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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랜드 떼고 '장인정신'으로 한판 붙은 청년들

홍한종 팩토리얼 대표 "소비자-공장 연결해 합리적인 제품 제공 하고파"

2018.07.04(Wed) 14:14:14

[비즈한국] “사업 시작하기 전 제조공장을 방문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다른 브랜드를 달고 다른 가격에 팔리더라고요.”

 

제품은 ‘브랜드’라는 장막에 가린다. 기술력을 가진 제조공장이 아닌 브랜드를 가진 유통업체가 소비자와 만난다. 유통업체가 상품 가격을 정하면서 품질과 가격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어떤 상품이 ‘진짜’인가. ‘싼 게 비지떡이지’이라는 생각에 결국 웃돈 주고 브랜드를 선택한다.

 

이참 팩토리얼 공동대표(33·왼쪽)와 홍한종 공동대표(36)가 팩토리얼 포스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홍한종 팩토리얼 대표(36)는 이 혼란을 없애고 싶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유통 업체가 아니라 결국 제조공장이었다. 브랜드를 없애고 제조공장과 소비자를 바로 잇기로 했다. ‘이름값’ 뒤에 감춰진 유통마진이 걷히자 제품이 전면에 등장했다. 

 

홍 대표는 대기업 ‘상사맨’으로 함께 근무하던 이참 공동대표(33)와 손잡고 창업해 지난해 3월 플랫폼 ‘단골공장’을 오픈했다. 처음엔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역으로 수입하는 상거래 사업을 계획했다.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복잡한 유통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 유통채널에 따라 다른 가격에 팔렸다. 사업 모델을 바꾸기로 했다.

 

준비 기간 1년을 거쳤지만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형태다 보니 불안했다. 첫 제품은 섬유탈취제와 우산, 물티슈였다. 무작정 공장을 찾아가 계약을 따냈지만 최소 발주량(MOQ) 걱정에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목표 물량을 200~300% 넘어섰다. 

 

“처음엔 우리도 ‘이게 될까?’ 싶었어요. 커머스 형태가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이다 보니 물건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고, ‘이름 없는 상품’이었기에 사람들이 신뢰할까 걱정했죠. 의외로 많은 분이 참여해줘서 저희도 놀랐어요. 소비성향이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사업 초기 가장 어려운 점은 공장 대표 설득이었다. 공장 대표가 내준 숙제를 해가며 한 달 동안 끈질기게 찾아가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현재는 성공사례가 쌓여 한결 수월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유통과정이 생략되고 제품 가격을 제조공장이 책정하면서 공장과 소비자 사이에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된다. 공장은 조금 더 이윤을 남기면서 더욱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매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딱딱했던 생산 공장은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를 가미해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산업체 작업용 마스크를 만들던 공장 진아&블루인더스가 선보인 황사 마스크가 그 예다. 상품엔 유명 브랜드 대신 공장 이름과 제조 일자가 찍혀 배송된다. 공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 소비자는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제조공장 대표가 좋아한다.

 

“공장 대표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세요. 처음에 직거래 제안 드렸을 때 귀찮아하던 분들이 소주 한잔하고 고맙다며 전화하세요. 이분들은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진 ‘장인’이지만 자기 물건이 아니라 남이 주문한 물건만 만들어온 거죠. 소비자가 점점 공장 이름을 기억하고 피드백을 주다 보니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엔 제품 개선 제안을 ​먼저 ​하기도 해요.”

 

홍 대표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건 소비자다. 소비자가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가장 먼저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비누, 수세미, 식칼 등 생활용품이 주를 이룬다. 내부 회의를 거쳐 물건을 선정한 다음 공장 섭외에 나선다. 제품 조사와 유통채널 조사, 공장 탐색 등 자체 수립한 여섯 단계 과정을 거쳐 기획이 끝날 때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서너 개 공장을 마음에 두고 직접 만나 인터뷰를 거쳐 최종 한 곳을 결정한다.

 

​공장이 제품을 대하는 철학을 눈여겨본 뒤 계약한다는 홍 대표.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기보다는 공장과 소비자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사진=고성준 기자

 

“그 공장이 가진 철학을 보려고 하죠. 정말 이 공장이 해당 제품에 장인정신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미팅을 하면서 이것저것 정말 많이 물어봐요. 그리곤 제조과정이나 상품 설명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요. 소비자가 질문하면 꼭 공장에 물어서 정확히 답변을 해주고요. 이 과정이 제가 소비자를 위해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단골공장 상품 판매 방식은 기획단공(크라우드펀딩)과 바로단공(커머스)으로 나뉜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하면 재고가 남지 않아 공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펀딩 기간 고객 피드백을 상품 생산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획단공 때 인기가 좋았던 상품은 추가 생산해 바로단공 상품으로 내놓는다.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기존에 없던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공장이 기존에 생산하던 물건을 떼 와서 팔기도 한다. 

 

단골공장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오픈마켓 수준. 현재 단골공장에 등록된 공장은 20곳. 등록된 회원 수는 2700여 명. 생활용품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수수료 매출이 크진 않지만 성공사례가 늘면서 점점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생활용품을 넘어 영역도 확대할 예정이다.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제품 뒷면 라벨에 작은 글씨로 숨겨진 공장이 직접 노출돼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는 화장지 하나 사면서 수많은 브랜드 앞에서 고민하지 않는. 공장과 소비자 모두 그런 취지에 공감해 동참한다고 생각해요.”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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