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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상'

중, 빠른 기술발전·대규모 투자에 'LCD·철강 전철 밟을라' 시설 투자 늘려

2018.08.07(Tue) 12:57:27

[비즈한국] “결국 고령화 사회가 될 줄 알았지만 이 변화를 막을 힘이 없었다.” 1990년대 세계 외환시장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은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일본 정부도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 마련에 부심했다. 그러나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대규모 투자에 벌이며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어서다. 현재로선 2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어 괜찮다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항상 예상보다 빨랐다. 2015년만 해도 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휩쓸던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생산량 1위를 중국에 내줬다.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수출품목 대부분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다. 한국의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역시 중국의 파상 공세 속에 언제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

 

지난 4월 26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한의 국유반도체회사 우한신신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핵심 기술은 자기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막대한 투자 규모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15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보다 10배 이상 많다. 당장 투자금의 숫자 비교로 걱정을 키울 필요는 없다. 중국의 170조 원은 적정 수준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반도체 라인을 짓고 부수고 다시 짓고 부수는 데 쓰이는 일종의 매몰비용 성격이 강해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미 앞선 수준의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반도체 라인에서 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6~8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는 독자 기술과 시제품을 공식 발표한다. 지난해 32단 3D 낸드플래시를 공개한 YMTC는 이번에는 48단과 64단 적층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3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2014년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한 제품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팔리는 3D 낸드플래시는 64단 혹은 72단 적층의 4세대 제품이다.

 

이번에 YMTC가 발표하는 48·64단 제품부터 상품성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9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아직 한국과 중국 간에 기술력 차이는 있지만, 그 격차가 점점 줄고 있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칠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칭화유니그룹에 납품 중인 한 일본계 반도체 장비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제조라인에서 시장에 팔 수 없는 제품만 나왔는데, 올해 말부터는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 제조사의 설비 및 생산 노하우를 따라잡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훨씬 앞당겨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제조사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5년 30조 원의 투자비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로 평택 반도체 공장(1라인)을 지었다. 평택 2라인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100조 원가량의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고 실적 행보를 밟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투자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자칫 중국과 벌어질 수 있는 생산력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채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글로벌 반도체 산업 치킨게임에서 생산력을 늘려 일본 업체들을 고사시킨 바 있다.

 

현재 균형을 이루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중국의 신규 진입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228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벌어들인 돈은 8043억 원. 1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 324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LCD 업계 1위로 장기간 군림하던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 때문이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이 2014년에 나섰던 대규모 투자가 이제 결과물을 내놓으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TV용 LCD 평균가격은 올 1월 220달러에서 7월 176달러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CSOT, 폭스콘 등의 신규 공장도 가동돼 시장 전망이 어둡다. 철강·석유·화학 분야도 2010년을 전후해 중국 업체들이 대거 증산에 나서면서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반도체도 비슷한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로 이직할 것이 우려돼 사내 고과 점수가 낮은 직원의 퇴사도 적극 만류할 정도로 분위기가 엄중하다”며 “클라우드 서버 등으로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지속되겠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제품 양산에 돌입하면 시장에 큰 파도가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도 현재로서는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속도라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10년 안에 한국을 따라잡는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 물량을 대기 위해 삼성전자에 줄서던 HP·IBM 등 기업이 중국으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며 “한국 제품의 특장점을 살리고,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기존 영업망을 잘 유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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