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CEO 라이벌 열전] '삼성-현대차 대리전' 제일기획 유정근 vs 이노션 안건희

광고전문가 vs 최장수 CEO…인수·합병과 인재 영입 통해 해외시장 확대 모색

2018.07.11(Wed) 09:40:18

[비즈한국] 콘텐츠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 웬만한 영상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몇 초 만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를 것인지 계속 볼 것인지를 결정한다. 재밌는 콘텐츠를 만나면 ‘좋아요’는 물론 ‘댓글’까지 남긴다.

 

소비자의 눈을 붙잡아두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광고시장은 점점 커졌다. 2017년 국내 광고회사 77곳 취급액(광고회사가 유치한 광고주의 광고비)은 15조 2098억 원. 그중 10대 광고회사 취급액이 13조 3014억 원(87.5%)을 차지했다. 광고시장 독과점은 심화되는 추세다. 

 

왼쪽부터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제공

 

국내 광고회사 중 단연 선두는 제일기획이다. 지난해 취급액이 5조 3677억 원에 달한다. 이노션이 3조 9426억 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국내 광고업계 ‘톱2’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각각 삼성과 현대자동차 계열사다. 

 

제일기획 최대 주주는 지분 25.24%를 가진 삼성전자다. 삼성카드, 삼성생명이 가진 지분까지 합하면 28.46%다. 이노션 최대주주는 지분 27.99%를 가진 정성이 고문이다. 그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첫째 딸이다.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진 지분 2%를 더하면 총수 일가의 지분은 29.99%이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분 9%까지 합치면 현대가(家)가 보유한 이노션 지분은 총 38.99%에 달한다. 

 

제일기획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가 70%에 달하고, 이노션은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를 위기에 처했다. “실력으로 사업을 따냈고 해외 취급액이 70%에 달할 만큼 해외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양쪽 모두 설명하지만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광고시장에 쏟는 막대한 광고비를 감안하면 논란을 완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노션은 지난 3월에도 334억 원가량의 현대차 광고를 따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국내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양사는 칸 라이언즈, 원쇼, D&DA 등 주요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했다. 국내 광고회사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경쟁력을 국제무대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국내 광고 마케팅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일기획의 지난해 해외 취급액은 4조 1447억 원, 국내 취급액은 1조 2229억 원이다. 이노션 역시 지난해 해외 취급액이 3조 1172억 원, 국내 취급액은 8254억 원이다. 이미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막대한 성과를 내고 있는 두 기업은 앞으로도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 ‘30년 광고 전문가’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55)은 1963년생으로 1988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곧장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광고기획, 영업, 제작 등 30여 년의 실무 경험을 가진 광고 전문가라는 평이다. 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꾸준히 능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내부 승진을 통해 2017년 12월 대표에 올랐다. 제일기획 역사와 함께해온 그는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제일기획에 입사해 30년간 실무 경험을 쌓았다. 능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12월 대표에 올랐다. 사진=제일기획 제공

 

2017년 12월 취임해 올해 초 활동을 본격 시작한 유 대표는 세계 시장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는 사내에 빅데이터 마케팅 조직을 만들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조직을 신설했다. 기술력을 이용해 광고 목표를 좀 더 세밀히 하는 세계 광고 추세에 발맞춰 가며 국내 광고업계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프레젠테이션 달인’으로도 불리는 유 대표는 직원에게 메시지 전달을 확실하고 일목요연하게 한다는 후문이다. 그는 ‘초연결 시대’에 발맞춰 ‘커넥트 플러스’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다양한 분야의 해법을 자료화한 뒤 플랫폼에 연결해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 클라이언트 문제를 즉각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생각이다.

