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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롯데 패션' 휘날려라, 설풍진 롯데GRF 대표

롯데그룹 패션 부문 통합 법인 첫 수장…현대, 신세계와 격차 줄이기 관건

2018.07.05(Thu) 15:09:02

[비즈한국] 롯데가 유독 ‘힘을 못 쓰는’ 분야가 있다. 바로 패션 사업이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만 40%에 달하고 국내 최대 유통공룡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만 패션 사업만큼은 다른 업체들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 패션 사업은 경쟁사들과 체급부터 차이가 난다. 롯데가 지난해 패션사업으로 올린 매출은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른 주요 패션기업들의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LF는 각각 1조 7490억 원, 1조 6002억 원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그룹(1조 2296억 원), 신세계그룹(1조 1025억 원)도 롯데를 멀찌감치 앞선다.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을까. 최근 롯데는 패션 사업을 확대하면서 맹추격에 나섰다. 지난 5월 31일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엔씨에프(NCF)와 롯데백화점 패션 사업 부문인 GF(글로벌 패션)을 통합해 패션 전문회사 ‘롯데지에프알(GFR, Global Fashion Retail)’을 새롭게 출범했다. 롯데그룹 내 흩어져 있던 패션 사업 부문을 한 곳에 모아 새로운 패션 계열사를 탄생시킨 것.

 

이는 사업 부문을 통합해 패션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패션 사업 부문의 경우 그룹 내부의 여러 부서 중 하나로 운영했다. 독립법인으로 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경쟁사들(현대, 신세계)와 비교해 시장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업 조직 일원화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사업도 다각도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업 부문 이관과 동시에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롯데쇼핑은 기존 NCF에 유상증자로 524억 원을 출자했다. 273억 원은 GF 부문 브랜드 및 인력 인수에 사용하고, 나머지 251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할당했다.

 

롯데그룹이 롯데쇼핑의 자회사 엔씨에프(NCF)와 롯데백화점 패션 사업부문 글로벌 패션(GF)를 통합해 패션 전문회사 롯데지에프알(GRF)을 출범했다. 통합 계열사 대표는 설풍진 NCF 대표가 선임됐다. 사진=롯데

 

롯데의 통합 패션 법인 롯데GFR을 이끌 초대 선장으로는 설풍진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설 대표는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영업과 인사를 두루 거쳤다. 지난 2012년부터는 롯데백화점 부산점장과 대구점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 NCF 대표로 재직하다가 이번 새 법인 신임 대표에 선임됐다. 

 

설 대표는 롯데그룹 패션 사업 부문의 ‘에이스’로 통한다. 침체 중이던 NCF에 대표로 부임한 뒤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NCF는 2003년 패션업체 대현에서 분사된 이후 2011년 롯데쇼핑에 인수됐다. 2010년부터 실적이 감소하고 있었다. 

 

설 대표는 NCF 대표에 선임된 이후 실적 부진의 직접 요인이던 할인판매 비중을 조정했고 직접 소싱 업체를 발굴해 원가를 낮추는 등 수익구조 전반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설 대표가 NCF 대표를 처음 맡았을 땐 패션 사업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도 없었고, 실적도 좋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직접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설 대표는 롯데GFR에서도 앞서와 같은 경험을 살려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롯데그룹 패션 사업 통합 과정에서 “NCF의 패션 브랜드 운영 노하우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며 “해외 유명 브랜드 도입과 패션전문기업 인수·합병(M&A)으로 2022년까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설 대표가 넘어야 할 벽이 NCF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가 새 패션 사업을 통합, 확대했어도 경쟁사인 현대, 신세계 등이 일찌감치 앞서 나간 만큼 몸집과 매출 규모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어 격차를 줄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1996년 백화점에서 패션 사업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를 분사해 운영 중이다. SI는 ‘셀린느’ ‘알렉산더왕’ 등 37개 수입 브랜드와 7개 자체 브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한섬’을 인수했고 지난해 SK네트웍스로부터 패션사업부를 사들여 한섬글로벌 브랜드를 더 늘렸다. 현대백화점의 패션 브랜드는 한섬 26개, 한섬글로벌·​현대G&F 12개 등 총 38개다. 

 

반대로 롯데 패션 사업이 수년 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패션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홈쇼핑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지만 패션 사업은 여전히 ‘유통공룡’들이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롯데가 국내외 패션 브랜드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백화점 업계 1위 타이틀을 달고 있는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설 대표가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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