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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 문건 실행계획과 단순검토 사이 '기계화사단' 주목

"효율적이고 치밀하게 구성" vs "공범·모의 확실히 입증돼야"

2018.07.26(Thu) 15:57:43

[비즈한국]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를 위한 민군 합동수사단이 본격 가동된 가운데, 계엄 실행 계획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실제 실행 의도를 가진 준비 계획이었다면 내란음모 혹은 군사반란 혐의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군 안팎에선 계엄 문건에 포함된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두고 ‘치밀하게 짜인 실행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문건에 따른 모의실험이나 일선 부대가 문건을 공유했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단순 검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민군 합동수사단은 문건을 누구의 지시로, 어떤 목적으로 작성했는지 확인하는 한편 실행 계획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7월 1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을 ‘기무사 계엄령 문건’​ 특별수사단장에 임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법 제90조에 따르면 ‘내란예비·음모’는 국토를 참절(일부 또는 전부를 빼앗으려 함)​하거나 국헌을 문란(불법으로 헌법과 국가기관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하게 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폭동을 말한다. ‘군사반란예비·음모’는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 모의에 참여한 경우 적용된다(군 형법 8조).

 

형법상 ‘예비’는 범행도구 준비, 장소 물색 등 물적 준비를 말한다. ‘음모’는 공범을 모으는 인적 준비다. 따라서 계엄 문건이 실제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실행 계획인지, 아니면 비상사태에 대비한 단순 검토 수준에서 그쳤는지가 내란음모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핵심이다.

 

# 계엄군 구성 “5·18, 12·12보다 강력하고 효율적

 

최근 군 안팎에선 계엄 문건이 ‘실제 실행 계획’이라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3일 국방부가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한 이후부터다. 총 67쪽에 달하는 이 문건은 지난해 3월 3일 기무사가 완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계엄 문건, 8쪽 분량)’의 세부 계획을 담은 자료다. 

 

세부자료에는 촛불 집회 확산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휴대전화 전파 방해부터 계엄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체포, 56개 언론사에 검열단 파견, 중요 시설 및 집회 예상 지역에 전투부대 배치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이 빼곡하게 적시돼 있다. 국회와 언론 등 주요 기관의 기능 무력화는 ‘국헌 문란’에 해당된다. 

 

일부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전투부대 배치 항목’에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씩 뜯어보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 단순 검토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중요시설 및 집회 예상지역 방호부대 편성’ 항목에 따르면, 기무사는 중요시설 494개소와 집회 예상지역 2개소를 ‘계엄임무수행군에 의한 방호 필요 시설’로 분류했다.

 

계엄 문건에는 계엄군 투입 위치와 병력 규모 등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중요시설엔 청와대와 정부청사, 헌법재판소와 같은 주요 기관과 지방에 위치한 방위산업시설 및 업체 등이 포함됐다. 촛불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과 여의도에도 무장 병력이 투입된다. 

 

한 전직 군 관계자는 “계엄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 이후 시민들이 ‘군부대와 경찰서 등을 점거해 무기를 탈취할 것’을 전제했다”면서도 “방호 필요시설 목록을 보면 일종의 점령·탈환 작전처럼 보인다. 계엄의 목적이라고 문건에 밝혔던 ‘사회 질서 유지’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군 구성 역시 단순히 비상사태에 대비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엄 문건의 ‘계엄사 편성’과 세부자료의 ‘계엄임무수행군 판단 및 편성’ 항목 등에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계엄 문건을 보면, 계엄임무수행군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사단, 특전사 6개 여단으로 구성됐다. 

 

서울에만 30사단과 20사단, 1공수, 9공수여단이 투입된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도 8·11·26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2·5기갑여단과 3·7·11·13공수여단 등 기계화 사단과 특전여단이 각각 짝을 지어 투입된다.

 

계엄군에 707대대가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707대대는 대테러부대로, 통상 ‘특전사의 특전사’로 불리는 최고 특수부대 가운데 하나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707대대는 도심 작전, 저격 등에 특화돼 있다. 계엄 문건에는 주둔지에 대기하다 중요시설 탈환 작전 시 투입하는 것이 고려됐다.  

 

군인권센터는 계엄 문건을 토대로 계엄발령 시 지역별 계엄임무수행군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공개했다. 사진=군인권센터

 

이에 대해 한 영관급 장교는 “병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등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작전’을 수행하는 데 상당히 효율적으로 계엄군이 구성됐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며 “계엄 문건에서 계엄군의 주력은 기계화, 기갑 사단 등이다. 탱크와 장갑차 등 중화기 병력이다. 막강한 화력을 갖춘 데다 작전 위치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계엄 문건에도 시위대 저항이 가장 적은 야간에 ‘임무지역’에 진입하고, 차량,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계엄 문건에서 계엄군이 ‘주요 목(길목)을 장악한다’는 내용은 탱크와 장갑차 등으로 목표 지점을 점령하고 특전사를 투입해 시민들을 진압하겠다는 얘기다. ‘군사작전 측면’으로만 보면 상당히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보병 1개 사단, 특전여단 3개가 투입됐고, 12·12 때는 1·​3·​5공수여단과 9사단, 30경비단이 주력이었다. 당시 병력과 비교해 보면 화력 차이뿐만 아니라 더욱 효율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강한 작전으로 보인다. 단순 검토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도 계엄군 편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군인권센터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토대로 ‘계엄 선포 시 투입될 군 전력’을 공개하며 “문건에서는 군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가를 장악하기 위해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명시했다. 명백한 쿠데타 계획이며 관련자는 모두 형법상 내란음모죄를 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군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계엄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일이다. 실행한다 하더라도 검토 단계에서부터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계엄 문건에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취지의 문구들이 등장하는데, 정작 내용은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체적 모의, 공모 확인 없었다면 단순 검토 가능성

 

반대로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가 성립되려면 문건 외에도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더라도, 여러 명이 모의를 했다거나 하급 부대에 작전이 하달됐다는 내용이 확실하게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건 외에 내부 동조세력이 드러나거나 일선 부대 등 군 관계자들이 ‘공모’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문건에서도 공모는 하지 않았다는 흔적이 발견된다. 계엄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인 ‘향후 조치’ 항목을 보면, 위수령 또는 계엄 시행준비 착수는 ‘의명(명령에 따름)’으로 적시돼 있고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육본 등 관련부대(기관)에 제공”, “계엄임무수행군 임무수행 절차 구체화” 등이 덧붙었다. 

 

내란예비음모 혐의가 성립되려면 문건 외에도 여러 명이 모의했다거나 하급 부대에 계획이 하달됐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영관급 장교는 “‘의명’ 부분은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향후 조치 사항으로 ‘​대비계획을 다른 부대 등에 제공’​을 명시한 것을 보면, 문건 작성 당시엔 일선 부대에 명령이나 지시가 하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단순 검토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계엄 문건을 수사하기 위해 구성돼 최근 본격 수사에 돌입한 군·검 합동수사단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음모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한 전 장관이 계엄 문건 작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판단이다. 이날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별도로 국군기무사령부의 주요 부처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문건 작성 당시 3처장으로 TF를 이끈 소강원 참모장(소장), 계엄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인 기우진 5처장(준장) 등이다. ​향후 ​합동수사단은 ​압수한 자료와 문건 작성을 주도했던 관계자들을 불러 누구 지시로 문건이 작성됐고 계엄령 검토 문건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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