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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국민연금 재정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강력한 정치력으로 개혁 후 선거 패배…독·프 '더 내고 덜 받는' 일·영 '연금 일원화'

2018.08.16(Thu) 08:54:36

[비즈한국]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5년마다 반복되는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정부가 연금 재정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개혁안을 검토하기 시작해서다(관련기사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갈림길). 논란이 일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적 합의 없는 연금 개혁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추계대로라면 국민연금 재정은 당초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 고갈되고 만다. 1993년생 가입자가 2017년부터 3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해도, 연금수령 나이(65세)가 되는 2057년에는 재원이 바닥나 한푼의 연금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민적 반발이 일자 정부는 일단 한 발 빼는 모양새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2003·2008·2013년 있었던 1~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때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땜질 처방으로 때운 채 그 책임을 올해 진행되는 4차 재정추계로 넘겼다. 지난 15년간 묵혀둔 탓에 문제가 심각해졌고, 해결 방안 마련도 어려워졌다. 이번에도 연금 개혁에 눈감았다가는 5년 뒤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오게 된다.

 

선진국들도 젊은이들이 다수의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2010년 전후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현대 복지국가라면 어느 나라든 국민연금제도를 갖추고 있다. 국민 노후의 경제적 갈증을 일부 해소함으로써 사회를 안정시키고, 범죄 등 혼란을 미연에 막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국민연금 설계를 아무리 잘했다고 하더라도,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성장률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진다. 

 

오랜 기간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사회·경제 안정에 발맞춰 연금 재정 운용 원칙을 고쳐야 한다. 고성장 시대의 마감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어진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문제 등등. 대부분의 자본주의 체제 국가들이 우리보다 앞서 이런 문제로 진통을 앓았다. 그들도 적은 수의 젊은이들이 다수의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유럽 선진국들은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2010년을 전후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얼마나 어렵고 정치적 부담이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들 나라들은 어떤 식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했을까. 일단 방법은 최근 한국에서 거론되는 안과 대동소이하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한편 납부기간을 늘리고, 수령 연령을 늦추는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식이다. 

 

독일은 2007년 연금 지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2029년까지 17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2013년 정한 보험료율은 18.9%로 한국의 2배며, 소득대체율은 45.5%(2012년 기준)다. 연금 재정 부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연금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보조한다.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소득재분배보다는 가입한 금액과 기간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완전비례연금으로, 인구 등 변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정부가 일부 떠안은 상황이다. 기금 보유량은 적은 대신 매년 연금 가입자가 낸 돈을 주 보험료 수입으로 하고, 부족한 돈을 국고로 충당하는 셈이다. 이는 기금 고갈로 인해 1957년부터 10년에 걸쳐 기금 재정 체제를 점진적으로 바꾼 결과다. 

 

다만 한국은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지고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독일과 같은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부과방식은 인구구조가 핵심이다. 한국은 노인비율이 40~45%로 오를 전망이라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연금 납부액과 수령액 등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같은 적립방식인 프랑스는 2010년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퇴직·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2명이 채 안 되기 때문에 과도한 연금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연금 수령시기 연장이 불가피 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중에서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85.4%나 된다. 연금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연금 재정 안정화는 지속적인 과제로 현재도 추진되고 있다. 가입기간도 160분기에서 2020년까지 168분기로 연장했다. 보험료율도 사회보장소득상한(월 3129유로) 이하 소득에 대해선 6.80%, 이를 초과하는 소득에는 0.25%로 인상했다. 

 

고용자 부담은 사회보장소득상한 이하 소득은 8.45%, 사회보장소득상한 이상 소득은 1.75%로 가입자보다 높은 부담을 줬다. 프랑스는 1993년과 2003년에도 사회보장특별제도를 포함한 연금 제도 전체를 손봤다. 이 과정에서 정부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 연금의 보험료율을 7.85%에서 10년에 걸쳐 10.55%까지 인상하는 등 공적 연금 개혁을 함께 추진했다. 국민 반발을 낮추면서 공적 부문의 개혁을 함께 추진한 셈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독립행정법인 사회보험청을 폐지하고 일본연금기구를 설립해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의 관리를 맡겼다. 2010년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진보진영인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로 당시 민주당은 연금 개혁 문제를 아젠다로 꺼내들었다. 일본은 후생연금과 공제연금으로 이원화돼 있었는데, 일본 정부는 전체적으로 연금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후생·공제 연금을 일원화했다. 이로써 중복 지원을 막고 기본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소득 대체 효과를 높인 셈이다. 

 

영국 역시 이중 구조인 현재 연금제도를 일원화하는 한편 사적 연금 가입을 활성화함으로써 노후보장 제도를 강화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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