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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 인도 대국굴기 시대, 양국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마지막 거대시장 매력 넘어 안보까지 협력 다변화 시점…2년간의 연재 마무리

2018.08.16(Thu) 23:36:37

[비즈한국] 2년 전 ‘인도의 급부상, 우리는 준비됐나’라는 화두로 ‘인디아 프리즘’ 코너를 시작했다(관련기사 [인디아 프리즘] 인도의 급부상, 우리는 준비됐나). 당시 고성장 궤도에 재진입하며 세계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인도는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중국과 본격적으로 힘겨루기를 시작, 우리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 인도의 급부상으로 새롭게 재편되어 가는 국제질서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도와의 전방위적 경협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비 및 대응전략 마련에 대한 문제제기는 당연한 일이었다.

 

2년이 지난 현재,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변국은 물론 미국, 유럽, 러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종행무진 누비며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모디 총리는 인도의 글로벌 역할을 강조하며 2025년까지 지금의 2배인 5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호언장담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인도는 올해 GDP(국내총생산) 2.597조 달러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 경제권으로 도약했으며(우리는 1.53조 달러로12위)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또한 향후10년 내 명목GDP 3위인 일본을 제칠 전망이다.

 

지난 7월 인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함께 뉴델리 간디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모디 총리는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공식 회담을 개최하는 한편 5월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비공식 회담을 개최, 트럼프 시대 이후 확대되는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고 있다. 2014년 이후 취했던 친미주의에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으로 외교정책 기조를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가 핵심이 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적극 수용, 추진해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한-인도 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 인도는 무엇인지, 그리고 인도의 부상에 우리는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지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한다. 2년 전과는 달리 인도가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떠오르며 인도에 대한 국내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터라 막연한 기대에만 의지해 양국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냉철한 시각에서 체계적이면서 실질적 접근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때인 것이다.

 

흔히들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 혹은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이라고 일컫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가 조만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부상할 예정인 데다 13억 인구의 3분의 2이상이 35세 미만으로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젊은 시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곧 풍부한 노동력과 무한한 내수 소비 시장 성장이 가진 커다란 잠재력을 의미한다.

 

인도의 소비지출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7.3% 성장하고 특히 중산층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물론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의 중산층 및 젋은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젊은 인도’의 저자 권기철 작가 역시 인도의 미래로 젊은이, 디지털, 콘텐츠, 세 가지 요소를 꼽으며 인도가 우리에게 기회이자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등 주요 신흥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지도자들이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서로 손을 잡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개방되고 포괄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인도 시장의 매력은 내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화교 못지않은 세력을 펼치고 있는 3100만의 인교(印僑, NRIs) 및 인인(印人, PIOs)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3지역으로의 진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인도에서는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는 두바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UAE(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지리적 접근성과 문화적 친연성, 상보적 경제구조 등을 감안할 때 인도-중동 간 교류는 더 확대될 것이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동부 및 남부 아프리카로 끌려가 정착한 인도인들은 지역의 상권은 물론 곳곳에서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인도 기업의 대아프리카 투자도 활발하다. 모디 총리 역시 “21세기는 인도와 아프리카의 시대”라며 아프리카와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간파한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인도와 함께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을 잇는 ‘아시아·아프리카 성장 회랑(AAGC)’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모디 총리는 올해 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인도가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 내 생산차 중 절반 가까이를 해외로 수출하며 인도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데다 최근 삼성 역시 인도에 세계 최대 휴대전화 공장을 완공함에 따라 한국 기업에 거는 인도의 기대는 상당하다. 인도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고자 매진하고 있어 내수시장 공략은 물론 제3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본격적인 ‘대국굴기’ 전략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과 안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 치중해 온 한-인도 관계 역시 외교·안보·국방·문화·우주과학 등 협력 분야가 다변화되고 있다. 양국은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사람, 상생번영, 평화, 미래를 위한 비전’을 채택하며 전방위적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세계 4위의 군사대국인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국굴기 하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거침없는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 아시아 전략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적극 추진하면서 인도의 국제정치적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국제 정세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인도에 대한 이해 제고와 전략적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우리의 생존전략이 됐다.

 

필자는 5년간 인도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한다. 가난 강간 등 오명으로 얼룩진 인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과소평가된 인도의 현실적 역량과 잠재력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이 코너가 막을 내리게 됐다. 신남방정책을 계기로 인도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분석과 폭넓은 대중적인 이해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코너를 그만둔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간 축적된 기록들이 향후 인도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인도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인도를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난 5년간 인도의 다채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내고 보니 이 말의 의미가 이제는 가슴으로 이해가 된다. 이 말대로 언젠가 다시 인도로 돌아올 그날을 기대하며 여기에서 일단 마침표를 찍는다.​ 

박소연 국제학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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