 

제일기획은 1973년 설립돼 국내 시장 선점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44개국 53개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화를 지속해온 결과 2017년 연결 영업총이익 1조 125억 원을 기록해 영업총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영업총이익은 광고업계에서 실적 바로미터로 활용되는 수치다.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 및 유럽 지역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제일기획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2조 8067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7년 3조 3750억을 기록해 2년 새 16% 양적 성장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8119억 원이다. 전년 동기 6745억 원과 비교해 약 17% 오른 수치다. 전체 사업에서 집중된 분야는 프로모션, 온라인이다. 프로모션 분야 지난해 취급액은 1조 953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일기획은 인수합병과 인재 영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디지털, 데이터, 리테일, 이커머스 등 신사업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지난 5월 동유럽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센트레이드’를 인수했고 지난해 자회사 ‘아이리스’를 통해 캐나다 B2B 마케팅 컨설팅회사 ‘PSL’과 영국 온라인 검색 광고 솔루션 회사 ‘Atom42’를 사들였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인수합병, 인재 영입 등 다양한 투자를 지속해서 추진 중”이라며 “미국, 영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사업 다각화 및 확대 전략을, 서남아, 중남미 등 성장세가 높은 신흥 시장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차별화된 M&A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사업 기반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그룹 최장수 CEO’ 안건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61)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현대자동차 기획실에 입사해 현재까지 ‘현대맨’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 마케팅전략실 실장 이사, 수출 1실장 상무, 수출사업부장 전무, 서유럽 판매법인장 전무를 지냈고 현대모비스 기획실장 부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이노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안건희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 9년째 회사를 이끌며 현대차그룹 최장수 CEO 기록을 세웠다. 사진=이노션 월드와이드 제공

 

안 대표가 이노션 대표를 맡은 지 9년째. 그는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전문경영인으로 기록되었다. 평균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그룹 내 타 계열사 전문경영인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12월에도 유임이 결정됐다. 안 대표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신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년간 회사를 이끌며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인 안 대표다. 2017년 매출총이익은 487%, 영업이익은 393%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이노션 매출총이익은 3932억 원, 영업이익은 967억 원이다. 2009년엔 매출총이익 669억 원, 영업이익 196억 원에 불과했다. 

 

이노션은 2005년 출범해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마케팅을 도맡았다. 국내 본사를 포함 유럽, 중동,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 세계 16개국 19개 법인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연결 매출총이익 39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1% 상승한 수치다. 국내 광고시장은 10조 원대에서 성장을 멈춘 상태지만 해외 비중이 70%로 높은 이노션은 국내 시장 영향을 덜 받으며 성장을 이어간다. 이노션 매출총이익 중 가장 큰 비중은 미국 법인(45%)이 차지했다. 그 뒤로 유럽 13%, 신흥시장 8%, 중국 5% 순이다. 

 

이노션은 FIFA 월드컵, 미국 슈퍼볼, 국제 모터쇼, 상하이 & 여수엑스포 등 대형 글로벌 이벤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가는 모양새다. 해외 주요 광고제 및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이어가는 한편 애니메이션,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마케팅, ICT 제품 제작 등 콘텐츠·디지털 신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노션은 현재 세계 최대 광고 시장인 북미 공략에 주력한다. 2015년 8월 ‘캔버스 월드와이드’를 설립해 미국 미디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7년 12월에는 미국 크리에이티브 전문 대행사 ‘데이비드&골리앗(D&G)’을 인수했다. 북미 시장에서 크리에이티브·미디어·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형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

 

안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D&G 인수를 통해 이노션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해외 인수합병과 지속적인 투자로 진정한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핫클릭]

· 2대 로펌 광장이 '1조 원대 사기' 공범 11명 변호 나선 사연
· '중국 왕훙처럼' 막오른 유통업계 인플루언서 플랫폼 경쟁
· [이해림 탐식다반사] 야근의 부아를 가라앉히는 혼술 파트너 '매껍'
· [CEO 핫패밀리] '기내식 대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
· [CEO 라이벌 열전] BNK 가족, 부산은행 빈대인 vs 경남은행 황윤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