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입지 프리미엄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비즈한국] 2010년 오픈한 반포한강공원엔 여름 밤이면 매일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한강, 반포대교 분수쇼, 녹지공간을 즐길 수 있고, 남산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까지 서울 관광 필수 명소로 찾으면서 반포한강공원 주변 부동산 프리미엄이 급상승했다. 주거시설, 상업시설 모두 역대 최고가를 매일 경신하고 있다.

2014년 5월 1일, 미군 캠프 하야리아 부대를 반환 받은 부신시민공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의 위치는 부산 최고 중심지인 부산진구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심지였지만 쾌적성은 거의 없어 주거지역으로서의 선호도는 낮았다.

그런데 부산시민공원 개원 후 지역 분위기가 백팔십도 달라졌다. 군부대의 높은 철조망으로 막혔던 시야가 트여 조망권이 확보되고 공원 내 나무들 덕에 공기질도 좋아졌다. 시민공원 개장 후 명실상부한 명품 주거지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공원 주변 주거시설·상업시설 시세가 크게 상승했다. 침체됐던 재개발·재건축도 급속히 추진될 정도다. 시세가 크게 상승한 것은 기본이고 고급 주거지로의 변신을 위한 재개발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군부대 이전 계획지, 발전소 이전지,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등 친환경적이지 못했던 시설이 있는 지역들은 현재가치는 낮지만 혐오시설이 제거되는 순간 큰 가치 변화가 발생한다. 사진은 용산공원 계획도. 사진=국토교통부

지역 내 환경 쾌적성이 개선되는 것은 부동산 프리미엄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제공한다. 수(水)공간, 녹지공간이 추가로 들어섬과 동시에 입지 프리미엄이 크게 높아진다. 취약한 자연환경을 가진 도심 내 지역은 향후 미래가치 상승에 있어 환경 쾌적성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방향성이 될 것이다.

혐오시설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의 변화가 기대되는 지역들을 주목해야 한다. 군부대 이전 계획지, 발전소 이전지,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등 친환경적이지 못했던 시설이 있는 지역들은 현재가치는 낮지만 혐오시설이 제거되는 순간 큰 가치 변화가 발생한다. 그 공간이 친환경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프리미엄은 급상승한다.

부대 이전 후 녹지공간으로 바뀌는 곳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미군부대 이전 후 6년 동안 순차적으로 대규모 국립공원이 탄생하는 용산구에 기대를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한가운데 위치하고 남산과 한강을 낀 배산임수 천혜의 환경을 가진 용산구는 지난 70년간 미군부대 주둔지였기에 환경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상태였다. 미군부대 이전으로 제로 상태로 회복되고, 공원으로 개발되는 순간부터 플러스로 전환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포구 상암동은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난지도로 대표되는 곳이었다. 난지도는 서울지역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을뿐더러 주변 환경 쾌적성까지 낮추었다. 그러다 2000년대 난지도 매립지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아무도 가기 싫어하던 기피지역에서 누구나 즐겨 찾는 명소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주말이 되면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이와 함께 상암디지털단지가 개발됐고, 현재 마포구에서 가장 살고 싶은 명품 신도시가 되었다. 유사한 사례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공원화되는 인천 서구의 청라와 검단지역도 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 쾌적성이 본격적으로 부동산에 반영된 것은 2005년 청계천 복원 때부터다. 당시 청계천 복원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청계고가도로를 제거했을 때의 교통대란이 우려됐고, 청계천이 매력적인 자연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은 성공적이었고 환경 쾌적성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이후 건설되는 대단지 아파트는 환경 쾌적성을 높이기 위한 조경시설이 필수적으로 적용됐다. 지상주차장이 없어지고, 지상공간에 조경과 수경시설 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외부환경이 잘 된 단지들은 시세가 높아도 인기가 많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자이의 경우 외부환경 특화 아파트로 이후 시공되는 아파트의 기준이 되었고, 현재도 최고 시세를 경신하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의 양이 부족한 시기가 아니다. 적당히 짓기만 해도 팔리는 때는 지났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부동산이 발전한다. 좋은 자연환경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환경쾌적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것이 나무가 많은 산, 공원 등의 녹지공간과 강, 하천, 바다 등의 수공간이다.

천연환경이 없으면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공원을 대규모로 조성하거나, 인공호수를 시공한다. 녹지공원, 수공간이 모두 있다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인공 환경 시설의 최고봉은 녹지공원이 풍부한 인공호수다.

결국 대규모 인공 호수공원의 조성은 부동산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호수공원 주변의 부동산은 주거시설이든 상업시설이든 불황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수혜지가 일산, 분당, 광교, 세종, 파주운정, 김포한강신도시 등이다.

일산신도시 프리미엄의 60% 이상은 일산호수공원이 제공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당신도시 역시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의 호수공원 수혜지역으로 평가할 수 있다. 2기 신도시인 김포한강신도시와 파주운정신도시에도 큰 규모의 호수공원이 건설되었고 그 주변 시세가 훨씬 높다.

2015년 엄청난 분양 경쟁률을 보였던 광교신도시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광교호수공원 주변 부동산들이다. 얼마 전 준공된 청라 중앙호수공원 주변 아파트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커넬웨이라는 수변 상가 스트리트에 대한 기대가 높다.

환경 쾌적성이 좋은 입지의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오거나 지역이 슬럼화돼 주변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 해도 호수공원 주변의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프리미엄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끌어 모은다. 부동산의 가치는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힘에 있다. 천연환경과 인공환경 중에는 당연히 천연환경이 훨씬 가치가 높다.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 프리미엄을 꼽으라면 단연 한강이다. 녹지공원으로는 남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천연환경을 갖춘 곳 중 교통, 교육, 상권 등의 기반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따라서 교통, 교육, 상권 환경이 갖추어진 곳에 대규모 공원, 인공호수를 갖춘 곳 역시 천연 환경을 갖춘 입지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공원들의 개발은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있다. 이런 입지를 미리 선점하는 것도 부동산 투자의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