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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 영풍 석포제련소 낙동강 오염 논란 현장을 가다

환경단체 "오염 심각" 주장…지자체·영풍 "정화 강화, 우리 탓만은 아냐"

2018.07.17(Tue) 17:07:11

[비즈한국] 지난 6월 말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에서는 병입 생수가 동이 나는 등 수돗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수돗물 오염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한 가운데 환경단체가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제련소에서 수십 년간 낙동강을 오염시켰다는 주장을 제기해 업체·​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비즈한국’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대구 영풍문고 앞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제련소로 낙동강과 인근 지역을 수십 년간 오염시켰다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한다.

 

1970년 영풍그룹이 설립한 석포제련소는 연매출 1조 원이 넘는다. PCB(연성인쇄회로기판) 생산과 더불어 영풍그룹의 수익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이다. 석포면 주민들은 “석포제련소가 사라지면 지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린다”며 폐쇄를 반대한다. 

 

지난 4월에는 경상북도가 폐수 무단배출, 수질오염물질 기준치 초과 등을 이유로 석포제련소에 영업정지 20일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를 위해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정지시키면 실제 중단 기간은 최대 6개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석포제련소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심리를 앞두고 있다. 

 

석포면사무소 앞에 걸린 석포제련소 폐쇄 반대 현수막. 사진=박형민 기자

 

‘비즈한국’은 지난 16일 논란의 중심인 석포제련소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30분께 자동차를 타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출발, 5시간 후인 오후 2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수려한 강과 산이 어우러진 석포면 한복판에 석포제련소가 위치하고 주위에 아파트, 상가 등 마을이 형성돼 있다. 협력업체 종사자를 포함하면 석포제련소 근무인원은 약 1000명으로 석포면 전체 인구(약 2200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마을에는 석포제련소 폐쇄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석포면의 지역경제를 위해 석포제련소가 필요하다는 현수막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석포제련소의 한 직원은 “제련소를 폐쇄하면 석포면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물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어떻게 오염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안동호의 퇴적물에서 카드뮴이 검출되는 등 안동댐 상류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우 나쁨’ 등급을 받았다. 당시 정부 측은 “석포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대기, 토양, 수질 등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기 중으로 배출된 황·질소 산화물과 중금속이 인근 지역 토양에 스며들었고, 폐수처리시설에서 방류된 중금속은 지속적으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련소 뒤쪽 산을 살펴보면 나무 없이 돌과 흙만 있는 부분이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포제련소 뒷산은 제련소가 매시간 뿜어내는 아황산가스로 인해 나무가 고사해 숲이 사라지고 산이 산성화돼 무너지는 지경”이라며 “​석포제련소는 오지 중의 오지인 경북 봉화의 청정지역에 자리잡아 환경의식이라곤 전무한 기업 운영을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뒤쪽 산을 살펴보면 나무가 없는 부분이 보인다. 이유가 석포제련소 때문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박형민 기자


하천오염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과거에 비해 수질이 나빠졌다는 데는 적지 않은 주민이 동의했다. 다만 그 원인이 석포제련소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석포제련소의 다른 직원은 “장성광업소 등 다른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흘러 내려온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석포제련소 탓으로 돌리니 좀 웃긴다”고 말했다.

 

영풍그룹이 석포제련소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영풍그룹은 5월 제련 과정에서 폐수를 순환 처리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석포제련소는 배출수를 정화한 후 하천으로 방류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배출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자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 영풍 측 설명이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기존의 폐수 무방류 공정 특허들은 대부분 폐액 처리와 유해물질 제거라는 측면에 집중해 잔여물의 구체적인 처리방법을 밝히지 않았다”며 “영풍에서 출원한 특허는 석고의 용도와 공업용수로 재사용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 기술적인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그간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사업을 해왔는데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기 위한 제스처일 수 있다”며 “석포제련소에는 폐수만 나오는 게 아니고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오염이 심각해 폐수 문제만 해결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시급하게 오염 정화처리를 해야 할 상황이지 이런 식으로 기한을 연장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침출수 및 폐수를 추출하는 곳(좌측)과 하수종말처리장 증설 공사 현장 모습. 공사가 완료되면 하수 처리가 용이할 것이라고 봉화군은 보고 있다. 사진=박형민 기자


봉화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봉화군은 석포제련소 인근에 침출수(폐기물 최종처분장에서 침출되어 나온 물)와 폐수를 정화할 하수종말처리장을 증설하고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약 5km 떨어진 하천에서 호스와 파이프를 이용해 폐수 및 침출수를 추출한 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운반해 정화하는 방식이다. 

 

하수종말처리장 설치를 놓고 마을 주민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석포면의 한 주민은 “방류한 폐수는 그 자리에서 정화하면 되지 굳이 마을로 다시 가져와서 처리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봉화군 관계자는 “인근 폐기물 매립장에서 일차적으로 정화하고, 처리한 물을 안정적으로 정화하기 위해 다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져오는 것”이라​며 “마을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있으면 관리 면에서도 용이하다”고 했지만 주민 불만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환경단체들과 행정단체, 영풍그룹 그리고 석포면 주민들은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봉화군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3월 환경부 주도로 민관협의체인 안동댐상류환경관리협의회를 구성해 석포제련소를 포함한 안동댐 지역 수질 및 기타 오염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에 나섰다”며 “최근 물고기가 많이 죽는다고 해서 사망 원인을 알아보고 있으며 원인 분석이 끝나면 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봉화=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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