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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안희정 무죄추정, 김지은 2차피해 방지가 원칙이다

성폭력 범죄 공판 상황 생중계는 정당하지 않아

2018.07.16(Mon) 08:33:37

[비즈한국]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재판 과정에서 ‘덫을 놓은 사냥꾼’이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비법률적 용어를 사용해 관계자들께 상처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낭독하기 전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안 전 지사가 출장지 등에서 비서 김지은 씨를 자신의 숙소로 불러들이기 위해 담배·맥주 등 심부름을 일부러 시킨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과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고 비유한 것에 대해 사과다. 안 전 지사 측에서 검찰의 표현을 문제 삼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민감한 사건의 공판에서 한 의견진술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같은 공판기일에서 안 전 지사 변호인은 위력에 의한 성관계를 부인하면서 “(김지은 씨는)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할 정도로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변론했다. 이에 대해서는 성폭력 범죄가 혼인 여부나 학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집권여당의 유력 정치인이던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범죄 재판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판이 열릴 때마다 공판과정에서 있었던 검사나 변호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되고, 특히 증인들의 증언은 포털에서 거의 하루 종일 검색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헌법에는 형사피고인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원칙적으로 모든 재판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명문화돼있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자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근대적 재판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사건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개별법에서도 가사나 소년범 사건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보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폭력 범죄는 어떠한가. 공판 상황을 거의 생중계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질문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성폭력 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 관계인은 심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과 특성을 배려하고, 당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이 김지은 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이것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지난 13일에는 피해자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정혜선 변호사가 피고인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엄중히 소송지휘권을 행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유력 정치인이 등장하고 피해자가 생방송에 출연해 피해사실을 폭로한 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식 공판단계에서는 원칙대로 진행돼야 한다. 안 전 지사는 당연히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김 씨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즉 현 시점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는 일단 후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사냥꾼’이라는 비법률적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한 것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다.

 

이달 중 1심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남은 기일에서는 더 이상 당사자에 대해 사건과 무관한 무분별한 폭로전이 없어야 할 것이며, 설사 폭로전이 있더라도 대중에게 생중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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