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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방탄·엑소·트와이스 뭉쳐 '한국판 베보' 뜬다

유튜브에 '노' 뺐긴 대형 소속사의 반격…통합 콘텐츠 유통 채널로 활로

2018.07.27(Fri) 10:30:24

[비즈한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격언이 있다. 곰이라면 참겠지만 사람은 못 참는다. 답답하면 직접 뛰어야 한다. 그래서 직접 뛴다. 기성용 이야기가 아니라 엑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이야기다. 한국판 베보(VEVO)를 만들겠다는 야심은 미련한 곰에서 영리한 곰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일단 베보가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자. 베보는 지난 2009년 소니와 유니버셜 뮤직, 그리고 구글과 아부다비 그룹이 함께 만든 동영상 유통 사업자다. 각 소속사의 느슨한 결합체인 베보는 돈 벌기 위해 태어났다. 유튜브가 조회수에 비해 광고 수익을 너무나 적게 나눠 이에 반발해 생긴 연합체다. 

 

국내 대형 소속사 7곳이 모여 한국판 베보(VEVO)를 설립했다. 한국판 베보는 케이팝 뮤직비디오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에 내보낼 때 통합 유통·관리하는 전문회사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AOA, 윤종신, 트와이스. 사진=MCPA 주식회사


개별 사업자는 약하지만 뭉치면 강하다.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 입장에서도 이들의 콘텐츠가 필요해 기꺼이 협상에 응했다. 구글이 알아서 붙여주는 기타 채널과 달리 베보는 직접 광고를 영업한다. 광고 수익 배분 비율도 높다. 이렇게 우대해주는 대신에 유튜브를 통해 콘서트를 중계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케이팝은 우리 생각보다 강력하다. 생각 없이 리모콘을 만지작대면 나오는 가수가 방탄소년단이고 트와이스고 엑소지만, 해외 팬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 몰릴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사 복스(VOX)가 괜히 케이팝을 주제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만든 게 아니다. 

 

하지만 이토록 관심을 받아도 소속사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노는 유튜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노를 뺏기 위해 뭉쳤다. 개별 소속사는 약해도 소속사가 뭉치면 강하다. 유튜브 입장에서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소속사가 당장 이탈할 이유는 없지만, 유튜브 입장에서도 이들은 좋은 고객이다.  

 

왼쪽부터 김유식 FNC 전무, 윤석준 빅히트 CBO, 최성준 YG 전무, 한세민 SM 대표이사, 변상봉 JYP 부사장, 조영철 미스틱 대표이사, 이승주 스타제국 대표이사. 사진=MCPA 주식회사


가만히 있다가 코가 깨진 사업자가 하나 있다. 바로 멜론이 운영하는 원더케이 채널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판 베보에는 현재 케이팝을 이끄는 YG, JYP, 빅히트, SM이 모여 있다. 저들이 통합해 운영하는 채널이 생긴다면, 더 이상 원더케이에 자사의 아티스트를 출연시킬 이유가 없다. 공식 뮤직비디오도 아닌데 1주일 만에 조회수 158만을 찍는 트와이스 안무 영상이 원더케이에서 사라진다면, 원더케이는 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M 산하 레이블 가수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타격이 크다. 

 

대형 아이돌 기획사의 연합체 구성에 케이팝이 돈이 되고 이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튜브 내에서 케이팝의 지위는 타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이며 이 팬덤은 일시적이지 않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형성된 팬덤은 기획사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테다. 잠실에서 하는 공연을 남미에서 볼 수 있고, 상암 팬미팅을 프랑스에서 보는 그런 활로 말이다. 한국판 베보는 케이팝의 결과가 아니다. 시작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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