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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내수는 부진한데, 재정은 흑자라니?

1998 외환위기·2003 카드위기 때도 재정흑자…신속한 재정확대 필요

2018.08.20(Mon) 09:25:04

[비즈한국] 최근 발표된 취업자 수 통계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7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단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특히 실업자 수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서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사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왜 고용 여건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최근 악화된 고용상황과 관련해 지난 19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청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와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재정긴축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18년 8월호에 따르면, 2018년 1~6월 국세수입은 157.2조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3조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조세 진도율은 무려 58.6%로, 올 한 해 목표로 잡은 조세수입의 거의 5분의 3을 이미 달성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용여건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에서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재정의 경기 대응’이라는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 ‘백악관 경제학자’에 따르면,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아래의 표는 미국의 전후 불경기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 프로그램’의 실행 시차를 잘 보여준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 및 브루스 바틀릿의 연구. 자료=브루스 바틀릿, ‘백악관 경제학자’, 309쪽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시작된 1948년의 불황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9번의 경기 침체 중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마자 신속하게 재정확대정책을 펼친 경우는 2001년과 2008년에 불과한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두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보면, 대부분의 경기부양 정책은 경기 침체 국면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 확장이 시작된 다음에야 시행된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 재정정책은 경기 하강의 충격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황이 끝나고 시작된 ‘호황’을 더 격렬하게 만드는 역할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불황은 짧고 호황은 긴’ 경기순환을 경험하는 이유를 이 표를 통해 금방 짐작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순간 신속하게 재정확대정책을 펼침으로써, 불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또 새롭게 시작된 ‘경기 확장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는 기틀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재정수지 동향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2001년 이전 미국 재정정책이 연상된다. 

 

아래의 그래프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재정수지 흐름이 경제성장률과 별다른 연관이 없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료=IMF, World Economic Outlook(2018.4)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8년으로, 미증유의 외환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무려 1.8%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3년 카드 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민간소비가 -0.5% 역성장하는 등 심각한 내수경기 위축이 찾아왔지만 GDP 대비 무려 2.4%의 재정흑자를 누렸다. 물론 당시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GDP 통계 기준으로 정부소비는 3.8%나 증가했다. 다만 그 증가율이 2002년의 5.6% 그리고 2001년의 6.2%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일 뿐. ​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현상 파악에서 실행에 이르는 시차’가 크기 때문이다.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더 나아가 확대 편성된 예산안을 어디에 더 집중할 것인지를 두고 이해관계도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급박한 경기 변화가 나타날 때에는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예측하는 이른바 ‘Fed Watcher(연방준비제도 정책 분석가)’라는 직업이 형성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물론 가장 좋은 일은 최근 미국처럼 ‘과거의 실수를 시정하며’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신속하게 재정패키지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내년 예산안 심의만이라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기를기대해본다. 
 

 *‘General government primary net lending/borrowing’ 기준.​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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