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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BMW 화재, 솔직해지는 것이 '클라스'다

포드 위기 극복한 CEO 앨런 멀럴리를 보라

2018.08.06(Mon) 09:47:14

[비즈한국] 이번 여름은 참 뜨겁다. 날씨도 뜨겁고, 불나는 자동차 때문에도 뜨겁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은 여전히 통하는 말이다. BMW 측에선 걱정말라며 자기들이 다 해결하겠다는 뉘앙스로 언론플레이는 열심히 하지만 실상은 중과부적이다. 안전 점검도, 리콜도 빨리 처리할 능력은 없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서비스센터와 한정된 인력으로 갑작스럽게 생긴 이 문제에 빨리 대응하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숫자놀음 같은 계산으로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기만이다. 

 

비즈니스에서 돈을 잃는 건 큰일이고, 기회를 잃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비즈니스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 심각한 치명타다. 지금 그들이 그러고 있다. BMW 코리아 김효준 CEO에게 앨런 멀럴리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최근 BMW 520d 등 차량에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BMW 코리아 측은 리콜 조치에 앞서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자발적 리콜 조치에 들어간 지난 7월 26일 서울 BMW 코오롱모터스 성산서비스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앨런 멀럴리(Alan Mulally)는 2006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자동차 회사 포드의 CEO였다. 지금은 구글 이사회에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위기를 극복했고, 세계 최고의 항공기 회사인 보잉의 위기도 그의 손에서 극복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더 심각했다. 자동차 업종 자체의 위기이자 내부의 위기, 거기에 금융위기라는 외부 위기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 포드는 앨런 멀럴리를 구원투수로 선택했다. 

 

그가 온 지 3년 후 포드는 흑자로 전환했다. 2008년에 적자 규모가 무려 147억 6600만 달러였는데, 2009년에 26억 99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시기 미국의 자동차 빅3 중 다른 두 기업인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다. 빅3 중 포드만 유일하게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던 걸까?  

 

앨런 멀럴리가 취임해서 방대한 조직의 수많은 임원들의 업무보고를 들을 때, 신호등을 켜게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보고에 앞서 임원에게 신호등의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을 들게 했다. 진행하는 사업이 문제없이 잘될 것 같으면 녹색, 실패할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노란색, 실패가 확실해서 위험하다 여겨지면 빨간색을 켜놓고 발표하는 거다. 

 

앨런 멀럴리는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인식을 통해 포드의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포드

첫 6주 동안 모든 업무보고에서 녹색 등만 켜져 있었다. 당시 포드는 170억 달러 적자가 나던 상황인데, 모든 임원의 보고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던 셈이다. 앨런 멀럴리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임원은 즉시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2주 후 빨간색 등으로 켠 보고가 나타났다. 이 보고에 멀럴리는 현실을 제대로 알려줘서 고맙다며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당 부서가 무엇을 하든 회사에서 200% 이상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조직에서 위기는 숨기는 게 아니라 빨리 말할수록 회사에서 개선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준다는 믿음과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녹색 일변도에서 노란색, 빨간색이 다양하게 나오며 실패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의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 결국 위기는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인식이 없으면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BMW는 위기다. 이번 BMW 화재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 번도 솔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론사에게 보내는 보도자료와 실제 현실은 괴리가 있다. 24시간 안전점검 운운하지만 예약하려는 전화조차 통화가 잘 안 된다. 무상 렌터카 얘기도 말장난과 다름없다. 

 

늑장대응으로 많은 시간을 버렸다. 원인도 투명하게 밝힌 적 없다. 뭔가 숨기거나 뭔가 아직 잘 모른다는 얘기다. 숨겨도 문제고 잘 몰라도 문제다. 적당히 모면하고 넘기려 하는 걸로는 더 이상 파국을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 좀 더 강경하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만약 영국과 미국처럼 우리나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BMW가 이런 식으로 대응했을까? 

 

솔직해지는 것도 ‘클라스’다. 적당히 숨기고 속이는 것이 이익이라는 악마의 유혹이 시작되는 순간, 당신의 ‘클라스’​가 확인될 거다. 비겁할 것인가, 당당할 것인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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