나간 상황.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일까.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는 있지만 공신력 측면에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제3의 객관적인 시험기관의 테스트를 거쳐 조만간 데이터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팀을 통한 살균, 주름 제거는 동일

 

삼성 에어드레서는 미세먼지를 털어낸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를 통과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공기청정기와 유사한 원리다. 필터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며 교체 주기는 400회다. 하루 1회 사용 시 1년, 2회 사용 시 6개월 정도가 교체 주기다.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필터는 광촉매 방식이어서 교체가 필요 없다.

 

삼성 에어드레서는 집진필터를 장착해 400회 사용 후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기청정기를 연상케 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 지점은 삼성전자가 LG전자 제품과 가장 차별화를 두는 지점이다. 의류관리기가 아닌 의류청정기라고 이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 삼성 에어드레서는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제습 효과가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일반 제습기와 같은 강력한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제품 설치 공간 주변의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LG전자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며 “트롬 스타일러는 무빙행거를 통해서 털어낸 미세먼지를 스팀이 잡아내 제거하는 방식이기에 필터가 필요 없는 반면, 삼성 제품은 바람으로만 미세먼지를 털어내기에 필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을 보충하고 비워주는 번거로움은 양사 모두 동일하다. 사진=이종현 기자

 

스팀 분사를 통한 주름 제거 및 항균 효과 역시 동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팀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지만, 스팀 기술 자체가 물을 데워 분사하는 것에 불과한 낮은 수준의 기술인 데다, 다른 제품에서도 많이 응용되는 기술인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스팀 분사 과정에서 아로마 시트를 사용하는 가향 기능 역시 두 제품이 동일하다.

 

다만 LG가 강조하는 바지 칼주름 기능이 삼성 제품에는 없다. 옷걸이에 걸린 상태에서 바지 밑단을 팽팽하게 잡아주어 스팀으로 잔주름을 펴주는 기능이다. 이 부분 역시 LG전자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로 진화

 

삼성전자는 최신 가전 트렌드에 발맞춰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에어드레서에 도입했다. 이는 발표 이전에도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마이클로짓(My Closet)’ 기능이다.

 

마이클로짓은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신이 가진 의류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하는 기능이다. 사용방법은 크게 바코드 입력과 수동 입력으로 나뉜다. 옷에 붙은 바코드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옷의 원단 정보 및 관리 방법이 자동으로 제시되고, 이러한 정보를 에어드레서에 전달해 의류 관리 코스가 추천된다.

 

삼성 에어드레서는 마이클로짓 기능을 통해 개인이 보유한 의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다만 간편한 바코드 입력은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빈폴, 구호 등 6개 브랜드만 지원한다. 그 이외의 브랜드는 수동으로 사진을 찍고 원단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삼성전자 측은 “협업 등을 통해 향후 모든 브랜드의 옷에 적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에어드레서에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자동으로 제품을 진단하거나, 의류 이외에 모자나 인형, 아기옷, 침구 등과 같은 관리가 필요한 소재나 패딩, 모피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각종 코스 추천 기능 등이 도입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를 내세울 정도의 기능은 아니다. 비슷한 기능이 LG전자 제품에 있기 때문.

 

삼성 에어드레서를 소개하고 있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이종현 기자

 

가격 역시 출고가 기준 174만 원에서 199만 원으로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와 비슷하게 책정됐다. 다만 실제 판매가는 가전 시장 특성상 출고가보다 낮은 100만 원 초중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는 의류관리기 시장이 지난해 12만 대에 이어 올해 최대 3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가세로 기술과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또 하나의 필수가전으로 등극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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